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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前 주간동아

영재 대안교육 … 자립형 사립고 신화

민족사관학교 화제 속 개교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영재 대안교육 … 자립형 사립고 신화

영재 대안교육 … 자립형 사립고 신화
무엇이든 시작이 어렵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초지일관(初志一貫)’이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과 자세를 끝까지 유지하기가 웬만한 의지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인 10년 전, 민족사관고등학교는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산골짜기에서 ‘대안교육’을 시작했다. 학생 수는 30명. 전국 중학교 성적 상위 1% 이내 지원자 136명 중 국어와 영어, 수학 필기시험과 ‘영재평가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영재들이었다.

학교의 수업 내용은 다분히 실험적이었다. 아침 7시50분 ‘정신수양’으로 일과를 시작한 학생들은 40분 동안 선(禪)과 서도(書道)를 배운 뒤 6시간 동안 일반 교과 수업을 받았다. ‘문학산책’ ‘생활과 독서’ ‘영미문화’ ‘영어고갱이’ ‘수학의 개념’ 등 일반 교과 과목도 여타 일반 고교와 크게 달랐다. 3월부터 시작할 국어, 영어, 수학 등 정규 수업에 앞서 교사와 학생 간에 ‘눈높이’를 맞춰가는 단계였던 것. 오후 수업 중간엔 태권도와 궁도 등을 배우는 ‘신체단련’ 시간이 있고, 마지막 수업 뒤에는 ‘전통문화계승’ 시간을 통해 사물놀이와 판소리 등을 배웠다. 저녁식사 뒤에는 5~6명으로 이뤄진 팀별로 주제별 토론을 하는 ‘탐구학습’에 이어 ‘자율학습’이 이어졌다.

학교 설립자는 파스퇴르유업 전 대표 최명재 이사장. ‘민족정신으로 무장한 세계적인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세운 그는 교육시설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학교 부지는 논외로 치고 건물 신축 등 시설비로만 268억원을 쏟아부었다. 최 이사장은 또 전국에서 최고의 교사들을 최고의 대우로 끌어모았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민족사관고의 수업 내용과 방식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수 동질집단 속에서 3년을 보내면 편협한 사고나 폐쇄적인 사회성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설립 초기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교육부는 다른 고교에 적용되는 교육정책을 따르도록 강요했고, 학부모들은 일류 대학 진학에 연연해 민족사관고를 외면했다. 최대 위기는 1998년 초에 찾아왔다. 모기업인 파스퇴르가 과도한 학교 투자로 자금난에 몰린 데다 IMF 사태까지 터져 부도를 피하지 못한 것. 그해 7월 화의개시 결정 이후 제3자 매각을 추진해오던 경영진은 결국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4년 한국야쿠르트에 회사를 매각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한 최 이사장 최후의 결단이었다.

개교 10년을 맞은 지금, 최 이사장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민족사관고는 국내 최고의 자립형 사립고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설립 당시의 뜻을 유지한 채.



주간동아 2006.01.31 521호 (p8~8)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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