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4

2004.09.30

“전문성도 좋지만 다양한 직무 경험해라”

  • 유용미/ HR코리아 마케팅팀 과장 yym21c@hrkorea.co.kr

    입력2004-09-23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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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성도 좋지만 다양한 직무 경험해라”
    삼성은 올 초 임원 448명과 부사장 29명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과 부사장을 배출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경영을 이끌어갈 CEO(최고경영자) 후보군을 두텁게 하는 동시에 ‘실적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보상체계를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이들 모두 CEO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기업이 원하는 CEO란 어떤 사람일까. 오너와 같은 학교 출신이라서, 어학 능력이 뛰어나서 사원으로 채용될 수는 있지만, CEO는 다르다. 철저한 검증이 수반된다.

    대기업에서 20년간 근무한 이규호씨(47·가명)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최고 학부를 졸업하고 해외유학을 다녀온 뒤 홍보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며 임원에 오르기까지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더는 올라갈 곳도, 지킬 자리도 없어졌다. 홍보기획, 전략수립, 리스크 관리, 사보 제작 등 홍보 분야의 거의 모든 업무를 경험했음에도 다른 기업에서도 이씨를 채용하기를 꺼려했다. 다른 직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씨는 그동안 이직할 때마다 홍보 분야 업무를 고수하면서 이 분야에서만 전문성을 쌓으려고 애써왔다.

    한편 A제조업체는 대표이사를 채용하면서 갖춰야 할 자질로 마케팅 능력을 맨 앞에 두었다. 기술경험도, 같은 제조업체 출신도 채용조건이 아니었다. 결국 전혀 다른 업계인 유통회사에서 마케팅 총괄이사를 경험해본 후보자가 제조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을 물리치고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두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전문성을 갖추되 다른 직무를 경험해볼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것. 둘째, 자신의 경력사항에 반드시 마케팅이나 기획 분야에서의 성과를 올려놓으라는 것이다.



    21세기 기업은 그 무엇보다 전문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분야와 업무경력이 일관성 있게 이어져야만 효과적으로 이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관리자 직급까지에서만 통하는 말이다. 임원이나 CEO 등 더 높은 자리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 다른 직무에서의 경험이 필수적이다. 한 분야에서의 전문성만 가지고는 전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사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잘 갖춰진 기업의 경우 핵심 인재에게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정기적으로 다른 계열사,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 기업 전체와 산업 전반에 대해 이해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기업시스템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연계해볼 수 있는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충분한 노하우를 쌓은 다음 이러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꼭 놓쳐서는 안 될 분야가 바로 마케팅이나 기획 분야다. 예전에는 회사의 자금 사정을 꿰뚫고 있는 재무회계 임원인 대표이사가 창출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신규사업을 추진하거나 색다른 마케팅을 강조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 의사 결정의 전권을 좌우하는 대표이사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이든 마케팅이나 기획에 대한 성공적인 경력이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해외기업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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