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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英 대학들 비윤리적 투자 ‘도마에’

방산·담배회사 등에 상당액 투자 … 학생회·시민단체 반발 속 실리와 명분 사이 ‘고민’

  • 런던=안병억 통신원 anpye@hotmail.com

英 대학들 비윤리적 투자 ‘도마에’

죽음의 장사에 투자하지 않는다.’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 수도에 있는 에든버러 대학이 담배나 알코올, 방산업체 등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윤리적 투자지침을 발표했다. 지식인을 배출하는 대학이 솔선수범해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를 하겠다는 조치를 선언한 것. 이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아직도 케임브리지 대학 등 많은 대학들이 버젓이 이런 업체에 투자하고 있거나 기부금을 받고 있어, 일부 학생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에든버러 대학은 1583년에 설립된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다. 복제양 돌리를 만든 로슬린연구소도 이 대학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생명공학과 의과대학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120여개국의 나라에서 온 약 2만명이 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에든버러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 대학이 언론의 호응을 얻고 있는 윤리적 투자선언을 하기까지에는 거의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시민단체와 학생회가 긴밀하게 협력한 점이 이런 결과를 거두는 원동력이 됐다.

에든버러 대학 여론에 백기 ‘윤리 투자선언’



2002년 2월 시민단체 ‘인간과 지구’는 에든버러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동을 전개했다. 이 시민단체가 벌인 적극적 캠페인의 결과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생총회에 참석했다. 이 총회에서 학생회가 대학 당국에 윤리적 투자를 하도록 권고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문제가 됐던 사안은 학교 당국이 방산업체 BAE시스템스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학생회가 이에 대해 거론하자, 학교 당국은 처음에는 냉정하게 반응했다. 학생회가 대학의 투자문제까지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학생회가 대학의 비윤리적 투자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그해 11월 극비사항이었던 대학의 주식투자 현황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방산업체뿐만 아니라 담배회사, 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회사 등 학교 당국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업체에 투자하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같은 주식투자 현황이 공개되자, 시민단체와 학생회는 다음 단계의 전략을 세웠다. 스코틀랜드 지방의회 의원, 그리고 하원의원들에게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로 한 것. 그 결과 49명의 지방의회 의원과 88명의 하원의원들이 시민단체의 운동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의회에서는 대학의 비윤리적 기업 투자문제로 토론이 벌어졌다. 결국 학교 당국이 두 손을 들었다. 대학은 학생회와 함께 윤리적 투자지침을 작성했다. 이 지침안이 최근 대학 이사회에서 통과되었다.

그러나 영국 대학들 가운데 가장 부자인 케임브리지 대학은 윤리적 투자를 요구하는 학생회의 움직임에 아직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모두 합해 1만7000여명이 공부하고 있는 케임브리지 대학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억 파운드(약 2조60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갑부’ 대학.

13세기 말 설립된 케임브리지 대학은 각 단과대학(컬리지)별로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생회 조사 결과 대다수의 단과대학이 주식투자의 절반을 비윤리적인 기업에 투자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은 탄약제조업체 GKN, 방산업체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 등이다. 특히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문기구로 사용되는 전기 충격봉을 수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기도 한 회사다.

32개의 단과대학 가운데 가장 부유한 컬리지의 하나인 세인트존스 컬리지는 롤스로이스(20만주), GKN(1만주) 등 주로 방산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군용 항공엔진 제작 전문업체로 영국 핵잠수함 동력장치 관련 부품도 생산하고 있다.

4년 전 이 같은 비윤리적 기업에 대한 대학의 투자를 다룬 보고서가 발표되어 학생회는 윤리적 투자를 권고했지만,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학생회장 위스 스트리팅은 “지성의 전당인 케임브리지가 이런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윤리적 투자를 촉구하는 운동을 계속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버티기로 비난받아

그러나 한 컬리지의 재무담당자는 “대학은 수익을 내야 학생에게 장학금도 주고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며 수익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이 담당자는 또 “컬리지의 여윳돈을 펀드매니저에게 맡기면 매니저의 재량으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아는 바가 없다”고도 발뺌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대학이 방산업체 등으로부터 기금을 받아 정기 강좌를 개최하거나 기업 이름을 딴 교수직을 신설하는 것이다. 기업 처지에서는 그리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어 이 같은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학생회의 문제 제기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케임브리지 대학 단과대학들에 대한 일반인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시민단체 ‘인간과 지구’의 스컷 맥아서랜드는 “케임브리지처럼 저명한 대학이 윤리적 투자를 시행,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학교당국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판했다. 이에 반해 옥스퍼드 대학과 리즈 대학은 에든버러 대학과 유사한 윤리적 투자지침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에는 담배회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대학도 상당수 있다. 영국 남서부 항구도시 브리스틀 대학은 담배 제조로 백만장자가 된 윌스 집안이 거액을 기부해 설립된 학교다. 또 중부에 있는 노팅엄 대학은 3년 전 브리티시아메리칸투바코사로부터 380만 파운드(약 56억원)를 기부받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연구하는 연구소를 설립한 바 있다. 연구소가 마땅히 비판해야 할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아 연구소를 세운 셈이다. 당시 이 대학 학생회는 기부금을 받지 말자는 운동을 펼쳤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재정적으로 취약한 일부 대학들은 담배회사나 방산업체의 기부 제의를 과감하게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부금을 받아야 학생에게 주는 복지 혜택을 더 주거나 신입생을 더 뽑아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학은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갈등을 겪지만, 결국은 실리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케임브리지 대학의 경우 이런 대학들과 사정이 다르다. 또 수많은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이 대학에 많은 기부를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윤리적 투자지침을 거부하고 있어 학생회와 시민단체의 비판을 사고 있는 것이다. 과연 케임브리지 대학이 세계적으로 저명한 명성에 걸맞은 선택을 할지 영국 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4.12.09 463호 (p60~61)

런던=안병억 통신원 anpy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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