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포커스

자신만만 軍 검찰 “표적은 따로 있다”

특정인 진급 비리 아닌 ‘육군 인사 시스템’에 초점 … 백승도 장군 인사 불만이 내사 계기

  • 조성식/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자신만만 軍 검찰 “표적은 따로 있다”

자신만만 軍 검찰 “표적은 따로 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건물.

아무래도 군검찰이 헛발질하는 것 같다.” 군검찰의 육군 장성 진급비리 수사에 비판적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이다. 대다수 언론도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의 사표가 반려된 11월25일 이후 이와 비슷한 시각으로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남 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재신임으로 수사가 위축될 것이라느니, 인사비리의 뚜렷한 증거를 잡지 못해 답보 상태라느니, 종결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느니 하면서 수사 실패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 마디로 군검찰이 무리했다는 것이다. 그런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수사를 촉발한 청와대 투서 내용은 대단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 “그 정도 사안을 갖고 압수수색까지 벌인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방부 인근 장교 숙소 지하주차장에서 발견된 괴문서도 일부 내용이 사실 관계가 맞지 않아 ‘근거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백 준장, 회식 도중 남 총장에게 강력 항의

또 압수수색한 문서에서 결정적인 비리 증거를 잡았다는 얘기도 아직 들리지 않는다. 이대로 간다면 사상 초유의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압수수색과 육군참모총장의 사표 소동을 낳은 군검찰 수사는 ‘청와대 배후설’ 따위의 정치적 시비만 남긴 채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사태의 겉만 보고 속을 들여다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한 마디로 군검찰의 수사 방향을 제대로 짚지 못한 탓이다. 수사 내용에 정통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수사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헛발질은 군검찰이 아니라, 수사가 성과 없이 끝나기를 기대(?)하는 일부 군 관계자들이 하고 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남 총장의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남 총장을 더 옥죄는 것으로 봐야 한다.



“메이저 언론이 사태를 완전히 거꾸로 파악하고 있다. 군검찰의 수사 목표는 특정인의 진급 비리를 파헤치는 게 아니라 육군 인사 시스템을 뒤집어엎는 것이다. 투서는 수사 명분일 뿐이다. 압수수색을 한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국방부 관계자)

“대통령 말씀의 뉘앙스를 잘 살펴야 한다. 남 총장 사표 반려는 재신임이 아니라 유보다. (남 총장의 거취는) 군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청와대 관계자)

군검찰의 육군 장성 진급비리 수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국방부 검찰단에 이첩한 J준장(진급 예정자)의 음주운전 관련 투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계기다. 취재 결과 군검찰은 청와대로부터 투서를 넘겨받기 전에 이미 내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신만만 軍 검찰 “표적은 따로 있다”

10월 15일 댄행된 육군 장성 인사에 대규모 비리가 있었다는 내용을 담은 투서.

내사 착수 배경은 백승도, C씨 등 두 장성의 인사 불만 표출 사건이다. 두 사람 모두 육사 31기로 10월 인사 때 소장 진급에서 탈락하면서 사단장 진출에 실패했다. 남 총장은 장성 인사 발표가 난 직후 진급 탈락자를 위로하는 회식 자리를 마련했다. 거기에 백 준장도 함께 있었다.

내사 돌입 직후 청와대 투서·괴문서 파동

군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백 준장은 이 자리에서 남 총장에게 인사와 관련한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날 백 준장은 회식 도중 남 총장에게 “인사 원칙과 기준이 뭐냐”며 따졌다. 이에 남 총장은 “나는 진급 심사에 관여하지 않았다. 진급선발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이다”며 “육군 준장이 그런 일로 총장한테 대들 수 있냐”고 호통을 쳤고, 백 준장은 “당신이 무슨 총장이냐”며 거칠게 대들었다는 것이다.

1993년 하나회 명단 파동의 주인공이기도 한 백 준장은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남 총장에게 인사문제로 항의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총장에게 지난번 장성 인사의 문제점을 한 시간 동안 얘기했는데 깜짝 놀라더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잘못된 인사’의 구체적 사례를 들기도 했는데, 정식 인터뷰 요청은 거절했다. 인사 직후 전역지원서를 낸 그는 12월 말 전역할 예정이다.

C 준장은 군내에서 비교적 평판도 괜찮고 실력도 갖춘 장성으로 알려져 있다. 육군복지단장을 지냈지만 지난해 발생한 육군회관 비리 사건에서 징계위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주변에서는 “그가 복지단장 재임 시절 ‘상납 고리’를 끊은 강직한 군인”이라고 말한다. 최 준장의 전역지원서 제출은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소장 진급에서 탈락한 후 국방부 소속 부서로 발령이 났다. 사건이 터진 때는 그가 남 총장 집무실로 찾아가 보직이동 신고식을 하는 자리에서였다.

C 준장은 신고식을 하기 전 남 총장의 측근인 육군 본부(이하 육본) 고위관계자에게 “신고식을 하고 난 뒤 총장에게 인사와 관련해 진언할 시간을 따로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신고만 하고 나와라”고 거절했다. 이에 C 준장이 “내가 명색이 장군인데 그 정도 시간도 못 내주냐”고 화를 내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C 준장보다 계급이 높은 이 관계자는 “차라리 전역지원서를 쓰라”며 몰아세웠다. 그러자 C 준장은 그 자리에서 전역지원서를 쓰고 남 총장의 집무실에서 나와버렸다. 물론 신고식도 하지 않았다.

두 사건은 곧군검찰의 안테나에 잡혔다. 군검찰은 이를 계기로 육군 장성 인사 시스템의 구조적 비리를 파헤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은밀히 증거 수집에 나섰다. 그러던 중 청와대에 투서가 접수됐고, 이어 괴문서 살포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군 일각에서는 괴문서가 발견된 11월22일 오후 계룡대 육본 인사참모부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것을 두고 군검찰이 마치 괴문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느라 압수수색을 벌인 것처럼 보고 있다. 일부 언론도 그런 방향으로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압수수색은 괴문서 사건이 발생하기 전 계획된 것으로 우연히 날짜가 일치했을 뿐이다. 또 군검찰이 압수수색이라는 다소 거친 방법을 쓴 이유는 육본의 ‘비협조’ 때문이었다.

자신만만 軍 검찰 “표적은 따로 있다”
“남 총장 사표 반려는 재신임 아닌 유보”



남 총장은 문화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군검찰에서 ‘인사 관련 자료를 다 내놓으라’고 해서 육본 실무자가 ‘(분량이 너무 많으니) 필요한 내용만 요구하라’고 한 것일 뿐 자료 제출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남 총장의 말은 반만 맞다. 공식적으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압수수색에 앞서 군검찰은 며칠간 여러 차례 육본 인사참모부를 찾아가 인사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인사비리를 수사하기 위해선 관련 자료를 다 모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인사참모부 관계자는 “자료를 특정해서 요구하라”며 사실상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어떤 날은 문을 잠그고 사무실을 비우는 방식으로 만나는 것 자체를 피했다. 다음날 다시 인사참모부를 찾은 군검찰 관계자는 “어제 왜 안 왔느냐”는 엉뚱한 소리를 들으며 분을 삭여야 했다.

압수수색 때도 육본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모 위관장교는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가르쳐주지 않고 자리를 떴다. 또 모 영관장교는 서류금고의 열쇠를 넘겨주지 않고 역시 자리를 비워 수사팀을 애먹였다. 이 장교는 압수수색 뒤 군검찰에 몇 차례 소환돼 호된 조사를 받았다.

수사팀이 이런 곤욕을 치르면서도 육본 인사참모부의 자료를 확보하려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청와대 투서나 괴문서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은 곁가지일 뿐이다.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진급 인사 시스템 전반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것이다.

따라서 군검찰 수사의 최종 승부처는 계좌 추적이 아니라 압수 문서다. 진급 심사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유·불리한 기록을 누락한 증거를 잡기만 하면 수사는 일단 성공하는 셈이다. 인사 실무자들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는 군검찰이 절대 질 수 없는 게임”이라는 군 법무 관계자의 언급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나아가 기록 조작이나 변조에 윗선의 지시나 압력이 있었다는 점을 밝혀내면 수사 대상은 자연스럽게 고위 장교들로 확대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 총장에게 불똥이 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비리에 직접 관련된 사실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계좌 추적에 대한 언론보도다. 인사부서 모 장성에 대해 계좌 추적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군검찰에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가 얼마나 빗나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자신만만 軍 검찰 “표적은 따로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10월1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3군 통합으로 거행된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 행사를 마친 뒤 남재준 육군 총장(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사항은 이른바 인사검증위원회의 구실이다. 이는 남 총장이 지난해 5월 인사청탁 척결 방침을 밝힌 뒤 인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신설한 기구다. 현재 11명의 위원이 있는데, 말 그대로 각 선발위원회에 넘어가는 인사자료를 사전에 검증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문제는 기구의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각각 육본 인사참모부장과 인사관리처장이라는 점이다. ‘객관성’과는 거리가 먼 인선이 아닐 수 없다.

육군 장성 진급 인사의 후유증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는 육사 25기 동기인 김종환 합참의장과 남 총장의 갈등설이다. 국방부와 청와대 주변에서는 인사 내용에 불만을 품은 김 의장이 장관실 앞 복도에서 남 총장과 심한 언쟁을 벌였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여러 사람이 목격한 일”이라며 “두 사람이 싸운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합참의장과 육참총장 갈등설도

또 군검찰 주변에서는 김 의장이 남 총장의 핵심 측근인 모 소장에게 “아무개가 장군이 된 이유를 대봐라”며 그를 심하게 몰아세웠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의장이 화를 낸 이유는 합참 근무자의 준장 진급률이 육본에 비해 크게 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52명의 준장 진급자 중 합참 근무자는 5명인 데 비해, 육본 근무자는 14명이다.

호남 출신의 진급률이 극히 저조한 것에 대해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영남 출신 진급률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과거 영남정권 때도 이토록 노골적으로 영-호남 간격을 벌린 적은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청와대와 군검찰 관계자들의 증언대로라면 노 대통령이 남 총장의 사표를 반려한 것을 액면 그대로 볼 일이 아닌 듯싶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느 대통령이 그 상황에서 사표를 받아들이겠냐”며 사표 반려의 정치적 의미를 암시했다. 군과 청와대 정보에 밝은 정보기관 관계자의 전언대로라면 노 대통령이 남 총장의 사의를 물리친 속뜻은 ‘사표를 내더라도 수사가 끝난 뒤 군에서 책임질 사안은 책임진 다음에 내라’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는 남 총장의 사표 제출을 항명으로 받아들이고 상당히 불쾌해했다고 한다. 인사 비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 책임자인 총장이 사표를 내는 행위는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 것이다. 사표를 받아들일 경우 자칫 남 총장을 영웅으로 만들고 수사 대상자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마침 대통령의 외국 순방 계획이 잡혀 있던 탓도 사표 반려의 한 원인이었다.”

이번 수사는 남 총장과 군검찰의 악연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남 총장은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군검찰 수사권 독립에 대해 ‘지휘권 훼손’을 이유로 공공연히 반대해왔다. 9월 이른바 ‘정중부의 난’ 발언 파동 때는 군검찰을 북한의 정치보위부에 빗대 비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 법무병과 장교들의 집단적인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군검찰 수사가 남 총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은 여기서 비롯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남 총장 겨냥설은 청와대 배후설과 마찬가지로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주장이다. 군 동향에 밝은 한 예비역 장교는 “다른 건 몰라도 육본 인사참모부를 압수수색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게 군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앞서 남 총장의 사표 반려를 재신임이 아닌 유보로 해석한 청와대 관계자는 “군검찰 수사를 믿고 있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군검찰이 확실한 수사 성과를 내놓으면 육군 장성 진급비리 수사를 둘러싼 이런저런 논란과 잡음은 자연스럽게 잦아들 것이다. 군검찰은 이미 문서가 조작된 사례를 몇 가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간동아 2004.12.09 463호 (p16~19)

조성식/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7

제 1217호

2019.12.06

아이돌 카페 팝업스토어 탐방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