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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訪中 깜짝쇼 … 선물 보따리 챙기나

김정일 위원장 1월13일 광저우서 모습 드러내 … 경제 재건·위폐 문제 해결 위한 ‘고난의 행군’?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訪中 깜짝쇼 … 선물 보따리 챙기나

訪中 깜짝쇼 … 선물 보따리 챙기나

2001년 러시아 방문 당시 특별열차에서 손을 흔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중국 방문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중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005년 10월 말 평양을 방문한 지 불과 2개월이 지난 시점이어서 김 위원장의 방중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특히 첩보전을 방불케 한 중국에서의 그의 행적은 각국 언론과 국민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과연 김 위원장의 방중 배경은 무엇일까.

현지 소식통과 대북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김 위원장 방중의 배경은 크게 경제적인 이유와 위조지폐 문제 타개 등 두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방북한 후진타오 주석으로부터 두 가지 경제 선물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의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등 노후화된 중공업 재건과 경제개발을 위한 20억~30억 달러 규모의 중장기 경제원조다. 국내 한 대북경제 전문가의 분석이다.

“후진타오가 방북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김정일이 움직일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김정일은 미국의 마카오 계좌 동결로 ‘실탄’이 떨어졌다. 후진타오가 약속한 선물(20억 달러 지원)을 확실하고 신속하게 받아내기 위해서는 김정일이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과거에도 중국은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 다음에 대북지원을 공식화한 적이 있다.

은밀한 행보 전 세계 이목 집중



하지만 중국의 대북지원에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중국은 북한에 중국식 개혁·개방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자기식 개혁·개방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해 식량배급제를 정상화한 것이 단적인 예다. 김정일이 후진타오와 만나 이 전제조건을 해소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하나의 선물은 지난해 12월24일 북-중 간에 체결한 ‘해상 원유개발에 관한 공동협정’이다. 북한과 중국은 10년 넘게 북한 서한만에서 중국 보하이(渤海)만에 걸쳐 매장된 엄청난 규모의 원유개발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중국은 원유개발을 독점하기 위해 매장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숨긴 채 치밀하고 다각적인 노력을 해왔다. 그러다 북한의 반발과 경제지원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공동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입장에서는 원유개발에 성공할 경우 경제개발뿐만 아니라 국제관계에서 늘 발목을 잡아왔던 에너지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 기간 중에 공동협정에 따른 후속작업을 서두르는 한편,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에 위치한 신흥 석유공업 도시인 다칭(大慶)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정보통들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갑작스런 방중을 북-중 간 원유개발 협정과 연관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6자회담의 최대 걸림돌로 대두된 위폐 문제도 김정일 방중의 배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북한 위폐 불법유통에 대한 미국의 대북 압박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북한 위폐 문제를 전담해온 미 재무부 대표단이 1월 22일 한국에 이어 중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들과 위폐 문제에 대한 정보와 처리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중국 정부도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요청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중국 은행에 위폐와 관련한 자체 조사를 지시하는 등 미국의 대북 압박에 동조하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 북한 입장에서는 비상이 걸릴 만하다.

북한 뒤흔든 동북공정

사실 중국에 장쩌민 이후 후진타오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예전같지 않았다. 원인은 중국에서 제공했다. 중국은 북한의 신의주 관광특구 개발과 나진 선봉지구 개발을 도와주기는커녕 발목을 잡았다. 둘 다 카지노가 문제였다. 하지만 북한이 가장 불만스러워했던 것은 중국의 동북공정이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중국 후진타오 정권의 동북공정은 북한 입장에서 볼 때 존립기반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는 반(反)중국 정서가 팽배해졌고, 미국이 이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며 “후진타오 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김일성 이후에도 친중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예방 차원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과거 전통적인 우호관계와는 크게 달라진 북-중 간의 관계가 북한을 더욱 긴장시킨 측면이 있다. 이번 김정일의 방중은 후진타오 방북에 대한 화답이자 전통적인 우호관계 회복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북한의 올해 화두는 경제 재건이다. 북한 정부의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 “인민경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의 개건(改建), 현대화 사업을 중요한 경제 전략으로 내세우고 새 출발을 한다는 입장에서 혁신적으로 내밀어야 한다”는 대목에서도 이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한의 경제 재건을 위해 중국의 경제지원과 미국의 위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힘겨운 여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북 전문가와 현지 소식통의 일치된 분석이다.

뒤통수 맞은 한국 정부

하루 지나도록 정보 깜깜…각국 언론도 說說


訪中 깜짝쇼 … 선물 보따리 챙기나

김정일 위원장이 1월13일 투숙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광저우의 바이톈어 호텔.

김정일 방중설이 전 세계에 처음 타전된 것은 1월10일 새벽 3시. 연합뉴스는 북한과 인접한 중국 현지 소식통의 전언을 근거로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특별열차가 랴오닝성 단둥을 거쳐 중국으로 입경했다는 베이징발 뉴스를 보도했다. 뉴스는 전날 오후부터 압록강변 유람선과 보트 운항이 전면 금지된 데 이어, 이날 새벽 단둥역 주변에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것을 방증으로 제시했다.

김정일 방중설은 이날 오전 한국 군 정보 관계자와 단둥 현지 소식통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다만 현지 소식통이 전한 내용을 종합해볼 때 김정일 특별열차는 방중설 첫 보도 시점보다 3시간 정도 늦은 오전 6시15분을 전후해 단둥역을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후 언론사의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 그가 무슨 목적으로, 어떤 교통편을 이용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어떤 정보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중국과 북한 정부는 물론 두 나라 언론들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해볼 때 한국 정부는 하루가 지나도록 이렇다 할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던 듯하다. 외교부와 국정원은 물론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방중설의 진위 및 김정일의 소재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하루 종일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일부 관계자는 오히려 기자들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한편 각국 언론은 김 위원장 일행의 행적을 찾기 위한 추적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의 잠행과 언론의 추적은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현지 소식통’이라는 인적 정보에만 의존해야 하는 언론의 한계는 금세 드러났다.

11일 새벽 6시.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중국을 거쳐 러시아로 향했다는 소식을 워싱턴발로 전했다. 방중설 자체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었다. 각국 언론은 워싱턴발이라는 점에 주목, ‘익명의 소식통’이 한반도 정보에 정통한 미 정부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인용 보도했다. 몇 시간 뒤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편이 아닌 항공편을 이용해 이미 상하이에 도착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 탑승 여부에 대한 보도도 종잡을 수 없었다. 10일에는 특별열차에 탑승한 것을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더니, 11일에는 탑승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는 정반대 보도가 나왔다. 두 내용 모두 ‘현지 소식통’을 인용한 것이었다.

급기야 12일 러시아 통신사 이타르타스는 북한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 위원장은 현재 북한에 있으며, 중국을 여행 중인 의문의 인물은 그의 가족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소식통’들에 의해 전 세계 언론이 놀아난 셈이다. 김 위원장 일행은 그러나 13일 오후 광저우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주간동아 2006.01.24 520호 (p12~13)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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