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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폭탄’ 떨어져도 강남 불패?

8·31 부동산 종합대책 후폭풍 어디까지 … “단기적 영향, 장기적으로 끄떡없을 것” 반응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세금 폭탄’ 떨어져도 강남 불패?

‘세금 폭탄’ 떨어져도 강남 불패?
“일 없습네다.”

북한식 표현으로 ‘괜찮다, 문제없다’는 뜻이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대해 ‘세금 폭탄’이니 유례없는 초강력 조치니 하는 말들이 오가지만, 정작 그 주 공격처인 서울 강남권은 바로 이 ‘일 없습네다’ 분위기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아 “단기적 영향은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조치가 지나치다 생각하는 쪽이나 턱없이 약하다고 믿는 쪽이나 결론은 비슷하다(62, 63쪽 전문가 인터뷰 참조). 오히려 “8·31 대책 시행으로 강남은 명실상부한 부의 철옹성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투기세력 잡겠다는 결의 확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투기세력을 잡겠다는 결의가 확고하고, 그렇게만 된다면 강남 집값은 하락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8월26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은 ‘시장’이 실패한 대표적 영역”이라며 이제 정부가 나서 그 물줄기를 바꿔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시장의 목소리’는 강력하다. 이는 ‘수요 있는 곳에 공급 있고,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른다’는 상식에 기반한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에 대해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투기꾼들이 조장한 허상에 가깝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타 지역에라도 더 싼 가격에 비슷한 수준의 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면 수요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 ‘강남 집값만 잡으면 왜곡된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으며, 그 혜택은 무주택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믿음 또한 확고하다. 과연 8·31 대책은 강남 집값 하락과 부동산 시장 안정, 서민 주생활 복지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8·31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고가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조세 부담 가중이다(표 참조). 실제 1가구 3주택 이상 소유자나 기준시가 6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2006년부터 주택매매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되고 이를 통해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에 근접하게 되면, 사실상 2007년부터는 강남·분당 등에 30평형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한 이들 대부분이 종합부동산세 적용 대상에 포함되게 된다. 전문가들이 “대책 발표 후 6개월에서 1년 동안은 강남 부동산 가격이 하락, 혹은 강보합 내지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 여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1년 후에는 다시 가격이 유지, 회복되거나 오히려 반등 내지 급등할 것”이라 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단 강남 지역의 경우 이미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내고 있다. 1가구 3주택 이상에 대한 중과세도 실시 중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기준시가 또한 강남구 압구정동, 대치동 등지는 진작 실거래가의 80~85%까지 상향 조정된 상황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센추리서울부동산 관계자는 “1가구 2주택 소유자까지 당장 양도세 중과세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는 한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강남 지역에 고가 부동산을 보유한 이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뉠 듯하다. 풍부한 여유자금을 가진 부유층의 경우 세금이 올라도 향후 실현될 이익을 생각해 집을 처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양도소득세가 이윤의 60%라 해도 남은 40%가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세금이 과하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정부는 “세 부담은 이익 실현에 비하면 약한 수준”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쥐고 있으면 더 벌 것이 분명한데 세금 때문에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이들은 누구일까.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다주택 소유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쭉정이’랄 수 있는 강북 지역 소유 아파트나 강남의 소형 아파트를 먼저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며 “그에 비해 대출에 의지해 강남권 아파트를 구입했거나, 1주택자라도 세금 대비 연수입이 많지 않은 중산층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사람들이 높은 세금을 피부로 느끼는 것은 세금이 실제 부과된 다음이다. 고가

1주택 소유자들 또한 당장은 매물을 내놓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 때문에 지금 강남 공인중개사업소들에는 중대형 평수 매물이 사라지다시피 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참여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강남 고가 주택 소유자의 대다수가 주택 보유 쪽으로 기울고 있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칫 서울 변두리와 지방 중저가 주택만 매물로 나오고 강남은 강보합세를 유지하는 지역별, 평형별 차별화 현상만 더욱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 역시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 인상으로 강남권 중대형 매물이 사라져 인기 주택은 추후 재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참여정부 2년 9개월 동안 22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때마다 강남지역 아파트 값은 오히려 올랐다. 최근 2년 6개월간 서울 아파트 평당가는 1059만원에서 1231만원으로 오른 데 비해, 강남구는 1952만원에서 2507만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2007년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다가오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가 “헌법보다 바꾸기 어려운 대책이 될 것”이라 강조했음에도 선거철만 되면 각종 규제 정책이 대거 사라지거나 약화되는 것을 경험해온 탓이다. 심지어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 공급 부족이란 현실적 문제를 무조건 투기 세력 준동으로 규정하고 들어간 8·31 대책 자체가 지극히 정치적”이라는 주장을 펴는 세력도 있다. 이른바 ‘강남 때리기’의 결정판이라는 것이다.

‘강남 때리기’ 결정판?

강남 주택 소유자들이 높은 세금에도 집을 내놓지 않는 결정적 판단 근거는 “누가 뭐래도 공급이 달린다”는 현실 인식이다. 올 연말까지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서울 강남권의 분양 물량은 9개 단지 1000가구분이다. 강남권 주요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개발이익환수제도 시행을 피해 올 상반기 중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이것이 마무리되면 향후 2~3년간 강남 지역 대단지 분양은 찾기 힘들어진다.

요즘 인터넷에는 종합부동산대책 마련 소식에도 8월 초 강남 아파트를 매입한 한 누리꾼의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강북 토박이로 열심히 공부해 전문직 종사자가 됐다는 그는 “주거환경 나쁘고 재산가치도 낮은 강북 아파트 대신 융자를 얻어 쾌적한 환경의 강남 20평대로 갔다”며 “나처럼 열심히 노력해 더 좋은 곳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 다 투기꾼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손해 보고 집 팔아 강남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나를 가지고 있어도 똘똘한 거 가지고 있으라고 정부가 그러지 않습니까”란 말로 글을 맺었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공급 확대, 금리 인상 등 중·장기 대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이번에도 집값 불안 요인을 잠복시키는 구실에 그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세금 폭탄’ 떨어져도 강남 불패?

이해찬 총리가 8월18일 오후 삼청동공관에서 제6차 부동산정책 당정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PB센터 부동산팀장은 “신규택지 200만평 추가 공급 등 8·31 대책에도 몇몇 공급 확대책이 들어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잘라 말했다. “어디 어디를 검토하겠다, 한번 시도해보겠다 정도 아닌가. 너무 무책임하다. 강남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확실히 해결할 수 있는 공급 계획을 확정해 함께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쏠린 유동자금이 흘러들어갈 만한 매력적인 투자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그러나 ‘강남권 중대형 공급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강남 소형 아파트의 의무비율을 줄여 무분별한 재건축을 촉발하면 결국 강남 집값을 올려주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중대형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은 강남 규제를 풀어 투기소득을 얻고자 하는 계층의 논리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정부의 규제 완화는 강남 지역의 지속적 집값 상승으로 이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돈의 문제인가 윤리의 문제인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더 큰 조세 부담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가 시행하려는 8·31 대책은 그런 면에서 하자가 없다. 문제는 “수많은 부작용에 비춰볼 때 정부 대책은 틀렸고 실효성조차 없다”는 ‘강남 아줌마’들의 논리 또한 설득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인에도 이번 조치가 비(非)강남 거주자 및 무주택자에게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경영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책 ‘괴짜경제학’은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다양하고 깊이 있는 실증적 연구를 통해 보여준다. 하나의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온갖 경우의 수와 ‘인센티브’에 기반한 복잡다기한 경제 메커니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정책이 오히려 모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인 스티븐 레빗은 또한 “부정을 부추기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도덕적 인센티브를 경제적 인센티브로 대체할 때”라고 주장한다. 책에는 이런 사례가 등장한다. 이스라엘의 놀이방 교사들이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의 수를 줄이기 위해 10분 늦을 때마다 벌금 3달러를 매기기로 했다. 그 결과 이전보다 늦게 오는 부모 수가 2배나 늘었고, 태연히 벌금을 안 내는 이들도 상당수에 이르렀다. 도덕심으로 해결할 문제를 돈으로 대체해 벌어진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문제는 이미 경제가 아닌 도덕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에 이른 듯하다. 그러나 돈 앞에 장사 없는 것이 오늘의 세태이고 보면, 결국 근본적 해결책은 정부가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확고한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국민 대다수를 ‘도덕적으로’ 설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전형적 분배정책인 ‘조세 부담을 통한 투기 억제책’과 ‘국가 균형발전’이란 성장정책을 동시 구사하며 국민에게 양쪽 모두 이해하고 동참해달라 호소하는 참여정부의 방식은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주간동아 2005.09.06 501호 (p60~61)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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