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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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락날락 … 범털들의 ‘의왕일지’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9-16 12: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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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락날락 … 범털들의 ‘의왕일지’
    YS(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가 구속됐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생활은 두 번째. 그렇지만 현철씨 부담은 적지 않은 것 같다. 검찰조사 과정에서 배를 찌르며 자해를 하거나, 단식과 통곡을 한 것은 그만큼 충격이 컸음을 방증한다. 현철씨의 이런 저항에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 반전에 따른 충격 때문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현철씨는 자신이 구속될 줄을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현철씨는 97년 5월에도 구속됐다. 당시 그는 심한 ‘권력 금단현상’을 보였다. 한 측근은 “현철씨가 구치소 생활에 적응하려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금 있으면 성경을 반입하고, 또 시간이 지나면 역사서를 반입하고…”라며 현철씨의 의왕 일지를 미리 그렸다.

    들락날락 … 범털들의 ‘의왕일지’
    그와 달리 정대철 전 의원(열린우리당)의 의왕 일지는 최근 들어 장밋빛으로 바뀌었다. 정 전 의원 측은 ‘석방’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그의 발목을 잡았던 굿모닝시티 윤창열 전 대표가 9월6일 열린 정 전 대표의 항소심 공판에서 “정 전 의원에게 전달한 4억원은 뇌물이 아니라 정치자금이며, 청탁도 하지 않았다”고 당초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 그간 진술을 완전히 뒤집은 이 발언으로 정 전 의원은 특가법상 뇌물 대신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공소장을 변경할 근거를 마련했다. 그럴 경우 정 전 의원의 ‘집행유예’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그의 석방을 의심하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10월 석방설까지 흘러나온다.

    들락날락 … 범털들의 ‘의왕일지’
    한나라당으로부터 2억5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인제 의원은 일단 의왕 일지에 마침표를 찍고 한숨을 돌리고 있다. 배달사고와 관련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던 그의 구치소 탈출은 돈을 전달했다는 김윤수 전 특보의 증언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허점을 치밀하게 파헤친 변호인단의 정교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변호인단은 김 전 특보가 돈을 전달했다는 이의원의 자택으로 재판부를 불러 김 전 특보의 증언 가운데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집중 부각, 재판부를 성공적으로 설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면전을 벌였던 검찰은 이의원의 역공에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기약 없이 시간을 죽이는 사람은 또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택이 창살 없는 감옥이다. 이 전 총재는 대선자금과 관련 줄줄이 구속되는 측근들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한나라당 한 의원이 당시 자택을 방문하자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질 테니 그들의 구속을 막아달라”고 말했다. 지난 여름의 일이다. 이 전 총재 측근들이 “날씨도 더운데 피서나 한번 다녀오시라”고 이 전 총재의 등을 떠밀었다. 이 측근에게 이 전 총재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김영일 의원과 서정우 변호사가 아직 감옥에 있다.”

    이 전 총재는 최근 자택 인근에 있는 인왕산 산책을 중단했다. 평소 옥인동을 자주 방문하는 한나라당 H의원은 “측근들의 장기 구속이 이 전 총재에게 큰 부담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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