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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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남성’ 어찌하오리까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09-15 14: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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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숙인 ‘남성’ 어찌하오리까
    요즘 헬스장을 찾는 중년 이상의 남성들 가운데에는 살 빼는 목적이 아주 특이한 사람들이 있다. 고개 숙인 남성을 세우기 위해 달리고 역기를 드는 ‘처절남’들이다. 살을 빼기 위한 그들의 굳은 결심은 단지 권상우나 비 같은 멋진 근육을 만들어 보고 싶은 소망에서 비롯된 게 절대 아니다. 그들이 다이어트를 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발기부전! 그들은 나이가 들수록 물건의 기능이 떨어지는 이유가 모두 복부 비만 때문인 것으로 결론 내린 사람들이다.

    과연 살을 빼면 물건이 제 기능을 할까?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한다. 죽도록 살을 빼도 기능이 되돌아오지를 않는다. 이유는 비만이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인자이기는 하지만 직접적 원인은 아닌 까닭. 이런 사람들은 잠자리 문제가 불화로까지 이어진 다음에야 비로소 비뇨기과를 찾는다. 이들에게 발기부전이 생기는 원인 가운데 십중팔구는 비만성 당뇨병. 레비트라,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탓한다.

    무지막지한 체력운동으로 ‘미스터 쾌남’이 된 이들은 발기부전이 조금 나아진 것만으론 만족하지 않는다. 더욱 강력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찾게 되는 것. 특히 저녁식사와 함께 약을 복용할 경우 약효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당뇨로 인한 발기부전 환자들이 의사에게 레비트라를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당뇨에서 비롯한 발기부전에는 레비트라가 좋은 효과를 보이는 데다 음식물의 섭취와도 크게 상관이 없고 강직도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는 까닭.

    발기부전이 있는 환자가 오면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가장 먼저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 등의 질환에 대한 검사를 한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복용이 금지된 심혈관계 환자들을 찾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거꾸로 이들 질환이 혈류 장애를 일으켜 발기부전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은 음경의 말초신경과 발기동맥에 경화증을 유발하는 발기부전의 최대 적이다. 당뇨환자의 발기부전 발병률은 정상인의 3배에 달하며, 당뇨로 진단받은 뒤 10년 이내에 발기부전이 발병한다. 즉 발기부전 증세가 있는 남성들은 발기부전이 더 심각한 다른 질병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싹이 보일 때 재빨리 손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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