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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낙하산’ 비리의 땅으로 추락

공항터미널 조상채 사장 막무가내 축재 … 지분 75% 가진 무역협회 수수방관 화 키워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불량 낙하산’ 비리의 땅으로 추락

‘불량 낙하산’ 비리의 땅으로 추락

공항터미널 전경.

조상채 사장이 취임 전에는 모아놓은 재산이 별로 없다고 했는데, 뭐 하던 사람입니까. 혹시 낙하산인가요?”(기자단)

“글쎄요, 서울 동작구 구의원을 하고 민주당 동작구을 지구당 간부를 했지요.”(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낙하산 맞네요. 하하.”(기자단)

11월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서울중앙지검 고건호 특수3부장과 검찰 출입 기자들 사이에 오간 문답 내용이다. 고건호 특수3부장이 10월25일 긴급체포한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재철, 이하 무협) 자회사 도심공항터미널㈜(이하 공항터미널) 조상채 사장을 기소하면서 기자들에게 조 사장의 비리 내용을 브리핑하던 자리였다. 조 사장의 구속은 참여정부에서도 공기업 사장 및 감사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영 능력과 공인 의식을 갖추지 못한 한 낙하산 인사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만하다.

조 사장은 조선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8년 당시 총무처가 시행한 재정직 5급(현 9급) 시험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71년 그만뒀다. 이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반공연맹 서울시 동작구 지부장, 서울시 의회 의원, 92년 대선 당시 민주당 김대중 후보 서울시 유세위원장 등을 하며 주로 정치권 주변에서 맴돌았다. 무협 주변에서는 그가 2000년 공항터미널 사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경력 때문이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지금까지 공항터미널 사장직은 주로 산업자원부 퇴직 공무원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기 때문에 정치권 출신인 조 사장은 특별한 경우다.



무협 관계자들은 “그가 공항터미널 사장으로 낙점된 것은 정치권의 ‘청탁’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무협 김재철 회장 역시 일부 직원들에게 “정치권으로부터 청탁이 있어 조 사장을 임용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공항터미널은 현재 무협이 지분의 75%를 갖고 있는, 말 그대로 공항터미널 기능을 하는 회사. 인천공항 내 전용 출국장을 설치해 항공 여객 운송 및 항공 화물 운송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내 본사 건물 중 상당 부분은 임대하고 있다. 2001년 인천공항 개항 이후 공항터미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하고 있다는 평. 지난해에는 464억원의 매출에 9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불량 낙하산’ 비리의 땅으로 추락

공항타워 앞에 세워진 준공기념 머릿돌. 김재철 회장과 조상채 사장의 이름이 나란히 쓰여 있다.

정치권 출신 인사 이례적 임명 … 엄청난 피해 입히고 구속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조 사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밝힌 혐의 내용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검찰에 따르면 조 사장은 2000년 3월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공항터미널 지하상가에 입주한 특정인에게 각종 특혜를 주고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기는 방식으로, 공항터미널에 약 40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그 대가로 약 1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사장은 2000년 7월 공항터미널에 입주한 게임장 업체 대표 최모씨(54)가 신용금고에서 16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설정해주는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공항터미널 측에 피해를 입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이 밝혀낸 조 사장의 세부 비리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0년 7월, 지하상가 임차인인 W벤처가 P상호금고에서 16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임차보증금 19억원에 대해 불법적인 질권 설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침 △2002년 3월, W벤처가 임대한 1980평의 내장재를 터무니없는 고가(18억원)로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침 △W벤처에 임대차 보증금 연체액 2억9600만원을 부당하게 감면해줌 △부당 감면 대가로 최근까지 W벤처로부터 4억9800만원 수뢰 △2003년 4월경 W벤처로부터 보증금반환채권(5억원) 수뢰 △기타 상가 입주업체에서 4000만원 수뢰 등.

조 사장의 계속되는 상납 요구를 참다 못한 게임장 업체 대표 최씨는 한때 회사를 조 사장에게 넘겨버릴 생각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2000년 3월 사장 취임 당시만 해도 별 재산이 없었던 조 사장이 2002년 5월 서울 방배동에 4억6000만원짜리 빌라를 장만한 것도 이런 ‘막무가내’식 축재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낙하산 인사의 위상은 대단했다. 공항터미널에 착륙한 조 사장은 무협의 실세처럼 행동해 구설에 올랐다. 자연스레 주위에선 “정치권의 후광만 너무 믿는 것 같다” “민주당 실세 P의원이 추천했다”는 등의 뒷말이 끊이지 않고 일었다. 독선적인 경영 스타일이 공항터미널 내부에 수많은 ‘적(敵)’을 만들었기 때문인데, 조 사장은 이때마다 자신과 정치권, 그리고 무협 김 회장과의 관계를 들먹이곤 했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실제 공항터미널을 감시 감독해야 할 무협의 수수방관이다. 무협은 공항터미널의 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음에도 2003년 조 사장을 재임용하는 등 감싸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에 불려간 무협 관계자들은 “조 사장의 경우 취임 직후인 2000년 말부터 무협 내부감사 등을 통해 공항터미널의 경영 난맥상이 지적됐고, 다수의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무협이 강 건너 불 구경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또한 무협 노동조합 역시 수차례 조 사장의 비리 사실에 대해 문책할 것을 무협에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주간동아’가 단독 입수한 무협의 2001년도 공항터미널 감사자료엔 조 사장 취임 이후의 경영 난맥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청소 및 경비용역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내놓고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가 하면, 규정과 다른 방식으로 직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특정업체의 경영진이 조 사장과 민주당 동작구을 지구당에서 함께 일하는 등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불량 낙하산’ 비리의 땅으로 추락

이권이 적지 않은 공항터미널 주차장.

검찰 관계자는 “무협이 해마다 한 감사에서 일부 상가의 임대 및 입찰과정 등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적절한 조치나 사후 감독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무협 측은 이에 대해 “조 사장을 감싼 게 아니다. 비리 혐의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재임용하지 않거나 사퇴 권고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정치권에서 날아온 인사라 제재를 하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애당초 조 사장의 비위 사실을 제보한 무협의 전·현직 간부들은 조 사장과 W벤처의 부적절한 거래 이외에도 주차장 임대와 청소ㆍ경비용역 관련 입찰 비리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리했다.

“끊임없는 비리 의혹 무협이 강 건너 불 구경하는 태도”



검찰은 기타 의혹에 대해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W사의 임대 비리에만 수사력을 집중했다. 고건호 특수3부장은 “공항터미널은 무협이 지분의 75%를 출자한 준(準)공기업이지만 상가분양이나 공사입찰 과정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리의 온상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협의 감독 책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은 “이번 사건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는 조 사장의 독단적인 결정에 의한 것이다”며 “무협의 감시ㆍ감독이 부실하다고 느껴 수사를 확대했지만 구체적으로 돈이 건네진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앞으로 확실한 제보가 있는 한에서 추가 수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04.12.09 463호 (p38~40)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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