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0

2006.04.11

재건축 아파트 투자해? 말아?

강도 높은 규제 투자 심리 위축 … ‘터’와 ‘땅의 지분’ 좋은 곳 실수요자 노려볼 만

  • 성종수 부동산 포털 ㈜알젠(www.rzen.co.kr) 대표

    입력2006-04-05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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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건축 아파트 투자해? 말아?

    재건축추진위의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서울 잠실 진주아파트 단지.

    재건축 아파트.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예민한 성격의 상품이다. 정부가 규제를 내놓고 ‘누르면’ 거래가 끊기고 값이 곤두박질친다. 그랬다가도 조금만 틈새가 생기고 규제 완화 소문이 돌면 값이 수억 원씩 다시 뛴다. 그래서 재건축 아파트를 ‘주택시장의 잣대’이자 ‘뜨거운 감자’라고 한다.

    40, 50대에게도 재건축 아파트는 관심 목록 1순위다. 특히 서울 강남 등 입지여건이 좋은 곳의 재건축 아파트는 자녀 교육을 위해 오랫동안 안착할 곳과 자산가치 상승 지역을 동시에 찾는 이들에게는 관심 대상 1순위다.

    이런 재건축 아파트가 요즘 다시 세간의 화제다.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전후해 급락했던 서울 강남 등지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올 들어 다시 치솟자 정부가 추가로 칼을 꺼냈다. 재건축으로 생기는 개발이익을 최고 50%까지 환수하는 등 강도 높은 규제를 내놓은 것. 들쭉날쭉하는 시장 상황에 재건축 아파트를 갖고 있거나 투자를 준비하는 이들은 혼란스럽다. 남들은 재건축 아파트 투자로 재산을 크게 불렸다는데, 과연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재건축 시장, 어디로 갈까

    규제만 놓고 보면 앞으로도 재건축 시장은 첩첩산중이다. 그동안 나온 규제만도 헤아리기 어렵다. 수도권 과밀 억제권역에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면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택을 반드시 60% 이상 지어야 한다.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주고 남은 일반분양 물량은 아파트를 80% 이상 지은 뒤 분양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지분은 입주 때까지 남에게 팔 수 없다.



    재건축 아파트 투자해? 말아?

    서울 잠실의 시영아파트 재건축 현장.

    게다가 올해부터는 재건축을 할 때 10~25%를 임대아파트로 지어야 한다.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전의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 입주권도 주택 수로 간주한다. 종전에는 사업승인을 받으면 재건축 아파트는 주택으로 보지 않고 분양권으로 간주해 1가구 2주택 산정에서 빼줬다. 그뿐만 아니다. 사업 초기인 재건축 아파트들이 학수고대하던 층 높이 규제 완화는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분위기만 보면 재건축 아파트값은 다시 하락의 터널로 접어들 것 같다. 일단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수요자는 조정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근원적인 가치가 높은 재건축 아파트는 당장은 집값이 흔들릴 수 있으나 길게 보면 반드시 하락 폭을 만회하게 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근원적 가치는 ‘터’와 ‘땅의 지분’이다. 터가 좋으면 모든 사소한 악재를 극복하고 가치를 찾아간다. 이런 곳의 아파트를 갖고 있는 이들은 눈앞에 보이는 시황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 보유하는 것이 낫다. 또 이런 곳의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기회를 봐온 이들은 시장에 악재가 터져 값이 떨어지고 급매물이 나올 때를 매입의 적기로 삼아야 한다.

    다만 근원적인 가치가 없는데 재건축 투자 바람을 업고 덩달아 오른 재건축 초기의 단지나 재건축이 도무지 성사되기 어려운 아파트, 조합원들이 갖고 있는 땅의 크기가 작은 단지, 변방에 있어 주변 집값이 낮은 재건축 아파트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가치 있는 재건축 아파트 고르는 법

    1. 일단 ‘가치체크 노트’를 만든다

    2000년 이후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플래카드만 붙여도 실제 재건축 성사 여부와는 관계없이 값이 올랐다. 그러나 이제는 안 된다. 앞으로는 잠재 가치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재건축의 가치 평가를 하지 못할 바에는 투자를 안 하는 편이 낫다. 가치 있는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 간의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 등 시장상황을 예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오로지 ‘가치’가 투자의 최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재건축의 투자성은 △대지지분 △신축 용적률과 층수 △일반분양가 △조합원 지분율 △사업추진 속도 등에 따라 판가름 난다.

    2. 주변 시세 높거나, 입주 시점에 맞춘 개발재료가 있는 곳으로 가라

    위치가 어디냐에 따라서도 가치가 결정된다. 주변의 아파트 값이 비싼 재건축 단지가 유리하다. 아파트 건축비는 비슷한데 분양가가 다른 것은 땅값 때문이다. 땅값이 비싸면 일반분양가가 높게 책정되어 조합원의 추가부담금이 줄어든다. 대지지분이 크더라도 주변의 집값이 싼 지방이나 변두리에 있는 재건축 단지라면 개발이익이 크지 않다. 반면 주변 시세가 비싼 재건축 단지는 입주 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지지분이 작거나 재건축 규제가 있더라도 재건축을 추진할 여지가 있다.

    저층 아파트를 구입한다면 굳이 로열층을 고를 필요가 없다. 5층짜리 아파트라면 1층과 5층의 시세가 조금 싼데 재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가치가 같다. 저층 재건축 단지의 평형 배정은 분양 면적과 대지지분에 따라 이뤄지며 층은 별다른 기준이 되지 않는다. 다만 1대 1 재건축(가구 수는 그대로 두고 평형만 늘리는 방식)을 추진하는 중층(10~15층) 단지는 로열층이 유리하다. 늘어나는 가구 수가 없기 때문에 재건축 후의 동·호수를 배정할 때 기득권을 인정한다.

    물론 재건축 후 반드시 같은 동·호수로 옮겨가는 것은 아니다. 중층 단지는 대개 로열층과 비로열층을 구분해서 추첨한 뒤 동·호수를 결정한다. 드문 경우지만 조합원들의 협의 아래 기존의 동·호수를 무시하고 추첨을 하는 사례도 있다. 따라서 중층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동·호수 배정방식을 미리 조합에 확인해봐야 한다.

    3. 대지지분 크고 현재 용적률 낮고, 신축 용적률 높은 곳이 낫다

    대지지분은 각 가구가 차지하고 있는 땅의 몫이다. 재건축에서 재산평가는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대지지분이 조금이라도 큰 아파트가 낫다. 재산액을 평가할 때 건물보다는 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재건축 아파트가 25평형이라 해도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대지지분이 12평이라면 이를 기준으로 재산액을 평가해 새 아파트를 배정한다고 보면 된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한 총 건축면적(지하층 제외)의 비율을 말한다. 용적률은 단지가 얼마나 빽빽한지를 가리는 밀도다. 서울의 경우 재건축 사업에 대한 용적률이 2003년 하반기부터 최대 250%로 줄어들었다. 주거지역 중에서는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이 가장 높은데, 일반주거지역을 1종·2종·3종으로 나눠 용적률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1종 일반주거지역은 허용 용적률이 최대 150%(4층 이하), 2종 일반주거지역은 200%(12층 이하), 3종 일반주거지역은 250%(층고 제한 없음) 이하다.

    4. 사업 추진 단계와 속도를 우선시하라

    재건축 시장에 규제가 많은 상황에서 과거처럼 빚을 잔뜩 내서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얻으려 하면 성공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럼에도 실제 입주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할 요량이라면 철저히 사업 추진 단계를 짚어봐야 한다. 아무리 가치가 높은 단지라도 추진 속도가 너무 느리면 정작 가치를 만끽하기 전에 헐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지지분이 크고, 용적률이 높게 책정된 지역이라도 조합 내부에 마찰이 심하고, 사업 추진이 매끄럽지 못한 단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각종 제도와 규제에 묶여 행정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기 어려운 단지도 피해야 한다. 사업 추진 단계가 어디까지 와 있는가에 따라 용적률이 큰 차이를 보이고, 수익성도 달라진다. 따라서 조합과 시공사, 행정기관을 통해 반드시 해당 재건축 단지의 사업 추진 단계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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