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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뉴욕 ‘미술’값 날개 달렸다

대표적 미술관들 입장료 잇달아 인상 … 시민·관광객 불만에도 “정부 지원 줄어 불가피” 항변

  • 뉴욕=홍권희 동아일보 특파원 konihong@donga.com

뉴욕 ‘미술’값 날개 달렸다

뉴욕의 ‘문화’ 값이 껑충 뛰고 있다.

뉴욕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모마(MOMA·Museum Of Modern Art)’가 11월 맨해튼 미디타운에 확장 재개관하면서 입장료를 성인 기준 12달러에서 20달러(약 2만3000원)로 올리기로 했다.

20달러라면 세계의 대도시 미술관 입장료 가운데 가장 비싼 수준이다. 게다가 무려 66%라는 전례 없이 높은 인상률이다. 공사비로만 4억2500만 달러(약 4900억원)를 들여 맨해튼 건물을 확장하는 동안 퀸즈로 무대를 옮겼던 모마가 맨해튼 귀환 기념으로 미술 애호가들의 뒤통수를 친 셈이다. 게다가 티켓을 살 수 있는 시간도 제한했다. 모마를 꼭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티켓 한 장당 ‘편의 비용’으로 3.75달러를 더 내야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입장료는 무려 23.75달러(약 3만원)가 된다. 천문학적인 수준의 증·개축 비용이 들어간 만큼 최대한 빨리 비용을 회수하려는 몸부림의 결과다.

세계 주요 미술관들의 입장료를 살펴보자.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현대미술관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각각 12달러, 파리의 루브르가 10.50달러,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우피지 갤러리가 9.85달러, 러시안 미술관이 3.40달러다. 한편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폴게티 미술관은 입장료가 따로 없다. 입장객이 기부금을 알아서 내면 된다.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미술관은 무료다. 모마는 23.75달러이니, 이 미술관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다.

‘모마’ 루브르보다 두 배 정도 비싸



하지만 뉴욕에서 입장료를 올린 곳은 모마뿐만이 아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다음 전시인 ‘아즈텍 제국’의 입장료를 15달러에서 18달러로 올려받기로 했다. 구겐하임의 대변인 앤터니 칼넥은 “워낙 비싼 전시라서 그렇다”고 말한다. 미술관 컨설팅 회사의 대표인 앤 버터필드는 “미술관을 운영하는 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이 든다”고 입장료 인상 조치를 두둔한다.

10월2일 맨해튼에서 문을 여는 루빈 미술관도 개관 기념으로 히말라야인들의 미술을 전시하면서 입장료를 7달러로 책정해놓았다. 오디오 가이드가 포함돼 있고 노인과 학생, 인근 주민, 예술가 신분증 소지자에겐 2달러를 할인해준다고 조건을 달았지만 결코 싼 금액은 아니다.

모마는 매주 금요일 오후 4∼8시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또 맨해튼 복귀 개관 첫날인 11월20일에는 공짜 구경이 가능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릴 전망이다. 모마 관계자는 “학생 등 할인 혜택을 받거나 연회원에 가입하면 요금인상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관광객들이 가장 충격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1만6000개에 이르는 미국 미술관들 사이에선 요즘 입장료 인상 문제가 최대 현안이라고 한다. 해마다 8억5000만명이 찾는 이들 미술관은 여전히 대중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입장료를 올릴 경우 관람객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미지수.

모마는 지난해 퀸즈에서 파블로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 전시를 할 때 다른 전시와 달리 입장료로 20달러를 받았다. 이 전시는 큰 인기를 끌었고, 미술관은 관람객들로 넘쳐났다. 이런 사례에 고무된 모마 측은 “앞으로도 입장료 20달러로 모든 전시실과 조각공원, 강연, 영화 등을 즐길 수 있으니 괜찮은 거래”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뉴욕에서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관광객이 줄어들어 미술관 입장 수입도 크게 줄었다. 미국 미술관협회 에드 에이블 회장은 “입장료 수입이 미술관 전체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미술관 살림에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반면 전시요금, 건물 유지 및 보수 등 미술관 운영경비는 비싸졌다. 정부 지원도 부쩍 줄었다.

한편 뉴요커들은 뉴욕에서 여가를 즐기는 비용이 너무 오르고 있다며 흥분한다. 양키 스타디움에서 야구 게임을 즐기는 데 8달러가 들고 시티 오페라 입석표가 15달러인데, 모마에 들어가는 데 20달러를 내야 한다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항변이다.

뉴요커들의 비난은 모마가 더 이상 여가를 즐기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글렌 로리 모마 관장이 한때 ‘모마는 문화 생산의 중심지’라는 발언을 한 것을 이런 변화와 연결지어 생각한다. 즉 많은 돈을 들여 대리석과 유리로 예쁘게 꾸며놓은 모마는 일반시민들이 여유시간을 즐기기 위해 찾는 공간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뉴요커들의 비난 화살이 쏟아지는 곳은 정부다. 모마의 입장료 인상 역시 정부 지원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데 따른 것이란 판단에서다. 연방정부나 지방정부 할 것 없이 미술관의 모자란 달러를 보충해주지 않으니 결국 미술관이 입장료 올릴 생각이나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국무부 지출 많아져 미술 지원에 난색

실제로 모마는 미국 정부에도 여러 차례 손을 벌렸지만 결국 실패하고, 덴마크 정부를 설득해 미술관 내 가구들을 기증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내년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각국이 전시관을 지을 계획인 데 반해 미국은 참가조차 하지 못할 상황. 베니스 비엔날레 참가비는 미 국무부와 미국예술진흥기금이 지원해왔는데 이번엔 국무부가 미국 홍보를 위한 지출이 많아져서 미술 쪽에는 내줄 돈이 없다고 뒤로 물러선 것이다.

서유럽 국가들은 미국에 비해 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을 훨씬 많이 한다. 그 덕분에 스웨덴 스톡홀름의 현대미술관은 입장료가 없다. 프랑스는 모든 공공건축 프로젝트 예산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예술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예술 전문가들은 “예술을 많이 감상하면서 자란 사람은 읽기 능력과 같은 학습능력은 물론 사회생활 적응력도 훨씬 발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면서 “제대로 교육된 국민을 원하는 나라는 국민들에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늘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지방정부가 아니라 연방정부”라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한편 1929년 국민의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첫 현대미술관인 모마는 13만5000점의 회화 사진 소묘 조각 필름 디자인 등을 소장하고 있다. 설립 75주년 기념일인 11월20일 맨해튼으로 다시 돌아와 관람객을 맞는다. 개장 시간은 금요일은 오전 10시 반에서 오후 8시까지이며 화요일은 휴무. 그리고 나머지 요일에는 오전 10시 반에서 오후 5시 반까지 개장한다.

새로 문을 여는 모마의 연면적은 1만7700평으로 종전의 1만600평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전시장 면적도 2400평에서 3500평로 넓어졌다. 퀸즈의 모마 전시장은 700평에 지나지 않았다. 전시장 천장이 높아져 대형 작품을 전시할 수 있고 실내 디자인도 대폭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마의 증·개축을 위한 기금 모금은 총 8억5800만 달러를 목표로 추진돼 현재까지 7억 달러 넘게 모아졌다.



주간동아 2004.10.28 457호 (p52~53)

뉴욕=홍권희 동아일보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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