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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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드’여 가라 … ‘RFID’ 시대가 온다

무선주파수 이용해 제품 정보 담은 전자칩 … 2010년 시장 규모 768억 달러 ‘세계 기업 각축’

  • 김용섭/ 디지털칼럼니스트 www.webmedia.pe.kr

    입력2004-09-15 18: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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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코드’여 가라 … ‘RFID’ 시대가 온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앞으로는 ‘RFID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유통과 물류의 중심을 휘어잡던 바코드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이제 모든 사물에 적용될 수 있는 신기술의 시대가 도래하는 기술적 전환점이다.

    RFID는 유통·물류 분야에서는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기술이고, 차세대 IT(정보기술) 주력 산업으로서 엄청난 시장 규모를 예상하는 분야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IT 기업들이 RFID 기술 사업에 뛰어들고 있고, 특히 각종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주목받는 기술로 손꼽히고 있다.

    RFID 등장 땐 매장 계산원 불필요

    가트너그룹은 전 세계의 RFID 시장 규모가 2005년 72억 달러에서 2010년에 768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국내 시장 규모도 2005년 1억9000만 달러에서 2010년 39억9000만 달러로 예측된다. 이렇듯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도 큰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고, 이를 장악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 IT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생산단계에서부터 모든 제품에 RFID 칩을 부착함으로써 생산과 유통 과정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생산과 유통, 재고관리 등에 획기적인 기술로서 제품의 판매방식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기존의 제품 판매에서는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을 계산대의 계산원이 바코드로 읽어내서 계산을 했다면, RFID 칩에 내장된 제품은 소비자가 카트에 제품을 담고 RFID 판독기가 있는 곳을 지나치면 소비자의 RFID 칩에 내장된 신용카드에 의해서 자동으로 계산이 이뤄지게 된다.



    이는 단지 유통매장에서뿐 아니라 바코드를 이용해 체크하는 모든 공간에서 활용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RFID 칩이 유통매장을 비롯한 각종 제품 판매처의 계산원들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기업 측에서 볼 때는 물류·유통의 자동화, 간소화와 함께 인건비 및 부대비용 절감까지 이룰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무인환경의 유통매장이 될 수 있으며, 각종 제품 판매처에서 일하는 판매원들의 임무 중 계산 부분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판매원은 굳이 사람일 필요가 없다. 소비자 개개인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서 실시간으로 분석해 모니터와 스피커를 이용, 컴퓨터가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RFID 칩은 유통과 물류, 그리고 판매환경에 비약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비자의 구매 형태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확보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의 마케팅에서도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물론 이것이 소비자 쪽에서는 사생활 침해 소지가 높은 사항이라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바코드’여 가라 … ‘RFID’ 시대가 온다
    실제로 소비자가 구매한 제품에 있는 RFID 칩과 소비자의 신용카드에 있는 RFID 칩이 함께 판독기에 읽혀지기 때문에 누가 어떤 물건을 언제 어디서 구매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특정 고객의 선호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개인화 마케팅이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가 물건을 사려고 어떤 매장에 들어섰을 때 모니터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자신이 평소 자주 사던 물건에 대한 할인 및 이벤트 정보 등을 알려주며 구매를 유도한다고 상상해보라.

    이미 스필버그의 SF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영화에서는 RFID 칩이 아닌 안구가 이를 확인하는 설정이었지만, 우리가 앞으로 경험할 디지털라이프에서는 RFID 기술이 그 몫을 상당 부분 수행할 것이다. 따라서 기술 진보에 따른 편리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생활 침해라는 위험성 사이에서 RFID를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지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RFID는 제품 판매와 물류, 재고 관리라는 본래의 용도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도 활용된다.

    해킹·사생활 침해 위험성은 커

    먼저 고속도로에서는 통행료를 내기 위해 멈출 필요 없이 RFID 판독기가 설치된 지역을 지나면 RFID 칩이 내장된 신용카드를 통해 통행요금이 자동 결제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고속도로의 통행 흐름도 원활해지며 자동차의 에너지 절감, 통행시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애완견의 몸에 RFID 칩을 넣어 애완견을 잃어버렸을 때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의 한국애견연맹에서는 수년 전부터 애완견에 넣을 RFID 칩을 보급했고, 현재 5000여 마리의 애완견에 RFID 칩이 주입되었다.

    또한 개인의 신상정보와 병력을 담은 칩을 몸에 이식해 응급상황 때 재빨리 대처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베리칩을 이식받은 사람이 1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아울러 교도소에서 죄수를 관리하는 데도 RFID가 사용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4개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RFID 칩이 내장된 팔찌를 보급해 재소자의 위치와 행적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덕분에 교도소 내의 폭력과 탈옥 건수도 줄어드는 효과를 거둔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산업폐기물 추적 테스트에 RFID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싱가포르에서는 사스 발생 때 응급부서에서 RFID를 사용한 바 있다. 이외에 어린이에게도 RFID를 인식표처럼 달아 미아를 방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고, 자동차나 각종 도난 우려가 있는 물건에 RFID를 부착해 도난시 문제 해결에 활용될 수 있다. 사실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영역은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바코드’여 가라 … ‘RFID’ 시대가 온다

    기존 바코드(왼쪽)과 일본 히타치가 개발한 RFID칩(제품명 `뮤칩`)의 실제 크기

    RFID의 문제는 해킹과 사생활 침해 등의 보안에 관한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RFID 칩을 위ㆍ변조해 범죄에 이용할 수 있다. 무선주파수를 활용하기 때문에 해킹을 통해 RFID에서 이뤄지는 정보를 빼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개인의 제품구매 및 결제 정보 등 사생활 침해 소지도 높고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은 정보들이 해킹될 수 있다.

    RFID 칩을 이용해서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도 있다. 이른바 ‘빅브라더’의 실체가 되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환경의 확산에다 디지털카메라·캠코더 등 개인 미디어 도구들의 확산과 함께 RFID의 확산도 ‘빅브라더’를 현실화할 요소라 할 수 있다.

    RFID가 보편화되기 전에 RFID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나 법적 기준들이 만들어져야 하고, RFID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돼야 한다. 분명 RFID 기술은 우리의 디지털라이프를 획기적으로 바꿔줄 장밋빛 기술임이 틀림없지만, 그 속에 아주 무시무시한 가시도 담겨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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