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1

2005.09.06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도움 될 것 없다”

열린우리당 이상수 고문 “우리당은 무기력, 청와대는 논의구조 균형감 잃어”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5-08-31 14: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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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도움 될 것 없다”

    8월12일 여의도 국민일보 건물에서 인터뷰 중인 우리당 이상수 고문.

    열린우리당 이상수 고문이 정치 재개를 선언했다. 감옥과 미국에서 1년 6개월 동안 방황한 끝에 내린 결단이다. 10월로 예정된 경기 부천원미갑 재보궐 선거가 재기전. 재기전에 임하기까지 그는 많은 길을 돌아서 와야 했다. 이 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창당 주역으로 참여정부 출범 후 정치 인생은 황금기에 접어든 듯했다. 그러나 2003년 말 대선자금 수사라는 칼날을 맞고 정치 생명은 치명상을 입었다. 그는 그동안 장외에서 링 안을 지켜보는 옵서버 처지였다. 바깥에서 지켜본 청와대와 우리당은 늘 2%가 부족했다. 이 전 의원은 “당이 너무 무기력하다”고 진단했다. 안타까운 눈치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 생명을 걸고 올인하고 있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에 대해서도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온건개혁이란 당의 정체성에 비춰볼 때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것. 앞으로 논란이 될 부분이다.

    청와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386세대가 지나치게 많이 포진, 논의구조에 균형감이 부족하다는 것. 정대철 우리당 상임고문에게는 “해외 대사로 활동해야 한다”고 배려, 정치 동지로서의 애정을 보여줬다. 8월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건물에서 ‘주간동아’와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직설적이었고 의욕이 가득했다.

    -사면 소감은.

    “정치 발전을 위해 누군가 마셔야 할 독배라고 생각했다. 피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뼈를 깎는 고통 속에 반성의 나날을 보냈다.”

    -10월 재보궐 선거 출마(경기 부천원미갑)설이 나돈다.



    “9월 초 출마 의사를 밝힐까 생각 중이다. 정부에 들어가 일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당에서 갑자기 ‘어렵다. 도와달라’고 해 결단을 내렸다.”

    -쉽지 않을 텐데.

    “어쩌겠는가. 열심히 하면 당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 변론 등 부천은 젊은 시절 나의 열정과 사랑이 숨어 있는 곳이다.”

    -대통령 비서실 인사가 있었다. 한때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됐는데.

    “당의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것, 부족한 정무 역할을 보강하는 것, 비서실을 화합시키는 것 등을 거론하며 권하는 사람이 많았다.”

    -대통령과 인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나.

    “이번은 아니고. 예전에 만났을 때 노무현 대통령께서 물어보시더라. 사면이 되면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느냐고. 나름의 계획을 전달했다. 그때 (대통령과) 비서실은 가지 않기로 정리했다. 다만 언젠가 정부에 가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겠구나는 느낌을 받았다.”

    -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성과는.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정치개혁이라고 생각한다. 돈 적게 쓰는 선거, 공정한 선거 분위기를 만들어 선거혁명을 이뤘다. 투명성을 재고했고, 권위주의도 없앴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자주적인 외교 역량도 발휘했다.”

    -잘못한 점은.

    “경제 문제라고 본다. 경제 양극화는 시급히 풀어야 할 현안이다. 사회적 분열 요소도 많아졌다. 지역간, 세대간 갈등을 풀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노력들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집권 후반기에도 개혁은 여전히 정국 운영의 핵심 키워드로 전망된다.

    “정부가 제시한 개혁의 방향성은 좋았다고 본다. 그러나 방향성만 가지고는 안 된다.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참여정부는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참여정부 인사를 평가한다면.

    “조화로운 인사가 필요하다. 경험이나 경륜이 있는 사람들을 중용했어야 하는데, 이 점이 아쉽다. 대통령 비서진의 경우 적절한 조화와 균형이 필요했다. 이른바 386으로 대표되는 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이 때문에 논의구조에 균형감이 없었다는 반성도 해본다.”

    -우리당 창당 주역인데, 당의 역할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당은 어떤 경우에도 국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 당이 약속한 개혁과제·국정과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함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당이 너무 무기력하게 흘러간다. 반성해야 한다. 그 과정에 당도 역할을 하고, 대화를 해야 하는데 토론이 없다. 지나치게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 같다.”

    -당이 정치 중심에 서지 못하는 이유는.

    “당이 정체성을 굳건히 가지면서 활발하게 결합,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당의 제 세력들이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갖고. 그래서 일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당에서는 청와대의 독주를 거론한다.

    “청와대가 정책적으로만 협의하면 되지 않나 생각하고 정치적 합의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대화를 않겠다는 이른바 당정분리 원칙에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정책과 정치를 더욱 긴밀하게 협의, 공동책임 아래 정국을 끌어가야 한다.”

    -정무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인가.

    “정무수석을 없앤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 그나마 비서실장이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강력한 구실을 해주기 바랐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더라. 최근 비서실장 하는 일을 보면 청와대가 분권적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 같다. 잘되면 굉장히 바람직한 제도이지만 집권 후반기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한 시기다. 분권적 구조가 지도력에 어려움 초래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이제 백화점식 국정운영의 틀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골라 집중할 때가 됐다. 뭘 선택할지는 당과 청와대, 국민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토론해서 결정해야 한다.”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나온다.

    “호남의 정치세력은 건전하다. 결합해야 한다. 방법이 문제다. 과거처럼 지역구도에 기대서는 안 된다.”

    -정체성 혼란과 혼돈이 오지 않겠나.

    “잘못 결합하면 엄청난 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가야 한다. 민주당과 통합하면 우리당이 깨지거나 떨어져나갈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역시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하지 않겠나.

    “그 점에 대해 지금 뭐라 말하기가 그렇다. 나대로 생각이 있지만. 효과적인 연정의 방법이나 시기를 찾았으면 좋겠다.”

    -적절한 시기는.

    “시기 이전에 깊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생각할 부분이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 서로가 문제를, 개혁과제를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겠나. 연정을 한다면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이 더 맞지 않느냐. 한나라당과의 연정은 도움 될 것이 없다. 개혁과제를 수행하는 데 한계를 보일 것이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데.

    “언론 보도를 보면 그런 것 같은데…. 그런데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이) 가능해 보이지도 않고,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더욱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당도 이 문제에 대해 논의가 필요했는데 너무 쉽게 기정사실화한 것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든다. 이건 문제다.”

    -정대철 고문을 만난 적이 있나.

    “자주 만났다. 상당히 답답해하는 것 같다. 몸도 불편하고.”

    -향후 그의 역할은.

    “역할 주기 뭣하고. 몸이 나으면 외국 대사로 나가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봤다. 병문안 가서 슬쩍 얘기했더니 반대는 안 하더라. 가까운 시일 안에 정 대표와 노 대통령을 볼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그때 건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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