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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 혼합 경유’ 워밍업 없이 질주?

신재생에너지로 7월부터 주유소 보급 … 자동차·정유업계 “상품성 미검증” 우려 목소리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BD 혼합 경유’ 워밍업 없이 질주?

‘BD 혼합 경유’ 워밍업 없이 질주?

경기 수원시의 한 주유소 직원이 경유차에 바이오디젤을 넣고 있다(위). 바이오디젤은 식물성기름을 원료로 만든다.

7월부터 신재생에너지 바이오디젤(BD)을 섞은 혼합 경유가 전국 주유소에서 보급되는 것을 두고 자동차 업계와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신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일고 있는 것. 최악의 경우이긴 하지만 자가 운전자들이 BD 혼합 경유를 사용하다 차량 고장 등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 책임 소재나 주체를 둘러싸고 민원 발생 소지마저 있다.

BD 보급은 3월2일 정유업계와 BD 제조업체 대표들이 맺은 협약식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과 SK㈜, GS칼텍스 등 5개 정유사 사장단, ㈜가야에너지 등 BD 제조업체 대표들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BD 보급과 관련한 ‘자발적’ 협약을 맺고 정유사들은 7월부터 2년간 BD를 5% 이내(BD5)로 혼합한 경유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하기로 했다.

식물성 연료로 석유 대체 수단 ‘주목’

산자부는 “이번 협약 체결을 통해 BD 상용화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면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환경보호라는 2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날 정 장관은 “이번 협약식은 신재생에너지인 BD와 전통 화석에너지인 석유가 조화롭게 협력해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BD란 식물성기름을 원료로 만든 연료로, 콩이나 유채 등에서 짜낸 기름을 메탄올과 반응시키면 만들어진다. 옥수수, 사탕수수 등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과 함께 대표적인 석유 대체연료로 꼽힌다. 경유와 특성이 유사해 경유 자동차의 엔진 변경 없이 경유와 혼합해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 미국·독일·프랑스 등은 1990년대부터 BD 상용화를 추진해왔다.



정부가 BD 혼합 경유 보급에 적극 나서는 일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BD는 순환성 에너지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 등 환경 측면에서 기존 화석연료보다 우수해 향후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 환경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고유가 시대에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BD 자체의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에도 정부가 이의 보급에 힘쓰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미국의 부시 정부도 장기적으로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근 본격적으로 BD 보급에 나서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도 “국제유가가 1배럴당 90~100달러 정도는 돼야 BD의 경제성이 있는데, 그때 가서 대체에너지를 준비하면 너무 늦다”고 설명했다.

세계 BD 판매량의 75%를 소화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BD를 상용화함으로써 환경보호와 농가소득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얻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기연) 이진석 박사는 “유럽에서는 수송 부문에서 CO2를 저감하지 않고는 교토의정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 BD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유럽의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받고 휴경하는 농민에게 비(非)식용 목적의 작물 재배를 허용하자 휴경지의 90%에서 유채를 재배해 BD 원료로 공급함으로써 가외 소득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BD의 상품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석유협회 분석에 따르면 BD 혼합 경유는 기존 경유보다 연비가 8% 정도 떨어진다. 식물성이기 때문에 오래 보관하면 썩을 수도 있다. 또한 추위에 약해 겨울철에는 연료가 얼어붙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그동안 정부 주도의 시범사업에서 가장 문제가 된 게 바로 겨울철에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부는 2002년부터 BD 제조업체 6개사를 선정하고 이 회사들이 전남·북과 수도권 주유소 334곳에 BD 20%를 경유에 섞은 혼합유(BD20)를 공급하도록 했다. 산자부 신재생에너지과 김영삼 과장은 “BD20의 그런 문제 때문에 BD5를 공급하기로 했고, BD5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세계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자가 운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을 움직이는 연료를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에 실제 자동차를 대상으로 주행시험을 해서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에기연에 용역을 줘 2004년 8월부터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차가 생산한 레저용 차량(RV) 3대를 대상으로 주행시험을 하고 있다. 에기연 관계자는 “2년 동안 6만km 주행을 목표로 실차 주행시험을 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7월 말에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주행시험 결과가 나온 이후에 BD 혼합 경유 보급 사업을 시작해도 되는데 무엇 때문에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에기연의 주행시험 내용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서 디젤엔진 차량은 보통 20만km까지 주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6만km만 주행시험을 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설사 6만km 주행시험을 통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는다 해도 6만km 이상 주행한 차량에서 BD 혼합 경유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RV 3대로 주행시험 … 7월 말 결과 나와

또 고작 RV 차량 3대만 주행시험 대상으로 삼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기존 경유 엔진 차량의 차종 전부를 대상으로 주행시험을 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경유 승용차 한 대 정도는 포함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나마 에기연은 주행시험을 담당하는 운전요원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에기연 관계자는 “예산 확보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BD5가 당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산자부 관계자는 “BD5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BD 생산량의 제한 때문에 0.5%를 혼합하는 수준에 불과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끊임없는 시험의 산물”이라면서 “연료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정유업계대로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어서인지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지는 못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BD 혼합유를 생산하기 위해 별도의 설비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반길 회사가 있겠느냐”면서 “정부가 2011년까지 1차 에너지(석유·석탄·천연가스 등)의 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려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보급 기본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이를 밀어붙이고 있고, 정유업계는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아마추어적이고’ ‘고압적인’ 일의 추진 방식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간동아 2006.03.21 527호 (p44~45)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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