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1

2005.09.06

선진국의 쓴 경험, 우리의 藥으로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5-08-31 1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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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의 쓴 경험, 우리의 藥으로
    정치권은 ‘도청 파문’으로 어수선하고, 기업과 서민은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북핵 문제로 인해 외교도 시원스럽지 못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뻥 뚫어주던 축구마저도 연신 헛발질에 사령탑까지 교체되는 등 혼란스럽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답답증’에 시달리고 있는 듯하다.

    오죽했으면 ‘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 같은 책이 나왔을까?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의 저자는 오세훈 변호사와 7명의 교수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한 송년 모임에서 우연히 만나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했다. 누군가 ‘희망 메시지’를 만들자고 제안한 데 모두가 공감한 것. 이들은 정치·외교·사회 분야의 전문가들인 데다, 외국 생활을 하며 직접 경험하고 많은 외국 사례를 공부한 공통점이 있다. 그런 이유로 이들은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난 선진국들의 경험을 통해 배울 점을 이끌어내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6개월 동안의 자료 수집과 집필 기간을 거쳤다.

    이 책은 1, 2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실패에서 배운다’에서는 영국·프랑스·일본·네덜란드 등 우리보다 앞서 국가적 성공을 이룬 나라들을 다뤘다. 물론 각 나라의 실패 사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자 하는 저자들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2부 ‘강한 한국을 꿈꾼다’에서는 한국이 위대하고 강한 나라가 되기 위한 방법을 분야별로 정리해 제시했다.

    이 책에 소개된 선진국들의 위기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과 상당히 흡사하다. 지나친 복지정책, 경직된 노사관계, 당리당략적 정치 등이 그것이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대규모 복지정책을 펴고 예산 지출을 늘리는 등 사회주의 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시장에 맞지 않았고, 허점을 노린 환투기 세력이 프랑화를 집중 공격하게 된다. 독일도 마찬가지. 전후 자본주의의 황금시대를 구가하던 독일은 1970년대 이후 과다한 복지 정책으로 인해 경제위기를 맞는다. 자기만족에 젖어 있던 일본 경제는 90년대 구조조정 단행 시기를 놓쳐 불황의 늪에 빠졌다. 그런 와중에 정치권은 눈앞의 당리당략에만 골몰하다 국민의 외면을 받는다.



    이들 나라 외에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작고 부존자원도 없지만, 강대국과 맞먹는 경제력을 갖춘 강소국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강력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폴더 모델’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룬 네덜란드, 외자 유치로 경제 번영을 이룬 아일랜드가 대표적이다.

    저자들은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경험한 선진국들의 사례를 통해 강한 한국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경쟁의 활성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 △중견국으로서 당당히 자기 목소리를 내는 대외전략 △소프트 파워의 개발 △생산적 복지의 도입 △인권 보장의 사회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통일 대비 등이다.

    그렇다면 강한 한국을 만드는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당연히 국민에게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강한 한국을 만들 자세가 돼 있나? 책 머리글에 실린 오세훈 변호사의 주장은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젊은이들의 생각과 인생 목표가 온통 안정된 직장과 아파트 평수 늘리기에 있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 우리 자손들이 살아가야 할 조국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자.”

    오세훈 외 지음/ 황금가지 펴냄/ 332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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