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1

2005.09.06

국내용? ‘독사’는 이제 국제용

이세돌 9단(흑) : 최철한 9단(백)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5-09-02 10:3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국내용? ‘독사’는 이제 국제용
    이창호 9단이 예전 같지 않은 행마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 바둑의 새로운 해결사로 등장한 기사가 투톱, 이세돌 9단과 최철한 9단이다. ‘폭풍의 아들’ 이세돌 9단은 최근 3년 새 세계대회 우승을 여섯 번이나 차지하면서 세계바둑계에 폭풍의 핵으로 떠올랐으나, ‘독사’ 최철한 9단은 국내에서는 이창호 9단을 연파하는 괴력을 보이면서도 세계대회에서는 준우승을 두 번 하는 데 그쳐 ‘국내용’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중환(中環)배는 대만이 응씨배에 이어 지난해 두 번째 선보인 세계대회. 우승상금이 7000여만원으로 비교적 적고 중국이 불참한 채 16명의 초청기사들로 치러지기 때문에 ‘미니 세계기전’이란 느낌을 주지만, 한국-일본-대만의 타이틀 보유자가 대거 출전해 팬들의 관심이 높다. 앞서 7월에 열린 후지쯔배에서도 우승컵을 다툰 이세돌과 최철한이 여기서도 결승에 올라 연속 세계대회 우승을 다퉜다.

    두 기사의 바둑 스타일은 모두 화염방사기를 방불케 하는 바둑. 그러나 흑1의 공격이 빗나간 방향이었다. 흑5까지 한껏 기분은 냈으나 ‘다음’이 궁색하다. 처럼 틀어막는 것은 백6까지 알기 쉽게 살아버린다. 해서 흑7 이하로 찝쩍대며 이것 아니면 저것을 노렸으나 별무신통이었다. 오히려 흑의 엷음만 자초하며 주도권을 빼앗겨버렸다. 올바른 공격의 방향은 의 흑1, 날일자였다. 그러면 백은 A에 붙여 쌈지를 떠야 하는데, 이때 선수를 잡고 다른 큰 곳으로 달렸으면 좋았다.

    삼세번째 세계대회 도전에서조차 실패했으면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렸을 최철한 9단이 앞서 후지쯔배의 빚을 갚으며 마침내 우승 코를 뚫었고, 세계대회 4관왕 등극을 노렸던 이세돌 9단은 우승 행진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212수 끝, 백 불계승.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