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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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만남 ‘조동만 게이트’ 터지나

20억원 수수 ‘소통령’ 김현철 구속 수감 … 출국 금지자 3명 중 L씨 수사 관심 집중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4-09-16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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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된 만남 ‘조동만 게이트’ 터지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9월8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김현철씨. 김씨는 구속되기 직전 자해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소통령’ 김현철의 재구속과 자해(自害), ‘충복’ 김기섭과 ‘제후’ 조동만의 몰락까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져가던 ‘김현철-김기섭-조동만’ 트리오가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99년 대국민 사과 때 포기하겠다고 했던 대선잔금 70억원에 대한 이자 논란에, 이번엔 현 여권의 실세에게 전달됐다는 ‘조동만 리스트’ 의혹까지 추가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주철현 부장검사)는 9월11일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20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를 구속 수감했다. 이로써 현철씨는 97년 5월 비리 의혹으로 구속된 이후 7년여 만에 또다시 구금생활을 하게 됐다.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지만 잘나가던 시절에 사귄 재력가와의 연을 끊지 못한 ‘권력의 금단현상’을 내보인 꼴이다.

    그러나 법원은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전 부회장은 회사 대주주로서 회사에 배정된 신주인수권을 가로챈 뒤 주식을 처분, 1900억원대의 전매차익을 남긴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로 8월17일 구속된 상태다.

    영장실질심사가 벌어진 법정에서 현철씨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힘들게 살아가던 중 가장 믿고 지낸 김기섭씨가…”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엉엉 울어버렸다. 그러나 논점은 2001~03년 사이에 수수한 20억원의 성격 문제가 아닌 현철씨 이외에 조씨의 비자금을 건네받은 정치인이 또 있느냐에 모아졌다.

    의혹의 불씨는 ‘문화일보’가 지폈다. 9월8일 현철씨 소환과 함께 여야 정치인 4~5명이 포함된 ‘조동만 리스트’를 거론했고, 뒤이어 10일에는 ‘지난 대선 당시 노 캠프에도 돈이 흘러갔다’는 진술이 있다며 이를 대서특필하고 나선 것. 평소 조 전 부회장이 정치권 인사들과 두루 친했다는 점과 현직 정치인 K, C, L씨가 거론되면서 검찰의 제2차 대선자금 수사가 이뤄지는 것 아닌가 하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pcs 사업자 선정 의혹 여전

    문화일보 보도 이후 정치권에서는 ‘조동만 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로 현 정권 실세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문화일보 보도가 너무 앞서 나가긴 했지만 검찰이 조동만씨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는 이상 조씨가 앞으로 어떤 진술을 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출국 금지자가 3명이 있지만 그중 L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검찰은 공식적으로 ‘조동만 리스트’를 부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이준보 3차장은 “문화일보 보도는 확인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완전 오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철씨 사건 직전 특수부의 현대건설 하도급 비리가 큰 화제였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현대와 무관치 않은 문화일보가 검찰도 모르는 ‘리스트’를 들고 나와 찜찜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에 또다시 ‘한솔 게이트’가 불거진 까닭은 YS정권 시절 최대 이권 사업이었던 PCS(개인휴대통신) 사업자 선정 의혹이 완전하게 해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현철씨의 비자금 관리 내막을 추적해 처벌했고, 2001년에는 평가방식을 변경한 이석채 전 정통부 장관까지 구속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이후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냈다.

    현철씨가 주장하는 ‘이자 여부’가 부각된 이유는 YS정권 시절 조 전 부회장에게 맡겼다던 현철씨의 97년 대선잔금 70억원에 대해 99년 구속 당시 형 집행정지를 위해 포기각서를 썼기 때문이다. 만일 ‘이자’라고 판가름 날 경우 현철씨 혼자서만 도덕적인 파탄에 이르는 셈이지만, 이자가 아닐 경우 과거의 ‘끈끈한 관계’를 근거로 손을 벌린 셈이기 때문에 PCS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 아니냐는 뒷말을 낳을 수 있다. 이 경우 파장은 다시 이를 무마하기 위한 또 다른 정치권 ‘로비’ 여부로 확대될 수 있다.

    현재 검찰은 조 전 부회장의 한솔PCS 주식 매매 차익 1900억원에 대한 출구조사를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사 강도에 따라 새로운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황금알을 낳는다던 PCS 사업권이 한솔그룹은 가난하게 만들고, 재벌가와 그에 기생하는 정치인들의 배는 부르게 한 사건이니만큼 끝까지 추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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