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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9·11 3주년 미국 “Not Safe”

이라크 전쟁 피해 계속 테러 위협 여전 … ‘자유 희생’ 점점 더 요새화 국가로

  • 이흥환/ 미 KISON 연구원 hhlee0317@yahoo.co.kr

9·11 3주년 미국 “Not Safe”

미국은 안전한가. 부시 대통령은 미국을 더욱 안전한 나라로 만들었는가. 부시가 재선되어야 미국이 더 안전해질 것인가, 아니면 민주당의 존 케리 대선후보가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들 인물인가. 아니면 이 모두가 부질없는 질문인가.

9·11테러 3주년이었던 9월11일 미국은 이러한 의문에 대해 대충 넘어갔다. 언론이 9·11테러 유족들의 슬픔이 여전하다는 것만 한두 차례 짚어주어 9·11의 비극을 상기시켰을 뿐이다. 사실 9월에 들어서자마자 공화당 전당대회는 3주년의 알맹이를 모두 빼먹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이라크 전쟁’은 없었다. 9·11은 ‘영웅 부시’를 위한 조연에 불과했다.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부시 찬가’는 전당대회장의 공화당원들을 열광시켰다. 그는 “무역센터 북쪽 건물이 무너져내리던 순간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조지 W. 부시가 우리의 대통령이라는 것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딕 체니 부통령은 “케리가 당선된다면 또 한 번 테러를 당할 것”이라며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은 과연 안전한가.

공화당이 출범을 한사코 꺼렸던 9·11조사위원회는 7월 말 내놓은 최종보고서에서 이렇게 썼다. ‘9·11테러 당시보다 더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 미국은 안전하지 않다(not safe)’고.

안이한 대처 지금도 되풀이



9·11 발생 직전인 2001년 여름 알 카에다의 공격 경고가 있었음에도 부시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 9·11조사위원회의 결론이다. ‘행정부가 한 번도 위협 경고에 제대로 움직인 적이 없었을 뿐더러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다. 국경 검문을 강화하거나 운송 수단을 철저히 검색하지 않았고, 전자 감시 체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연방정부든 주 정부든 아무런 방비 태세가 없었고, 시민들은 경고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사위원회가 정작 우려하는 것은 과거의 안이한 대처가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은 9·11 이후 자신이 추진한 대(對)테러전의 결과, 테러 당시 4000명에 달했던 알 카에다 요원의 80%가 사살되거나 구금되었다고 주장했다. 일망타진된 것은 아니더라도 조직을 분쇄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는 부시 논리의 기본 배경도 이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부시 행정부는 2002년 이라크 전쟁을 준비하면서 후세인에 집착했다. 알 카에다가 아니라 후세인이 전쟁의 초점이었다. 이 순간부터 아프가니스탄의 전후 재건 문제와 오사마 빈 라덴은 찬밥 신세가 되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이 이미 종전을 선언한 이라크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9·11테러 3주년이 되던 날 이라크 전쟁 미군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그 주에만 20명의 미군이 죽었다. 미군 1명이 죽을 때마다 이라크인은 10명이 죽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전쟁의 최대 성과로 독재자 후세인 타도와 이라크 해방을 꼽는다. 정치권의 반(反)부시 진영도 아랍권에 미국 가치를 전파하겠다는 미 외교의 목표 설정에까지는 반기를 들지 않는다. 미 국민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미국적 가치관의 우월성에 대한 일방적 주장이 바로 미국에 대한 테러 위협을 자초해왔음을 간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이 대테러전 대신 선택한 이라크 전쟁의 성과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낮추진 못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테러는 미국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더 이상 ‘테러=알 카에다’란 등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9·11 이후의 미국은 점점 더 요새로 변해가고 있다. 국토안보부가 이 요새의 수문장이다. 고용 인원만 해도 18만6000명에 이르고, 1년 예산이 360억 달러가 넘는 조직이다. 테러 정보를 체계적으로 종합 분석하고 테러에 대비함으로써 제2의 9·11테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국토안보부의 최대 목표다. 국토안보부 덕분인지 몰라도 어쨌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2의 9·11테러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국토안보부

하지만 국토안보부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중이다. 조직 규모를 본다면 얼마든지 미국 내에서의 테러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 않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테러 목표물을 모두 방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 전역에 퍼져 있는 핵발전소만 해도 103개에 달한다. 천연가스공은 26만개이고, 암모니아와 염소 등 독성 화학물질 생산 공장은 1만5000개가 넘는다. 하늘로 문이 열려 있는 소형 비행장 수가 1만4000개이고, 해안선은 무려 9만5000마일에 달한다.

대형 국제 화물선박이 한 번에 실어나르는 컨테이너는 약 8000개. 9·11 이전에는 이 화물 중 2%만 검색했다. 9·11 이후에도 이 화물 컨테이너는 계속 미국 항구에 부려지고 있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미국 항구로 들어오는 화물선이 항구에 부려놓는 컨테이너 수는 총 1600만개에 이른다. 국토안보부가 가동 되었다지만 화물 검색률은 여전히 5%에 그친다. 국토안보부의 운송안보국이 이 화물선 컨테이너를 포함해 민간 항공기 승객과 승객 화물 검색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승객 화물은 고작 2%만 검색될 뿐이다. 승객 검색도 ‘할머니 신발 벗기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비아냥거림에도 할 말이 없다.

국토안보부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고는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기존 연방정부의 22개 부처에서 쓰던 예산을 ‘한 덩어리씩’ 긁어모았을 뿐이다. 게다가 기세 좋게 출범하기는 했지만 미국이 이라크 문제에 매달리면서 국토안보부는 그늘에 가려버렸다.

미국이 요새화돼갈수록 미국의 최대 가치인 ‘자유’는 움츠러들고 있다. ‘감시 체제 국가’로 변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9·11 3주년을 하루 앞두고 알 카에다의 2인자 자와히리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패배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최근 ‘요새 미국’이란 책을 펴낸 언론인 매튜 브레진스키는 책의 결말 부분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미국을 가장 자유로운 사회로 만든 근본적인 가치 체계를 희생시켜서라도 미국을 테러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주장은 더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왜냐하면 테러 재발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테러가 언제 일어날 것이냐는 시간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453호 (p52~53)

이흥환/ 미 KISON 연구원 hhlee031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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