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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팀 대신 ‘단암팀’인가

10월 초순 집기 정리 11월부터 출근 예상 … “건강 위해 주변서 충고, 지인들 만나는 공간”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부국팀 대신 ‘단암팀’인가

부국팀 대신 ‘단암팀’인가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단암빌딩.

이젠 ‘전설’이 된 부국팀은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부국팀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사조직을 가리킨다. 사무실이 서울 여의도 부국빌딩에 있어 생긴 별칭. 이 전 총재와 함께 두 차례의 대선을 치른 부국팀은 한때 회원수가 25만명에 달했다. 법조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 10여개 분과별로 시·도지부는 물론 해외에도 지부가 결성됐으며, 200여명에 이르는 교수, 전문가 그룹이 15개 안팎의 정책개발 조직에서 활동했다.

2002년 대선 패배 뒤 이 전 총재가 자신의 유일한 ‘활동 공간’이던 후원회 사무실 폐쇄 조치를 내리면서 부국팀은 5년의 삶을 마감했다. 부국팀 집기 일부와 이 전 총재의 개인 사물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이삿짐 회사 창고 등에 보관됐다고 한다. 그 짐들은 최근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단암빌딩으로 옮겨졌다. 단암 사무실은 이 전 총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이 전 총재의 사무실이 있는 단암빌딩은 이 전 총재의 장남 정연씨의 장인 이봉서 단암산업 회장(전 동력자원부 장관) 소유. 사돈이라고 무상대여는 아니다. 정식 임대 계약을 거쳐 세를 냈다는 게 이종구 전 언론특보의 설명이다. 집기가 정리돼 사무실이 모양새를 갖춘 것은 10월 초순이라고 한다.

‘주간동아’는 10월8일 “단암빌딩 1205호에 이 전 총재의 사무실이 자리했다”는 정보를 듣고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사무실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빌딩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 전 총재 사무실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이 전 총재를 연상할 수 있는 간판이나 흔적도 발견하기 어려웠다.

부국팀 대신 ‘단암팀’인가

XX05라고 적힌 ‘간판’만이 걸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무실 입구.

우여곡절 끝에 찾은 사무실은 1205호가 아닌 XX05호. 회사명을 적은 다른 사무실과 달리 ‘XX05’라고 쓰여 있는 ‘어색한 간판’이 유일한 단서였다. 현관 안쪽으로 이 전 특보의 모습이 보이면서 이 전 총재의 남대문 사무실임이 확인됐다. 사무실 이름을 달지 않은 것은 오해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사무실 내부는 20여평 규모로 크지 않았다. 이 전 총재 방과 4평 남짓한 서가, 그리고 이 전 특보와 여비서 책상이 놓인 공간이 전부였다. 서가엔 법률 관계 서적 등 이 전 총재가 ‘현장 정치인’ 시절 가지고 다니던 책이 놓여 있었다. ‘거대 야당’을 이끌던 야당 지도자의 사무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테리어 등 내부 분위기는 소박했다. 이 전 특보 책상에 꽂힌 2002년 대선 분석서가 겨우 눈길을 끌 정도.

부국팀 대신 ‘단암팀’인가

2003년10월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 사과 기자회견을 위해 한나라당에 들어서고 있는 이회창 전 총재.

20여평 규모 … 오해 피하려고 사무실 이름도 없어

이 전 총재는 10월12일 적을 두고 있는 미국 스탠퍼드대학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곳을 한 차례 방문했다고 한다. 사무실이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들른 것. 이 전 특보는 “집기도 들여놓지 않은 썰렁한 사무실을 보고 이 전 총재는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미국에서 돌아오는 11월 초부터 단암빌딩 사무실에 출근할 예정이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기자를 맞은 이 전 특보는 “건강을 위해 사무실을 내는 게 좋겠다는 주변의 충고를 듣고 마련한, 책 읽고 지인들 만나기 위한 공간”이라고 사무실 용도를 밝혔다. 평생을 바쁘게 살아온 이 전 총재가 집과 사무실 구분 없이 옥인동 자택에서 잠자고, 식사하고, 손님 만나는 게 안타깝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염려돼 사무실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는 설명이다.

이 전 특보는 특히 사무실을 연 것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 전 총재는 원래 맺고 끊는 게 분명하다. 이 전 총재는 정치할 생각이 없다. 패러다임이 변화했고 주변환경도 바뀌었다. 거듭 말하건대 사무실을 두고 정치 재개 운운하는 건 쓸데없는 오해와 추측”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구한 억측이 나오는 것은 이 전 총재 탓이다. 측근들은 “정치를 떠난 분”이라고 하지만 정작 이 전 총재는 언급이 없다. 오해와 추측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전화교환기와 내선전화기 용도에는 의문

그의 말대로 ‘XX05’는 ‘개인사무실’에 불과해 보인다. 이삿짐 회사 창고에 보관돼 있던 이 전 총재의 책이 꽂힌 서가는 대여섯 명이 겨우 앉을 수 있는 공간밖에 없었다. 이 전 특보 외에 부국팀을 총괄했던 이흥주 전 특보와 이병기 전 특보 등이 사무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종구 특보 자리 외엔 책상이 없었다. 이흥주 전 특보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사무실에 들른다는 게 이 전 특보의 얘기다.

그렇지만 특이한 점도 없지 않다. 이 전 특보 책상 뒤에 놓인 CDK186N이라는 전화교환기와 내선전화기의 용도가 의문으로 떠오른다. 이 전 총재의 좁은 사무실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형 사무실엔 필요 없는 기기이기 때문이다. CDK186N은 내선전화를 연결하는 장치로 대형 사무실 등에서 직원들의 전화를 연결하는 데 이용된다.

부국팀 대신 ‘단암팀’인가

2002년 대선 당시 부국팀 사무실.

이와 관련해 단암빌딩을 관리하는 용역회사 직원의 설명이 눈길을 끈다. 그는 “이 전 총재 사무실은 21층인데 이 총재 측근들은 단암빌딩의 다른 층에서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부국팀 대신 단암팀이 활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킬 만한 대목이다. 이 전 특보는 전화교환기에 대해 “뭐 이런 것까지 취재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예전부터 가지고 다니던 건데 버리기 아까워 가져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전 총재 측은 사무실이 공개되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했다. ‘XX05’가 밖으로 드러나는 걸 꺼려 사진 촬영도 막았다. 이 전 총재 측은 사무실 실체가 공개된 것에 대해 정보기관의 공작설을 흘린다. 한 관계자는 “사무실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정치권을 스크린하는 정보당국 관계자가 일부 기자들에게 흘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무실을 열었다는 보도가 나온 것만으로도 이 전 총재에게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4.10.28 457호 (p22~24)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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