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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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복지부, 의료계가 답할 차례”

의원마다 천차만별 처방률 납득 안 돼 … 오·남용 해결 위해 의료계는 얼마나 노력했나

  • 서순성/ 변호사·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실행위원

    입력2006-01-18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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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복지부, 의료계가 답할 차례”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하라고 판결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문.

    전 국민이 항생제 오·남용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항생제 내성률 1위 국가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국민 대다수는 단순 감기나 독감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항생제 주사 한 방 맞아야 병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또 항생제가 든 강한 약을 처방하는 병원을 선호한다.

    감기 환자의 95%를 담당하는 의원의 상당수는 환자가 내원하면 상담이나 대증요법을 시행하며 24시간 정도 관찰기간을 갖고 폐렴 등으로 전이됐는지 여부를 지켜보지 않고, 바로 항생제를 포함한 감기약 처방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의료계와 의료 소비자의 이율배반이 우리 국민의 항생제 내성률을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만들었다.

    “세균감염 가능성 큰 종합병원보다 일반의원 처방률이 더 높아”

    참여연대는 주요 질환인 감기 치료에서 항생제 오·남용을 막는 것이 국민 건강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제 사용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1년부터 실시한 항생제·주사제·약품비 등 3가지 항목에 대한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중 급성상기도감염(단순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에 대해 요양기관별, 의원별 급성상기도감염 등 상병에 따라 동일 그룹별로 백분위 등급평가를 실시해 등급으로 산정된 평가결과와 평가군별 평가지표를 해당 요양기관에 개별 통보함으로써 의료기관 스스로 항생제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음에도 의료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의사 고유의 영역인 처방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며, 환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항생제 과다처방 여부가 좋은 병원과 나쁜 병원이라는 오해를 야기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 또한 의료행위가 의사가 가진 과학적으로 검증된 의료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전 인격적 판단 영역임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번 소송과정 중 제출된 2003년도 1분기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 상위 10개 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98.87%에서 99.61%에 이르렀고(2003년도 국정감사 자료), 2005년도 1분기 급성상기도감염의 평가결과는 세균 감염 가능성이 높은 종합병원이나 종합전문병원에 비해 일반 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이 더 높았다.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해 처방한 의원 중 항생제 처방률은 0.3%인 의원부터 99.3%에 이르는 의원까지 의료기관 간 표준편차가 31.09에 이르러 비정상적으로 차이가 났다. 특히 이비인후과와 소아과의 항생제 처방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결과에 대해 의료 비전문가인 원고 대리인이나 재판부 모두 납득할 수 없었다. 적어도 의료계는 의사의 고유 영역인 처방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항변을 하기 전에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했는지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혹 환자 유치, 진료시간의 압박 등 열악한 의료경영 환경에 편승해 수동적으로 순응해오지 않았는가 자성이 필요한 때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을 통해 감기에 항생제 치료 효과가 없다는 의학계의 검증된 진실을 국민에게 알렸다. 또한 약물 투여와 빠른 치유를 원하는 환자의 기대를 완화할 수 있는 교육적 효과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젠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답할 차례다. 이번 명단 발표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결구도로 몰아 명단 공개 여부에 불필요한 힘을 쏟지 말고, 국가적 수준에서 감기뿐 아니라 축·수산물 등에 광범위하게 투여되고 있는 항생제 오·남용을 막을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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