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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집 나간 ‘행정’을 찾습니다

“주인의식 없이 행정공백 못 막아요”

이의근 경북도지사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소신과 열정 살아나”

  • 이권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oriam@donga.com

“주인의식 없이 행정공백 못 막아요”

“주인의식 없이 행정공백 못 막아요”

이의근 경북도지사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최근 단체장이 사퇴한 경북 A자치단체. 이전 시장 B 씨가 결정했던 사안을 부시장인 권한대행 C 씨가 들어서면서 번복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담당 공무원이 같은 사안에 대해 권한대행에게 다시 결재를 받으면서 사정을 잘 모르는 B 씨가 전임자와 다른 결정을 내린 것.

같은 사안을 놓고 이전 시장과 권한대행의 정책집행 내용이 달라지는 이런 상황은 대표적인 행정공백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행정 혼란과 선거를 틈탄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눈치 보기, 줄서기 문화가 결합하면 행정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 대신 그 자리에는 정치와 선거 만능주의가 자리 잡는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런 현상은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과연 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고건 전 총리와 함께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되는 이의근 경북지사 눈에도 선거 국면에 발생하는 행정공백 현상은 심각한 수준으로 비치는 듯하다. 그는 특히 3선 제한으로 단체장 상당수가 교체되는 올해의 경우 행정공백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진단한다. 45년 동안 행정 관료로 살아온 이 지사는 행정공백 현상의 원인을 현실론에서 찾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제도적 허점 보완해야”



“현직 단체장이 출마를 결심하면 재선을 위해 선거 준비에 신경을 뺏길 수밖에 없다.”

선거 준비를 하는 자치단체장은 행정보다 정치와 선거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행정 누수로 이어진다는 것. 이런 진단에 바탕해 이 지사는 ‘공직자로서의 책임과 주인의식’을 행정공백을 메우는 대안으로 제시한다.

경북도는 지난해 말부터 서기관급을 포함한 10여명의 공무원이 출마를 위해 사직했다. 이 지사는 공무원의 선거 출마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지역 발전을 위해 능력 있는 지자체 고위 공무원들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나서는 것은 지방화 시대의 자연스런 흐름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이 불러올 후유증에 대한 우려는 크다.

“선거가 과열되면 행정조직이 흔들린다. 줄서기, 눈치 보기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런 것을 막기 위해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 지사는 행정공백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도 거론했다. 그는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돼야 단체장과 의회 의원들이 소신과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천권을 중앙정치권이 쥐고 있으면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중앙정치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지사는 “단체장의 후원금 모금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체장이 선거 등에 필요한 경비에 부담을 가지면 부정과 비리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대안이다.

이 지사는 ‘매니페스토(정당이나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의 목표와 기간, 필요 예산 등을 검증하자는 시민운동)’ 운동 같은 통제와 감시 장치의 강화도 행정공백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제시했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통제와 감시 장치가 활발하면 공직자들의 업무 밖 외도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 지사는 “이를 위해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랜 공직생활을 끝마치는 이 지사는 “민선 단체장의 경우 임기가 보장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주민 요구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주도면밀한 정책 검토보다는 선심성·전시성 행정 유혹에 끌리기 쉽다”며 “이를 단체장 개인의 성향이나 공무원의 기강해이 탓으로 몰기에 앞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2006.03.21 527호 (p22~22)

이권효/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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