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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미·중, 북한 나눠먹기?

전력 이동배치 등 심상치 않은 행보 … 美, 북한 공습 땐 中 개입으로 분할 점령 가능성 제기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미·중, 북한 나눠먹기?

미·중, 북한 나눠먹기?

2004년 6월 일본 정부가 보내준 쌀자루 위에 앉아 환담하는 북한군 국경경비대 대원들의 느슨한 모습.

최근 들어 북한 상황이 부쩍 불안정해지고 있다. 지난 9월9일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 월탄리 상공에 대형 버섯구름이 발견돼 소동이 일어났다. 이 구름은 때마침 백두산 쪽에서 발생한 지진과 맞물리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추측을 일으켰으나, 정부가 “자연적으로 버섯구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해 그야말로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와 관련, 최근 월탄리 일대를 찍어온 사진을 갖고 있다는 한 인사는 “월탄리로 사람을 집어넣어 사진을 찍어오게 했는데 폭발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국인이 월탄리의 사진을 입수할 수 있다는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월탄리와 월탄리에서 10여리 떨어진 영저리 사이에는, 북한군의 노동 미사일 기지가 있는 ‘대치(大峙)’라는 분지가 있다. 이 기지는 영저리에 더 가까이 있어 한국군은 이곳을 ‘영저리 미사일 기지’로 부르나 북한군은 ‘대치 기지’로 부른다. 때문에 9월9일 버섯구름이 발견됐을 때 일부 소식통은 ‘영저리 기지에서 미사일이 폭발했을 것이다’란 추측을 내놓았다.

국가정보원 요원도 아닌 일반 한국인이 북한의 중요 군사시설이 있는 곳에 사람을 보내 사진을 찍어오게 한다는 것은 북-중 국경선이 매우 허술하고, 북한의 치안이 엉망이라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한국에 온 탈북자 중 상당수는 정부에서 받은 정착금을 북한 지역에 사람을 보내 가족을 찾아보게 하거나 데리고 나오는 데 쓰는 경우가 많다.

북-중 국경경비대 부패 … 국경선 허술



북-중 국경선이 허술해진 이유는 북한과 중국의 국경경비대가 하나같이 부패해 기강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인민무력성(국방부와 비슷) 산하 국경경비총국이 국경선을 경비하는데, 국경경비총국 요원들은 뇌물을 받고 국경선을 넘는 이들을 묵인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북한군에 대한 정신 교육은 조명록이 이끄는 총정치국이 담당한다. 6월3일자 동아일보는 총정치국이 ‘국경 군인들을 위한 강습제강(강연자료)’이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대외비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는데, 여기에는 ‘단속자를 억류해놓고도 돈과 물건을 바치면 놓아준다’는 등 국경경비총국 군인의 부패상이 적나라하게 적시돼 있었다.

북-중 국경선이 뚫리면 김정일 정권의 안보도 위험해진다.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에 따르면 지난 7월 북-중 국경선 강화 지시를 내렸던 김정일은 10월15일 다시 “북-중 국경선을 제1의 국방 최전선으로 지정해 경비를 강화하라. 간첩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군(국경경비총국)-국가보위부(국정원과 비슷)-보안서(경찰서)의 3중 경비체제로 경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공공안전부(경찰과 비슷)와 인민무장경찰(상설 예비군 조직)이 국경선을 지키는데 이들도 뇌물 앞에선 쉽게 허물어진다. 휴전선과 달리 지뢰가 깔려 있지 않은 북-중 국경선에서 ‘자유왕래’가 실현되면, 중국도 심각한 안보 및 치안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중국으로 나온 탈북자 중 상당수는 범죄조직을 만들어 북한산 마약 등을 중국으로 밀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테러와 연계돼 있다. 지금 중국에서 치안이 가장 불안한 곳은 중앙아시아 국가와 맞닿아 있는 신장(新疆) 웨이우얼 자치구이다. 원래 이곳은 동(東)투르키스탄으로 불리며 이슬람을 믿는 터키계인들이 거주해온 곳인데, 청나라 때 중국에 병합되었다. 최근 중국이 인도와 국경협정을 타결지음으로써 티베트에서의 독립운동은 잦아들었으나, 이곳에서의 탈중(脫中) 독립운동은 거세지고 있다.

동투르키스탄 독립 세력은 베이징까지 찾아와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태 중의 하나는 동투르키스탄 독립 세력이 북한에서 유출된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테러를 자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처지가 됐으니 지난해 8월부터 중국은 기강이 무너진 공공안전부와 인민무력경찰을 빼내고 ‘상대적으로 규율이 살아 있는’ 인민해방군 3만명 이상을 북-중 국경선에 배치하게 된 것이다.

5월23일 중국 인민해방군 총참모장 조리(助理, 보좌관 또는 차관보라는 뜻)인 리위(李玉) 소장(준장에 해당)이 평양을 방문한 것도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북핵’이라고 하는 다음 주제로 들어가면 북한과 중국은 강한 대립관계로 돌변한다.

북-중 핵 둘러싸고 묘한 신경전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해왔다. 2001년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만난 중국의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부장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인정함과 동시에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했다. 중국은 왜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데 반대할까.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이 진단하는 자기 모습은 ‘약대국(弱大國)’인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보유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20여기에 불과한데, 이는 미국에 비하면 매우 약한 전력이다. 경제 부문으로 들어가면 중국의 허약세는 더욱 뚜렷해진다. 중국 지도부는 1인당 GDP가 1000달러대에 불과한 중국의 경제력으로는 군사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2008년의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의 상하이 엑스포, 2014년의 중국 월드컵을 계기로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고속 성장을 거듭하려면 주변이 안정돼 있어야 하므로 중국은 동북아가 현상유지 상태로 있기를 바란다.”

이 전문가는 “중국이 미국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인정하겠다고 한 것은 현상 유지를 하자는 제의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현재 중국 영향권에 있는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이 개입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하자, 미국이 북한에 강하게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은 미국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중국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에 대해 중국 영향권 안에 남아 있으되 핵은 갖지 말라고 강요하게 되었다”라고 분석했다.

미·중, 북한 나눠먹기?

경비가 허술한 두만강 너머의 북한 마을.

이에 대해 북한은 ‘순망치한(脣亡齒寒)론’으로 대항한다. 북한은 “앞에서 우리가 미국을 막아주기 때문에 중국의 동북 3성은 번영하고 있다. 그러니 중국은 북한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 속에는 ‘북한이 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공세에 굴하지 않고 동북 3성을 막아주고 있다’며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려는 뉘앙스가 숨어 있다.

한 소식통은 “2003년 4월21일 베이징을 방문한 북한의 조명록은 책상을 쳐가며 ‘북한이 중국 안보를 위해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중국은 왜 6자회담에서 북한을 지원하지 않느냐. 북한에 대한 지원에 왜 소홀한가’라고 따지자, 중국 측도 똑같이 책상을 치며 ‘한반도는 비핵지대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요즘 베이징에서는 북한과 중국 사이의 실무자 회담이 자주 열리는데, 그때마다 양쪽은 책상을 쳐가며 자기 주장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4월13일 중국을 방문한 체니 미국 부통령이 “시간이 없다”라는 말로 중국의 팔을 비틀었다. 체니는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이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위협한 것. 이는 곧 북한을 중국의 영향권에서 미국 영향권으로 빼오겠다는 의미인데, 문제는 체니 부통령의 발언이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3월22일 고든 잉글랜드 미 해군 장관은 2006년까지 동해와 북태평양에 이지스함을 11척 더 배치하겠다고 밝혔는데, 미 해군은 벌써 이 수역에 2척의 이지스함을 추가 투입해놓았다. 지난 여름 미 해군은 7척의 항모를 동원해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석 달 동안 서머펄스(Summer Pulse, 여름의 맥박) 훈련을 벌였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은 북핵 시설을 부수는 정밀 공습(Surgical Strike)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며 한국을 인질로 잡을 것이고, 한국은 이에 굴복해 미국에 ‘정밀 공습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한국 내에 있는 미군 기지 사용을 금지할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일본에 있는 미군 기지와 항모만을 이용해 북한을 공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서머펄스 훈련을 통해 연습해보았다. 그리고 북한이 미사일을 쏘며 대항한다면 이지스함으로 요격한다는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시가 재선되든 케리가 당선되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은 북한을 정밀 공습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생각이 이러하니 중국은 북한 대표단을 만날 때마다 책상을 쳐가며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압력을 가하게 됐다고 한다.

미국은 강한 힘을 기반으로 북한과 중국을 ‘외통수’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그래도 중국은 힘이 있는지라 북한이 미국 영향권으로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보고자 한다. 그래서 택한 것이 북-중 국경선의 군대 배치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동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하는 데 대해, 중국은 압록-두만강에 군대를 투입함으로써 미국에 맞서는 모양을 만들었다. 6·25전쟁 때 중국군은 북한 지역에서 미군을 격퇴한 경험이 있으므로(1·4후퇴) 정밀 공습에 이어 미군이 북한 지역에 군대를 투입한다면, 중국도 압록-두만강 지역의 군대를 동원해 일전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군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중국군은 즉시 북한군을 공격하는 세력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김정일 정권이 아니라 북한에서 친중 정권이 유지되는 것이라며 “1945년 소련은, 미국이 두 번째로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8월9일부터 15일까지 불과 6일간 일본과 싸우고 북한을 차지하는 전과를 올렸다. 그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중국도 북한으로 치고 들어가 미국과 함께 북한을 양분하는 것이다. 이로써 중국은 북한 북부 지역에 친중 정권을 만들어, 미국 세력과 바로 상대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정일 사면초가 … 내부 단속 열중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가 한국 주도로 통일되는 것이 아니라, 북핵을 제거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가 통일되면 민족주의가 거세져 반미 구호가 커지고, 간도(間島) 문제를 놓고 중국과 마찰을 일으키며, 과거사와 독도 문제를 놓고 일본과도 사이가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 한국은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 모두에 불편한 존재이므로 미국 등 주변국은 친중 성향의 북한, 친미 성향의 북한 그리고 한국이 존재하는 한반도를 만들 수 있다. 한 전문가의 의견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있은 후 미국과 북한도 대화 채널을 가동했다. 북한에서는 조명록을 미국에 보내고, 클린턴 정부는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평양에 보냈다. 당시 클린턴 정부가 생각한 한반도는 ‘핵이 없어진 두 개의 한국’이지, 한국 위주로 통일된 한반도가 아니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부시 정권도 같은 의견이다. 케리 후보의 대북 정책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조정관을 한 페리가 만들고 있는데, 페리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친미 노선을 걷는 나라가 어떻게 갈라져 존재할 수 있느냐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유럽에는 그런 나라가 많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는 한 나라였다가 셋으로 쪼개 진 경우인데, 지금은 하나로 합치지 않고도 사이좋게 잘 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과 일본 러시아의 반대를 무마하며 자력으로 친미 북한과 통일을 이룬다면, 이는 미국 세력이 확대되는 것이므로 미국은 굳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길은 멀고 험난할 것이다.”

현재 가장 답답한 사람은 사면초가에 빠진 김정일이다. 외통수에 몰린 김정일로서는 내부 단속을 강화해 위기에 대처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선군(先軍) 정치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중 국경선을 담당하는 그의 군부는 부패로 무너져내리고 있고, 중국은 그를 대체할 새로운 친중 정권을 검토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제 한국이 주력할 것은 북한 내에 친한(親韓)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국은 주변 열강에 휘둘리지 않고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04.10.28 457호 (p30~32)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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