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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체 세우고 릴리스 포인트 앞으로!

박찬호, 특별과외 통해 ‘투구폼 교정’ 구슬땀…오른쪽 무릎 고정과 부드러운 체중 이동 ‘과제’

  • 김성원/ 중앙일보JES 기자 rough1975@jesnews.co.kr

상체 세우고 릴리스 포인트 앞으로!

2004년 3월 박찬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낯익은 사진 몇 장이 우송됐다. 면도날 컨트롤의 소유자 그레그 매덕스(시카고 컵스)의 연속 동작을 찍은 사진이었다. 보낸 사람은 김성근 전 LG 감독(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코치).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던 이해 봄은 박찬호가 절치부심 재활 훈련에 박차를 가하던 때다.

김성근 감독 “매덕스의 투구폼을 배워라”

김 감독은 왜 박찬호에게 사진을 보냈을까. 그리고 왜 하필 매덕스였을까. 김 감독은 몇 가지 설명과 함께 살펴볼 포인트를 표시해줬다. 매덕스는 일관된 하체 밸런스를 유지하며 80%의 힘으로 100% 이상의 효과를 내는 투수다. 1cm까지 좌우로 공을 조정한다고 할 만큼 컨트롤에 자신 있는 투수.

김 감독이 박찬호에게 주목하라고 한 점은 매덕스의 하체였다. 항상 일정한 하체 밸런스를 유지하는 그의 투구폼은 교과서나 다름없다. 매덕스의 투구폼을 담은 사진 우송은 태평양을 건너 이뤄진 김성근-박찬호 투구폼 과외의 1막1장이었다.

어린 시절 박찬호의 우상은, 잘 알려진 것처럼 강속구 투수 놀란 라이언이다. 그의 역동적인 하이키킹(왼발을 머리 위까지 올려 파워를 높이는 투구 동작)은 마이너리그 초창기 시속 160km에 달하는 직구를 가능케 했다.



버트 후턴 당시 투수코치의 조언으로 하이키킹을 포기한 박찬호는 이후 다저스에서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는 동안 이른바 드롭 앤드 드라이브(drop & drive) 스타일로 극찬을 받았다. 당시 박찬호는 전설의 뉴욕 메츠 에이스 톰 시버와 흡사한 투구폼을 썼는데, 와인드업에 이어 릴리스 포인트까지 엉덩이 부위의 하체를 낮게 깔았다가(드롭) 그대로 수평 이동해 던지는(드라이브)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하이키킹과 드롭 앤드 드라이브는 이제 추억일 뿐이다. 박찬호가 투구폼과 밸런스 난조로 고민하던 시기는 텍사스 이적 시기와 맞물린다. 2002년 오스카 아코스타 당시 투수코치가 박찬호의 투구폼 교정을 시도했는데, 테이크백 동작을 할 때 오른손이 엉덩이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공을 던지는 옛 습관을 버리라고 요구한 것이다. 아코스타 코치는 백스윙을 간결하게 해서 던지는, 이른바 업라이트(upright) 스타일로의 개조를 주문했다. 그러나 그해 스프링캠프에서 허리 부상의 전조 격인 햄스트링(허벅지 근육) 부상이 있었고, 결국 이 실험은 미완에 그친다. 설상가상으로 후반기엔 손가락 부상으로 고생하면서 허망하게 2002년 시즌을 마쳤다.

2003년 겨울과 2004년 봄, 박찬호는 보디빌더를 연상케 하는 체구를 하고 나타났다. 웨이트트레이닝의 성과로 체력은 좋아졌으나 투수로서 몸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피칭에 필요한 근육 부위 강화에 실패했다(박찬호는 나중에 2003년 겨울의 훈련 방향이 잘못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 2004년 시즌 내내 부상자 명단에 오르내린 박찬호는 후반기부터 문제점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허리부터 시작됐고, 해결책은 늘 지적됐던 오른쪽 무릎에 있었다.

박찬호는 와인드업 때마다 디딤 발의 반대 발, 즉 왼쪽 다리를 2루 쪽으로 이동했다. 또 오른쪽 무릎도 심하게 2루 쪽을 향해 있다. 이는 박찬호의 고질병인 허리 뒤틀림을 유발시킨 오랜 투구 습관이었다. 이 동작의 하이라이트는 백스윙 때 나타난다. 팔을 뒤로 돌리는 동작을 할 때 몸이 먼저 홈플레이트 쪽을 향한다. 무게중심을 최대한 뒤로 가져간 뒤 앞으로 보내야 하는데 적절히 힘을 분산시키지 못했다. 이렇게 될 경우 오른팔이 활처럼 휘어져서 나오지 않고 뻣뻣한 막대기같이 나와버린다.

박찬호는 김 감독과 이 점을 계속 고쳐나갔다. 2루 쪽을 향하던 왼발을 곧바로 상체 위로 올린 뒤 착지하는 투구폼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투심 패스트볼(two-seam fastball)을 갈고닦아 미네소타전 2경기 연속 호투를 보인 2004년 8월 말의 모습이 바로 그랬다.

LA에서 개인훈련 뒤 2월 WBC 참가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 걸까. 2005년 전반기에도 통산 100승을 돌파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샌디에이고 이적 후 급격히 흔들렸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박찬호는 두 다리를 서로 맞물려 공을 던지는 ‘ㅅ’자 형태의 모습을 취했는데, 이는 오른쪽 무릎이 2루 또는 유격수 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고 동시에 홈플레이트 쪽으로 체중이 급격히 이동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완성해가던 투구폼은 공교롭게 이적과 함께 다시 흐트러진다.

샌디에이고 구장은 투수에게 유리하다. 또 아메리칸리그 시절보다 훨씬 편한 상대팀(LA다저스, 콜로라도 로키스 등)이 있다. 투심 패스트볼 대신 전성기 때의 포심 패스트볼 위주의 피칭을 바랐을 법하다. 박찬호는 이적 후 “예전 스타일(LA다저스 시절의 포심 패스트볼 위주 투구 패턴)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으나 여의치 않았다. 폼이 흔들리자 구위가 흔들렸고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텍사스 이적 이후 투구폼 변화의 중심엔 허리 부상이 있었다. 허리 부상을 무릅쓰고 부자연스럽게 던진 공은 성적 난조를 낳았고, 급기야는 “투구폼을 찾지 못하겠다”는 고백으로 이어졌다. 투구판에서의 디딤 발 이동과 세트포지션에서의 글러브 위치는 좋아졌지만, 이상적인 투구폼을 찾지는 못한 것이다.

최근 2년간 박찬호의 구위 회복을 위해 특별 지도를 해준 김 감독의 포인트는 딱 두 가지다. 오른쪽 무릎 고정과 이에 따른 부드러운 체중 이동. 김 감독은 1월8일 서울 중앙고 운동장에서 박찬호를 지도했다. 1월6일에 이어 두 번째 개인과외. 김 감독은 “왼쪽 무릎을 올릴 때 상체를 세우고, 체중 이동에 신경을 쓰면서 릴리스 포인트를 앞으로 당기라”고 주문했다. “허리 부상이 완쾌된 뒤 박찬호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게 교습을 마친 김 감독의 평가다.

박찬호는 “김성근 감독님이 지적한 부분을 잊지 않고 훈련할 것이다. 투구 밸런스를 찾아 이상적인 투구폼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1월 말까지 LA에서 개인훈련을 한 뒤 2월 초 하와이에서 꾸려지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대표팀 훈련에 합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올 시즌 박찬호가 이상적인 투구폼을 몸에 익혀 전성기 때의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520호 (p68~69)

김성원/ 중앙일보JES 기자 rough1975@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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