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3

2004.12.09

포천경찰서장, 부하 자살한 날 골프 쳐 직위해제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2-02 09: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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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천경찰서장, 부하 자살한 날 골프 쳐 직위해제

    포천경찰서 전경.

    포천경찰서에 액운이 끼었나. ‘포천 여중생 피살사건’으로 박광순 전임 서장이 올 2월 직위해제된 데 이어, 10월16일에는 이 사건을 담당한 강력1반장 윤석명 경사의 자살로 홍역을 치른 것도 모자라 최원일 서장마저 윤 경사가 자살한 날 과거 유흥업에 종사하던 폭력 전과자 S씨 등과 골프를 친 것이 밝혀져 11월26일 직위해제됐기 때문이다.

    경찰청 감찰팀은 최근 최 전 서장이 10월16일 골프를 친 사실을 인지하고 감찰을 해 최 전 서장이 관내 ㅂ골프장에서 S씨 등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했다. 통상 공무원들의 휴일 골프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금기사항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 전 서장이 골프를 친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것은 라운딩한 날짜가 문제였다는 것이 경찰청 한 관계자의 지적이다.

    최 전 서장이 골프를 친 10월16일 포천서에서는 전국 언론이 몰리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윤석명 경사가 수사에 대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포천군 신곡리 한 유원지 산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날 시신이 발견된 것. 윤 경사의 자살 사건은 이날 언론에 공개돼 전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포천경찰서장, 부하 자살한 날 골프 쳐 직위해제

    포천 여중생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최 전 서장은 이날 골프를 치다 1시간 정도 골프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일행과 어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하직원의 자살 소식에도 아랑곳없이 골프를 계속 한 것.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야 최 전 서장의 골프 행사 문제가 불거진 까닭은 최 전 서장의 이런 행태에 실망한 내부 관계자들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경찰청 감찰반은 25일을 전후해 전격적으로 감찰을 해 그의 골프장 행적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경기지방경찰청 고위관계자는 “그 사건은 본청 감찰팀들이 직접 조사했고, 최 전 서장은 현재 경무과에 대기발령 상태”라고 확인했다. 본청에서 직접 감찰에 나선 것과 관련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경감 이상은 본청에서 조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취재진은 최 전 서장과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28일 경기경찰청 경무과 한 관계자는 “발령이 난 최 전 서장은 곧바로 가을 휴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임 박광순 경기 포천경찰서장도 2월 여중생 피살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된 바 있다.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은 2월 초 여중생 엄모양(15)이 실종된 지 96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으로, 현재까지 용의자의 윤곽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수사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을 담당했던 윤 경사는 사건 해결이 늦어지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격무에 시달리던 부하직원이 자살했는데, 서장은 골프를 쳤으니 이를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 전 서장의 골프 행사와 관련한 의문은 또 있다. 바로 골프 멤버를 둘러싼 의혹이다. 최 전 서장이 함께 어울린 S씨 등은 유흥업을 하면서 경찰 관계자들과 유착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 이와 관련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골프 멤버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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