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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협회, ‘성형 스캔들’ 부메랑

남현희 실제 징계 이유는 ‘성형’ 아닌 ‘괘씸죄’說 … 협회 운영 행태에 누리꾼 비난 쇄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펜싱협회, ‘성형 스캔들’ 부메랑

펜싱협회, ‘성형 스캔들’ 부메랑

1월12일 대한펜싱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조종형 감독, 남현희 선수, 이성우 코치(왼쪽부터).

‘남현희 사태’가 처벌 수위 논란에서 진실 공방으로, 그리고 대한펜싱협회(회장 조정남) 고위층 개입 의혹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계펜싱선수권대회 여자플뢰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한국 펜싱사를 새로 쓴 남현희(25) 선수는 1월6일 대표선수 훈련기간 중 허락 없이 쌍꺼풀 수술과 턱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2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남 선수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허락을 받고 수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대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기강 확립을 내세워 과도한 처벌부터 내린 협회의 주먹구구식 행정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코칭스태프의 허락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남 선수 소속팀인 서울시청의 조종형 감독, 이성우 국가대표팀 코치와 “수술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윤남진 국가대표팀 감독 중 누가 거짓말을 했느냐는 점 또한 관심사가 됐다. 한편 협회는 지난해 여자플뢰레팀을 이끌고 세계펜싱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금메달 코치’ 이성우 씨를 ‘지도력이 없다’는 이유로 재임용하지 않아 한번 더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협회 고위층 아들 선발전 없이 대표선발 ‘잡음’

협회는 1월9일 ‘성형수술 스캔들’의 정확한 진상 파악을 위해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 타개책은 ‘원만한 해결’로 모아지는 듯하다. 12일 오전 소집된 회의에서 진상조사위원회는 사실 규명에 노력하기보다는 이해 당사자들 간의 양보와 타협을 통해 이번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현희 선수가 징계를 받은 이유가 ‘무단이탈’이나 ‘기강확립 차원’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한 언론 매체는 지난해 펜싱협회 고위층 인사 A 씨의 아들이 선발전도 치르지 않고 대표팀에 선발돼 기존 선수들과 마찰을 빚었는데, 이 과정에서 불만을 제기한 남 선수가 고위층의 미움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 매체는 또한 A 씨의 또 다른 아들이 9일 새로운 펜싱대표팀 코치로 선임돼 자질과 임용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코치로 임용된 A 씨 아들에 대해 한 펜싱 관계자는 “과거에도 코치로 선발될 뻔했지만 여론이 좋지 않아 탈락된 적이 있다”며 “그의 펜싱 지도자 능력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12일 오후 서울 오륜동 대한펜싱협회 사무실에서 이번 사태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남현희 선수와 이성우 코치, 조종형 감독을 만났다.

-열흘간의 신년휴가 동안 성형수술을 했다면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남현희) “허리측만증 때문에 6개월 동안의 척추 교정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코칭스태프가 태릉선수촌에서 기초체력 훈련을 하면서 물리치료를 받도록 했다. 어차피 펜싱기술 훈련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성형수술을 하고 몸을 회복한 뒤 2월 열리는 그랑프리대회에 대비한 훈련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열흘간의 신년휴가가 있다는 것은 지난해 12월26일 태릉에서 퇴촌당한 뒤에야 알았다.”

펜싱협회, ‘성형 스캔들’ 부메랑

2005년 10월 세계펜싱선수권대회 여자플뢰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왼쪽에서 세 번째가 남현희 선수.

-허락 없이 성형수술을 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생각하나.

(남) “성형수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이전부터 협회에 계신 분이 날 싫어한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대표선수로 뛰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고 더 잘하자고 맘먹었다.”

-왜 협회로부터 미움받게 됐나.

(남) “내가 그분들이 원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다. 그게 무엇인지는 밝힐 수 없다.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훈련에 몰두하고 싶을 뿐이다.”

-협회 쪽에서 남 선수를 대표팀에서 나가게 하라는 요구가 여러 번 있었나.

(이성우) “그렇다. 하지만 재능 있고 열심히 하는 선수라서 내보낼 수 없었다. 2005년부터 펜싱 규정이 바뀌어 남 선수가 10년 동안 주특기로 삼았던 ‘꾸랑세(찍는 동작의 일종)’로 점수를 획득할 수 없다는 점이 거론됐지만 남 선수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찌르는 기술을 익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는 데 일조했다. 동작이 빠르고 의욕이 강하다는 점에서 남 선수를 좋은 선수로 평가한다.”

-자격정지 2년간은 남 선수에게 얼마나 큰 타격을 입히는가.

(조종형)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끊어진다고 보면 된다. 6개월만 시합에 나가지 않으면 감각을 잊어버려 재기가 불가능하다. 펜싱은 고도의 정신력과 마인드 컨트롤이 요구되는 운동 경기다. 코칭스태프의 허락 아래 수술받은 만큼 단 이틀의 자격정지도 용납할 수 없다. 이번 일로 남 선수가 마음의 상처를 받아 정신력이 약해질까봐 걱정이 크다.”

-재임용에서 탈락된 현재 심경은.

(이) “남 선수가 허락을 받고 수술한 것이라고 증언했을 때부터 재임용되지 않을 거라 고 예상했다. 한국체대 졸업 후 프랑스로 건너가 국립펜싱학교 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그곳에서 6년 동안 펜싱 코치로 일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우리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자 협회로부터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자’는 제안을 받고 귀국했다. 여자플뢰레 대표팀 코치를 맡은 지 1년도 안 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성과를 거뒀다. 이 때문에 지도력이 없다는 협회의 평가를 납득할 수 없다. 재임용되길 바란다.”

펜싱협회, ‘성형 스캔들’ 부메랑

‘성형수술 스캔들’이 발생한 뒤 대한펜싱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이 협회에 대한 성토의 글로 도배됐다

-이번 일 때문에 펜싱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진 않는가.

(남) “성남여중 1학년 때 처음 검을 잡았다. 하면 할수록 펜싱에 푹 빠져들었다. 몸이 아플 때도 검이 잡고 싶어 안달이 날 만큼 펜싱을 좋아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해 그랜드슬램(그는 2001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을 달성하고 싶다.”

한편 이번 사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김국현 강화위원장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일 뿐”이라며 “조만간 모든 사안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비인기 종목인 펜싱이 이번 일로 인해 많은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됐다. 대한펜싱협회 홈페이지 게시판은 지난 2년 동안 불과 100여건(상업광고 글까지 포함)에 불과했던 게시물이 1월12일 오후까지 900여건으로 크게 늘었다. 대부분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와 유능한 지도자를 내치기로 한 협회의 결정에 대한 성토와, 협회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길 바라는 글이었다. 젊은 여자선수의 성형수술이 발단이 돼 협회 고위층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된 이번 사태에 대해 펜싱인들이 지혜로운 해결책을 내놓을지, 아니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제 식구 감싸기로 사태를 종결할지 두고 볼 일이다.



주간동아 2006.01.24 520호 (p32~33)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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