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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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남자냐, 나를 좋아하는 남자냐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6-01-16 08: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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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남자냐, 나를 좋아하는 남자냐
    추창민 감독의 ‘사랑을 놓치다’는 10년에 걸친 두 사람의 길고 갑갑한 연애 이야기다. 1994년, 조정부에 몸담고 있는 대학생 우재는 여자친구에게 차인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남몰래 그를 짝사랑하던 수의학과 학생 연수가 있었다. 수년에 걸친 끈질긴 인연이 이어지는 동안 연수와 우재는 간신히 연결될 기회를 얻지만, 그 기회가 실현되기엔 우재는 지나치게 자신이 없고 연수는 소극적이다.

    그러는 동안 연수를 사랑하는 청년 상식이 두 사람 사이에 등장한다. 연수는 계속 우재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마음을 고쳐먹고 상식을 택할 것인가? 그리고 우재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줄거리만 보면, ‘사랑을 놓치다’는 ‘마파도’의 감독이 다음 작품으로 선택할 만한 작품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원래 추창민의 첫 번째 프로젝트가 ‘사랑을 놓치다’였다니, 오히려 예외는 ‘마파도’였는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추창민은 제대로 된 연애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뻔한 이야기 속 은근한 재미

    ‘사랑을 놓치다’는 여러 면에서 ‘광식이 동생 광태’와 비교할 만하다. 두 영화 모두 남자들이 연애에 임하는 태도에 대한 반성문이다. ‘다시는, 더 이상 사랑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고 똑바로 살겠습니다’라는.



    단지 ‘사랑을 놓치다’는 이 주제에 대해 더욱 신중하고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 영화에는 ‘광식이 동생 광태’의 경쾌한 농담은 없다. 관객들이 이전에도 수십 번은 보았을 게 분명한 뻔한 이야기와 그 상황 속에서 지겨울 정도로 소극적인 두 주인공은 홍보 담당자들에게는 ‘악몽’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그런 걱정은 사라지고, 은근히 재미가 있다. 감상주의는 절제되어 있고, 농담은 풍부하며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들리도록 하는 화법도 괜찮다. 놀랍게도 이야기의 페이스도 상당히 빠른 편이다. 영화는 심심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영화 자체가 그들처럼 소극적이거나 심심한 건 아니다.

    배우들 역시 언급할 가치가 있다. 오랜만에 어깨 힘을 뺀 연기를 보여주는 설경구도 괜찮지만, 이 영화에서 진짜 칭찬해줄 만한 가치가 있는 배우는 송윤아다. 어떻게 보면 배역 운이 없었던 배우인데, 이 영화는 송윤아의 매력과 실력을 재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송윤아의 엄마로 나오는 이휘향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우리가 종종 접했던 냉정한 도시 중년여성에서 벗어나 투박한 시골 아줌마로 등장해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추창민

    2000년 연출한 단편 ‘사월의 끝’이 해외 단편영화제들에 초청되면서 알려졌고, ‘행복한 장의사’ ‘태양은 없다’의 조연출을 거쳐 ‘마파도’로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하여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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