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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기 불감증 가요계 ‘표절 비상령’

  •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베끼기 불감증 가요계 ‘표절 비상령’

베끼기 불감증 가요계 ‘표절 비상령’

이효리, 브리트니 스피어스

가요계에 표절 비상령이 내려졌다.

톱스타 이효리의 2집 앨범 타이틀곡 ‘겟차(Get Ya)’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Do Something’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가요계 전반적으로 자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겟차’는 2월 발표 당시부터 ‘Do Something’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누리꾼들은 인터넷을 통해 두 곡을 비교하며 ‘베끼기’ 의혹을 제기했고, 조롱 섞인 비난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Do Something’의 국내 저작권을 관리하는 유니버설 퍼블리싱 코리아 측이 ‘Do Something’의 작곡가 등 저작권자에게 음원을 보내 표절 여부에 대한 판단을 맡겼다. 결론은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 딱부러지게 표절이라는 주장은 아니지만 표절을 강하게 암시한 점에서 한국 가요계엔 망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겟차’ 표절 시비가 국내 가요계에 던지는 과제는 가요계 전반에 만연한 ‘베끼기 불감증’에 대한 것이다. ‘겟차’뿐 아니라 많은 노래들이 외국 노래들과의 유사성 때문에 베끼기 의혹을 받아왔고 표절 논란에 휩싸여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장우혁의 ‘지지 않는 태양’과 블랙아이드피스의 ‘Let’s Get Retarded’, 이효리의 ‘깊이’와 시아라의 ‘1, 2 Step’, 이승기의 ‘그럴까봐’와 머라이어 캐리의 ‘Anytime You Need a Friend’, 이승기의 ‘가면’과 마룬5의 ‘This Love’ 등의 곡들이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적으로 표절을 입증하기 위해선 작곡자 등 저작권자의 ‘표절 주장’이 있어야 하기에 그저 유사하다는 지적에 그쳐온 게 국내 가요계의 현실이다.

이처럼 국내 가요계에 외국 노래 표절 시비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샘플링의 만연에서 그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기존 노래의 음원을 고스란히 활용하는 기법인 샘플링은 표절 시비에 대한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대응책이 됐고, 실제로 표절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기도 했다. 베끼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가수나 작곡가들은 “샘플링이다”는 답변으로 표절 의혹을 피해갈 수 있었기에 베끼기 불감증이 만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소수의 인기 작곡가가 지나치게 많은 노래를 만드는 현실도 이 같은 환경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일부 작곡가들은 1개월에 20~30곡을 기계처럼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익숙한, 비슷한 음악 패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은연중에 기존의 음악을 조합해 사용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한 유명 작곡가는 “1개월에 3~4곡 정도를 작곡하는 게 적당하다. 그런데 몇몇 동료들은 1개월에 수십 곡을 쏟아낸다. 그러다 보면 본인의 노래를 재활용하거나, 외국 음악을 조합하게 된다. 또한 수많은 음악을 접하는 작곡가는 보통 본인에게 저장된 음악을 모티브로 해 곡을 쓰기에 각별한 조심이 없다면 언제든지 표절 시비에 휩싸일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특정 작곡가의 곡 다량 생산, 작곡가에게 내재된 외국 음악에 대한 모티브 따오기 등이 베끼기 논란을 부추기는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겟차’ 표절 논란은 음반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주는 동시에 새로운 활력도 불어넣고 있다. 표절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도 조만간 갖춰질 전망이다. 음반제작자 및 작곡가들의 성찰 또한 곳곳에서 엿보인다. 기존의 인기 장르뿐 아니라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국내 음반업계의 창작 활동에 새로운 의욕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주간동아 2006.04.11 530호 (p75~75)

이동현 스포츠한국 연예부 기자 kulkur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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