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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집 나간 ‘행정’을 찾습니다

장관 차출 부처는 잘 돌아가나

인사청문회 전까지 정책 결정 미루기 … 전임 장관은 선거 준비 밖으로 돌기에 바빠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장관 차출 부처는 잘 돌아가나

1·2 개각 두 달 만에 또다시 개각이 단행됐다. 1·2 개각이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용이라면 3·2 개각은 지방선거용이다. 개각이 이뤄진 5개 부처 중 4개 부처 장관이 5·31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경기지사,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충남지사,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은 부산시장, 이재용 환경부 장관은 대구시장에 도전한다.

문제는 현직 장관이 지방선거에 차출되면서 해당 부처의 행정공백이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는 것. 정부는 1·2 개각 때의 전철을 또다시 밟고 있는 셈이다.

3·2 개각 4개 부처 장관 지방선거에 출마

1·2 개각 때 드러난 행정공백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노동부의 경우 신임 이상수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취임한 때는 2월10일. 개각이 발표된 지 무려 38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장관 업무를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노동부 장관은 사실상 두 명이나 다름없었다.

실무 공무원들로서는 여간 혼란스러웠던 게 아니다. 전임 장관과 후임 장관의 정책 방향이 전혀 달랐기 때문.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김대환 전임 장관과 달리 이 장관은 친(親)노동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실무 공무원들은 결국 한동안 일손을 놓고 신임 장관이 취임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또한 공무원들은 업무보고도 이중으로 해야 했다. 전임 장관에게 한 번, 후임 장관에게 또 한 번. 그러니 일 부담은 두 배로 늘어났고, 업무처리 속도도 당연히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비서실은 중앙인사위원회에 이 같은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 각 부처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1월 중앙인사위원회가 만들어 배포한 ‘국무위원 후보자 등에 대한 예우 및 행동지침’이 그것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신임 장관(공직 후보자)은 법적으로 임명장을 받기 전까지 장관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준비에만 전념하고 업무보고를 받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 반면 전임 장관(현직 장관)은 당초 정해진 일정 등에 따라 차질 없이 업무를 추진해 행정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3·2 개각 후 부처에 대한 취재 결과 1·2 개각 때보다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행정공백은 여전했다. 해당 부처에서 지원하는 후임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 범위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전임 장관은 현안에 대한 정책결정을 후임 장관에게 미룰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담당하는 실무 공무원은 잠정적 업무보류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또 부처별 상황에 따라 업무공백 형태도 다르게 나타났다. 행정자치부의 경우 중복 업무보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상수 장관 비서실장은 “현재 모든 회의를 주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보고도 정상적으로 받고 있다”면서 “다만 후임 장관이 결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긴급한 사안이 아닌 경우는 뒤로 미루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는 오영교 전임 장관이 업무보고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

전임 장관을 보좌하는 비서실과는 별도로 후임 이용섭 장관 내정자를 위해 업무지원을 하는 부서는 운영지원팀. 문제는 이곳에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명목으로 실질적인 업무보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해당 공무원 처지에서는 이중보고가 불가피한 셈이다.

운영지원팀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데, 국회 청문회 정책질의에 대비해 주요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에 대해 실무 국실장들과 토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는 장관, 오는 장관에게 이중 업무보고

행자부 일부 공무원들은 2월28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송학동 한 건물에서 열린 오 장관의 출판기념회에 동원되기까지 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행자부 공무원 20여명이 표찰을 가슴에 달고 행사 진행을 도왔다. 문제는 자발적인 참석이 아니라는 것. 현직 장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지적이다.

오 장관 비서실 측은 이에 대해 “출판사에서 직접 책을 판매했는데 출판사 직원 4명으로는 힘들다고 해서 비서실 직원들과 서무계 등 일부 부서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면서 “지난 1년간 행자부의 업무성과를 장관이 직접 쓴 책이기 때문에 행자부와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이해를 구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는 행자부의 혁신성과를 알리기 위한 자리라기보다 오 장관의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마련된 자리의 성격이 강했다. 오 장관은 이날 “지난해 12월 출판사와 협의할 때는 2월 말쯤 책을 내서 3월에 출판기념회를 할까 했는데, 3월에 하면 (선거법에) 걸린다고 해서 부랴부랴 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외부에서 보기에 절차상 행정공백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거돈 장관이 현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후임 김성진 장관 내정자는 중소기업청장 업무를 마무리하는 데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수부에서는 다른 형태의 행정공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개각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상당수 공무원들이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것. 해수부 내부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FTA 협상, 말라카이트 그린 관련 수산물 안전대책, 수협 지역조합과 공판장 적자구조 해소방안 마련 등 긴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이런 때 장관이 교체되는 것도 문제지만, 내부에서 강력히 희망했던 강무현 차관 대신 전문성이 전혀 없는 외부인사가 장관으로 내정된 것에 대한 불만이 무척 크다.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기도 어렵고 현안 해결능력도 부족한 외부인사를 왜 내정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이 환경부 장관 자주 대구 내려가 지역구 관리

해수부는 또한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 고민이다. 김 내정자가 중소기업청 청사가 있는 대전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 해수부 담당 부서에서 국회에 제출할 관련자료 준비는 물론 정책질의 대비에도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 중소기업청 청장은 아직 후임자가 내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부는 이재용 장관이 취임한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행정상 크고 작은 차질이 이어져 왔다는 지적이다. ‘선거용 장관’이라는 명예스럽지 못한 꼬리표가 임기 내내 붙어 다녔기 때문. 이 장관이 그동안 거의 매 주말마다 대구에 내려가 지역구를 관리해왔던 것도 이런 비판을 부추겼다.

장관 비서실 관계자는 “장관이라고 주말에 쉬지 말라는 법 있는가. 매주는 아니지만 주말에 대구에 자주 내려갔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대구에서의 개인 일정에 대해서는 비서실에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비서실의 이런 해명은 부처 내부의 분위기와 온도 차이가 크다.

환경부 내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말마다 대구에 내려갔다. 원칙적으로 주말은 쉬지만 긴급한 현안이 있을 때는 주말에도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장관이 대구에 내려갔는데 제대로 일이 진행되겠는가. 그동안 직원들은 이 장관이 언제 나가느냐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와 국회 환경위 소속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장관의 업무처리 능력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지난 1년 동안 누적된 환경문제가 적지 않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추진됐던 ‘팔당호 특별대책’이 수질 1급수라는 과도한 목표를 세워 실패로 끝났는데도 그 이후 아직까지 아무런 후속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또 올해를 환경보건 원년으로 잡고 아토피성 피부염 등 보건환경병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을 발표했음에도 아직 설비예산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봄철 황사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중국 환경대책 관련 예산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장관은 2월19일 대구를 방문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해자 묘소 참배’에 이어 ‘대구돌파 선언 기자회견’에 동행했다. 이 장관은 이날 ‘부패한 대구 지방권력을 교체하자’는 구호를 제창하는 등 국무위원으로서 지켜야 할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노준형 현 차관이 후임 장관에 내정됐고, 진대제 장관이 3월6일부터 시작된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길에 동행하는 등 그나마 행정공백 없이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간동아 2006.03.21 527호 (p18~20)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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