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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악마’ 응원열차, 꿈★은 이루어진다

철도公, 北-시베리아-베를린 운행 추진 … 러시아와 협력 합의, 북한과는 2월 중 협의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붉은 악마’ 응원열차, 꿈★은 이루어진다

‘붉은 악마’ 응원열차, 꿈★은 이루어진다
2006년 5월 수천명의 ‘붉은 악마’를 태운 월드컵 응원열차가 부산을 출발할 예정이다. TKR(한반도종단철도)의 출발역을 떠난 이 열차는 서울과 개성을 거친 뒤 동해 쪽으로 방향을 틀어 경원선을 타고 북을 향해 달린다. 이 여정에 북한 젊은이들이 남한의 붉은 전사들로부터 유니폼을 선물 받고 동승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청진과 나진을 통과한 응원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의 하산(Khasan)에서 잠시 기적을 멈춘다. 호흡을 고른 열차는 TSR(시베리아횡단철도)을 이용해 독일 베를린에 입성, 월드컵 구장에 ‘붉은 악마’를 내려놓는다. ‘붉은 악마’들은 25명의 태극전사를 호위, 제2의 월드컵 기적을 연출한다.

DJ 방북 프로젝트와도 밀접

꿈같은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이 정부 당국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을 추진 중인 기관은 한국철도공사(사장 이철·이하 철도공사). 이철 사장은 1월10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기자와 만나 “북한과 러시아, 체코 등을 거쳐 독일로 가는 월드컵 응원열차를 운행하기 위해 러시아 측과 접촉,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조만간 북한을 방문, 월드컵 응원열차의 북한 통과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그는 북측에 이미 간접 경로를 통해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에 대한 입장을 전달, 긍정적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민간기업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응원열차 운행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지만 정부 당국자가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사장은 “북한 측이 응원열차의 통과를 허락하지 않을 경우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비행기로 간 뒤 TSR로 갈아타는 별도의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라고 밝혀 응원열차 운행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은 “기찻길을 통해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 프로그램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DJ의 기찻길 방북 아이디어를 처음 제기한 이 사장은 조만간 동교동을 방문, DJ와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계획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참여정부 인사들도 지원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지역을 통과하는 월드컵 응원열차가 운행될 경우 분단 60여년 만에 끊어진 혈맥을 잇는다는 측면에서 만만치 않은 의미를 가진다.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을 처음 구상한 곳은 월드컵 공식 음료지정업체로 선정된 한국코카콜라(사장 아서 밴 벤덤). 한국코카콜라 서윤경 홍보과장은 12일 전화통화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 한계가 너무 크다고 판단, 계획을 취소했다.

‘붉은 악마’ 응원열차, 꿈★은 이루어진다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에 철도공사가 관심을 보인 것은 2005년 10월. 당시 서울에서 열린 CCTST(시베리아횡단철도 운영협의회)에서 이 사장은 러시아 철도공사 야쿠닌 사장과 만나 “극동지역 노선 확충을 위해 남북 및 러시아가 협력하자”는 원칙에 합의하면서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 아이디어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가 끝난 뒤 철도공사는 남북 교통기능을 회복, 물리적 분단을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을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나섰다.

양국이 의견을 주고받은 2개월 후인 12월, 철도공사 남북철도팀 관계자들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철도공사 관계자들과 마주 앉았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두 가지 원칙에 합의했다. 하나는 TKR과 TSR 연결을 위해 양국이 노력한다는 것. TKR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대륙철도망인 TSR과 TCR(중국횡단철도), TMGR(몽골횡단철도), TMR(만주횡단철도)과 연결될 경우 유럽과 동아시아 시장을 육상으로 연결, 물류혁명이 가능하다는 게 철도공사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철도공사 측은 “현재 TSR의 최대 수혜국은 러시아와 북유럽 및 종착지인 핀란드지만 5년 또는 10년 후 동유럽과 중앙아시아로 대상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철도공사 관계자들과 협상에 나선 철도공사 관계자들이 관심을 기울인 또 다른 이슈는 월드컵 응원단 수송을 위한 양국의 협력체제 구축 문제. 이와 관련 이 사장은 “당시 회담에서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에 양국이 협력한다는 큰 원칙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당시 논의된 내용을 검토 중이다. 그리고 검토된 내용들은 1월 말 러시아 철도공사 관계자들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이 사장의 설명이다.

“어느 노선을 이용할 것인지, 또 열차를 연결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수송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소요시간은 얼마인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등 실제로 열차를 운행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TKR이 TSR에 접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을 거쳐 신의주까지 945km를 달리는 경의선 구간을 이용한 노선을 TKR1이라고 한다면, 서울에서 경원선으로 연결되는 노선을 TKR2 노선으로 볼 수 있다. 이 철로는 서울을 거쳐 평강, 원산을 지나 두만강역으로 이어지는 총연장 1313km 노선. 이 사장은 월드컵 응원열차 노선에 대해 “두 노선을 혼합, 기술적으로 가능한 노선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개성까지는 TKR1 노선을 타고 가다 이후 동해로 방향을 돌려 경원선과 만나는 KTR2 노선으로 갈아탄다는 것. 이 사장은 그 이유에 대해 “열악한 북한의 철로 사정을 감안, 시속 20km라도 제대로 달릴 수 있는 노선을 모색하다 보니 지그재그 노선이 대안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붉은 악마’ 응원열차,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6월4일 한국과 폴란드 경기가 벌어진 부산으로 가기 위해 열차에 탑승한 ‘붉은 악마들’.

이 사장에 따르면 북측 철로 사정은 전체적으로 열악하지만 휴전선 부근에서 개성까지는 거의 완벽하다고 한다. 이 노선은 남측 기술자가 선로를 점검하는 등 안전진단까지 마친 상태라는 게 이 사장의 설명. 현재는 막바지 역사건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개성을 거쳐 TKR1 노선을 타면 평양까지도 열차 운행이 가능하다. 이 사장은 “지금이라도 북한 측이 승낙하면 열차를 출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남측 철로 사정과 비교할 수 없지만 20~40km 속도로 달리는 데는 지장이 없다는 게 철도공사 측의 설명이다.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북한 측이 안방과 앞마당 문을 열어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이 사장은 빠른 시일 안에 북한을 방문, 이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을 비롯, 정치적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늦어도 2월 말 이전에 방북하겠다는 것이 철도공사 측의 구상이다. 이 시장은 방북 기간에 DJ의 기차방북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에는 난관이 적지 않다. 우선 정치·군사적 문제가 대두된다. 북측이 응원열차 통행을 허락할 경우 지금까지 한 번도 드러낸 적이 없는 군사 요충지의 속살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민감한 문제다. 남측 젊은이들이 ‘안방’을 통과할 경우 북한 주민들이 동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그것이 문제가 된다면 창문을 모두 폐쇄하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철로의 궤간 간격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 한국과 북한, 중국, 유럽은 1435mm의 표준궤를 사용한다. 그러나 러시아 일부 구간은 1520mm의 광궤를 사용한다. TKR과 TSR를 연계하기 위해서는 환적작업이 필요하고, 추가비용과 운송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TKR과 TSR을 잇는 일부 노선의 경우 광궤는 물론 표준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남북통일 염원 대내외에 표출

또 철로 사정이 열악해 운행속도가 무척 느리다. 시속 60km로 달리는 평양-신의주 구간이 가장 빠른 구간에 속한다. 산악 지형인 평양-혜산진 구간은 평균 시속 22km에 불과하다. 개성에서 하산까지는 수백 km가 넘는다. 이 거리를 시속 20~40km로 달린다면 철로 점유시간이 상당하다. 철로가 단선일 경우 교행할 수 있는 대피선도 필요하다. 대피선은 뒤따르는 열차를 피할 때 필수적이다. 이 사장은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노선을 개·보수할 수는 없지만 열차 운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개·보수와 시험운행은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철로 사정을 감안해 저속으로 달리면 된다”는 이야기다. 민족의 대동맥을 잇는다는 역사적 상징성을 감안한다면 비록 걷는 정도의 속도일지라도 운행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

이 사장은 필요하다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통일부 등과도 협의해 문제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이미 통일부 고위 관계자와는 구체적인 의견을 주고받은 상태.

이 사장은 북한이 기찻길 개방에 소극적일 경우를 대비,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TSR 종착역인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비행기로 가 그곳에서 열차로 갈아탄다는 것. TKR을 타고 가는 것보다 의미는 떨어지지만 남북통일의 염원을 표출하는 수단으로서는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 사장은 1월 말 한-러 철도공사 실무자 회의 때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사 측은 1월 말 한-러 철도공사 실무자 회의에서 구체적 내용이 합의되면 공식적으로 월드컵 응원열차 운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월드컵 응원열차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한반도는 또 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60여년 만에 남과 북이 하나로 이어지는 역사적 현장을 중계하기 위해 세계 유력 언론들이 응원열차에 동승, 취재경쟁에 나서는 것도 예상할 수 있다. DJ가 기차편으로 방북길에 오른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찻길 답방도 기대해볼 수 있다. 남북을 하나로 연결하는 평화열차의 중단 없는 운행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주간동아 2006.01.24 520호 (p6~8)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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