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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스캔들의 역사’

권력과 性 … 그 오묘한 관계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권력과 性 … 그 오묘한 관계

권력과 性 … 그 오묘한 관계

루스 웨스트하이머ㆍ스티븐 캐플란 지음/ 김대웅 옮김/ 이마고 펴냄/ 340쪽/ 1만5000원

‘스캔들’이란 말은 참 자극적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스포츠신문들이 오보의 위험을 무릅쓰고 연예인의 스캔들을 다루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성(性)심리치료사인 루스 웨스트하이머와 비교종교학자 스티븐 캐플란이 쓴 ‘스캔들의 역사’는 제목만큼 자극적인 책이 아니다. 책은 나름대로 역사적 흥미를 부여하지만, 외설적 내용과 같은 것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시간낭비일 뿐이다.

이 책에는 세계 역사의 한 부분을 장식한 권력자들의 성(性)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저자들이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유감없이 발휘해 성 행동에 대한 심리적 분석도 해놓았다.

예로부터 ‘영웅은 호색’이라고 했던가? 중국의 지배자들은 사랑스럽고 젊은 여인들을 시녀로 삼아 자신의 권력과 부를 과시했다. 물론 우리나라 왕들 가운데에도 여성 편력이 심한 경우가 있었지만 중국에 비하면 조족지혈인 듯싶다. 중국의 어떤 황제는 1만명이 넘는 시녀와 첩을 거느렸고, 다른 황제들 역시 1000명 이상을 거느렸다고 한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스캔들 주인공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를 들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표현대로 환갑에 가까운 황제와 10대 소녀의 이 은밀한 사랑은 스캔들을 넘어 로맨스에 가깝다. 안녹산의 난으로 권좌를 빼앗긴 현종은 자결한 양귀비를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점쟁이를 불러 하늘나라에 있는 그를 찾았을 정도였다고 한다(양귀비는 명주천을 꼬아 만든 줄에 목이 졸려 죽는 액살형을 당했다는 설과 변방으로 귀양살이를 떠나 생을 마쳤다는 설도 있다). 현종은 양귀비를 잃은 슬픔에 식음을 전폐하다가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현대에만 어울리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 책에는 부부 한 쌍이 등장한다. 그러나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는 각각이다. 그만큼 각자가 성에 관해 만만치 않은 소문과 화제를 뿌렸기 때문이다. 바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와 그의 부인 재클린이다. 케네디의 성생활은 문란했다. 그의 상대로는 마릴린 먼로 같은 유명인사부터 백악관 직원, 선거운동원, 심지어 매춘부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저자는 케네디의 섹스 중독 원인에 대해 “어릴 적 병약했던 케네디가 자신의 체력적 열세를 여성들과의 섹스를 통해 보상받아왔다”는 제삼자의 말을 인용해 밝혔다.



이런 생활 태도에도 그가 꽤나 인정받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쉽게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다. 그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케네디의 실수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차원일 뿐 정치나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데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이 무사히 대통령직을 마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재클린은 케네디가 죽은 뒤 더 많은 화제를 뿌렸다. 세계적 부호이자 케네디 못지않은 여성편력자인 오나시스와의 결혼 때문이었다. 더욱이 케네디가 암살당한 지 5년밖에 지나지 않은 데다가 오나시스와는 30살 가까운 나이 차였기에 미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저자는 이들의 결합에 대해 ‘전리품 사냥꾼, 전리품 아내를 만나다’란 표현을 썼다. 재클린은 엄청난 부호의 아내가 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얻었고, 오나시스는 재클린이란 지참금으로 ‘명성과 위엄’을 챙겼다. 요즘 말대로라면 ‘윈-윈 결합’인 셈이다.

이밖에도 대영제국을 일군 정치가 엘리자베스 1세와 ‘팜므 파탈’의 대표적 신화인 클레오파트라, 잠자리를 통해 정상에 오른 에바 페론, 다수의 게이 정치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두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들 상당수의 말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쾌락과 권력을 마음껏 누린 대가인지도 모른다. 역사적 스캔들의 장본인들이 권불십년이니, 화무십일홍이니 하는 평범한 진리를 알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한다. 지금의 권력자들이 이 같은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Tips

안녹산(安祿山)

중국 당(唐)나라 중기인 755년 간신 양국충 토벌을 구실삼아 20만 대군을 이끌고 난을 일으켰다. 한때 그 세력이 크게 위세를 떨쳤고 현종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그 후 실명과 등창으로 건강이 악화된 데다 성격마저 횡포해져 757년 l월, 아들 경서(慶緖)에게 암살된다.



주간동아 2004.12.09 463호 (p84~85)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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