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3

2004.12.09

엘리베이터 타고 우주로 간다?

美 스페이스워드재단 2020년 가동 목표 … 50km 높이 탑 세운 뒤 인공위성까지 케이블 연결

  • 허두영/ 과학 칼럼니스트 huhh20@naver.com

    입력2004-12-02 1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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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베이터 타고 우주로 간다?

    스페이스워드재단에서 제작한 우주 엘리베이터 상상도.

    앞으로 15년쯤 지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주에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미국의 스페이스워드재단(Spaceward Foundation)은 2005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제1회 우주엘리베이터 대회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레이저를 동력으로 하여 무거운 짐을 높이 60m까지 얼마나 빨리 들어올리는지를 겨루는 대회다. 1등 상금은 5만 달러. 인터넷(www.elevator2010.org)을 통해 예비 신청을 받고 있다.

    이 대회는 스페이스워드재단이 추진하는 ‘Elevator:2010’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2020년께부터 우주 엘리베이터를 가동하기 위해 2010년까지 우주 엘리베이터의 기본 구조와 기술적인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사업이다.

    우주 엘리베이터 계획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00년 발표한 대형 우주사업으로, 지구에서 풍속이 가장 느린 적도 부근의 한 지점에 높은 탑을 세운 뒤, 여기서 3만5786km 떨어진 정지궤도의 인공위성까지 케이블로 연결해 엘리베이터를 운항한다는 구상이다. 이 엘리베이터를 통해 우주정거장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는 물론 각종 화물과 우주관광객까지 실어 나른다는 계획이다.

    이런 우주 엘리베이터를 처음 생각한 사람은 러시아의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다. 그는 1895년 에펠탑을 보고, 로켓 발사보다는 하늘에 닿을 만큼 굉장히 높은 성(城)을 지어 엘리베이터로 물체를 궤도에 올리는 방법을 제안했다. 또 다른 러시아의 과학자 알츠타노프는 1960년 정지위성에서 추를 단 기다란 케이블을 지구로 늘어뜨려 엘리베이터를 운항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이 구상을 널리 알린 사람은 영국의 과학소설가 아서 클라크다. 그는 78년 발표한 과학소설 ‘낙원의 샘(Foundation of Paradise)’에 이 괴상한 엘리베이터를 등장시켰다.

    우주 엘리베이터가 최근 연구 대상으로 부각된 이유는 바로 비용문제 때문. 우주선을 이용해 1kg을 우주에 보낼 경우 무려 2만2000달러(약 2600만원)가 들지만 이 구조물이 가능하다면 비용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구체적 계획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일단 50km 높이의 탑이 들어설 우주 엘리베이터 기지는 강풍이 적은 적도 부근이 적합한 것으로 검토된다. 지구는 서양 배처럼 남반부가 약간 부푼 공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과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면 적도에서 약간 북쪽에 있는 몰디브 제도와 갈라파고스 제도가 적절하다는 평가다.

    엘리베이터 타고 우주로 간다?

    NASA에서 제작한 우주 엘리베이터 상상도.

    비행선보다 비용 100분 1로 절감 ‘효과’



    첫째 과제는 50km 높이의 탑을 건설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있는 페트로나스타워로 높이가 452m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기술로 가능한 건물의 높이는 660m 정도지만, 앞으로 첨단소재와 건축기술의 개발을 전제로 한다면 50km 높이의 탑이 전혀 불가능한 시도도 아니다.

    우주 엘리베이터의 기본 원리는 일반 엘리베이터와 같다. 도르래를 감고 있는 케이블에 매달려 올라가는 높이가 3만5786km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케이블을 실은 로켓을 발사하여 정지위성에서 그 고도만큼 긴 케이블을 늘어뜨려 지구의 기지와 연결하면 된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케이블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케이블의 강도가 적어도 강철보다 100배는 넘어야 끊어질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나노기술의 발달로 탄소나노튜브 복합재료(CNTC)가 등장하면서 우주 엘리베이터는 비로소 공상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이 물질은 얼마든지 강하고 질기게 만들 수 있는 데다, 또 얼마든지 가늘고 길게 뽑을 수 있으며 경제적이다.

    동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우주 엘리베이터는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초전도 케이블이 필요하지만, 이 케이블은 당초 기대와 달리 발전속도가 너무 느려 실용 가능성이 떨어진다. 이에 등장한 대안이 레이저를 동력으로 하는 ‘전자기 추진체’다. 현재 전자기 추진체는 고속전철이나 우주발사체에서 적극적으로 시험되고 있다.

    건설 비용 100억 달러 … 2010년까지 기술 타당성 검토



    우주 엘리베이터의 최종 종착역은 바로 우주 궤도에 떠 있는 ‘정지위성’이다. 과연 그 무거운 엘리베이터와 케이블을 지탱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만약 지구가 자전하지 않고 멈춰 있다면, 20t쯤 되는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수만km의 케이블을 지탱하는 우주 구조물을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행히도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원심력이 케이블을 팽팽하게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둥근 공이 자기 지름의 3배쯤 되는 길이의 끈을 달고 회전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만일 이 초대형 구조물이 붕괴된다면 어찌될까. 전문가들은 생각보다 피해를 우려하지 않고 있다. 먼저 사고 가능성은 다음과 같다. 우주에 떠도는 쓰레기와 부딪친다 해도 케이블이 워낙 강하고 질기기 때문에 자잘한 우주 쓰레기 정도는 견뎌낼 수 있다. 대형 쓰레기는 레이더의 감시를 통해 비켜갈 수 있다. 허리케인 같은 강풍은 진로를 미리 파악한 뒤 닻을 실은 선박으로 옮기면 된다. 엘리베이터가 번개를 맞을 경우에 대비해서 주변의 구름을 미리 방전시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반경 400km 이내의 비행과 항해를 엄격하게 금지하면 된다.

    최악의 경우 엘리베이터가 파괴된다면? 윗부분은 부서져 우주로 흩어지고, 아랫부분은 지구로 떨어질 것이다. 케이블의 무게는 우주정거장의 2배 규모인 1000t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그 밀도와 강도를 고려하면, 파괴된다 하더라도 잘게 부서져 지구 위에 골고루 흩어지게 될 것이다.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비용이 더 들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스페이스워드재단은 2010년까지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한 기술적인 타당성 검토를 거쳐 2020년께 우주 엘리베이터를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행된다면 인류 역사에서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가 될 것이다. 또 다른 바벨탑이 될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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