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9

2004.06.17

6·5 선거 그후 … 뜨고 진 정치고수들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06-11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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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 선거 그후 … 뜨고 진 정치고수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중원’의 무림세계에서 생존하는 법칙은 단 하나, 힘의 논리에 따른 ‘약육강식’이다. 그런 뜻에서 4·15 총선과 6·5 지방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이끌어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중원의 새 강자로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2전2승의 전적은 ‘역시 박근혜’라는 ‘박풍(朴風)찬가’로 이어진다. 박대표는 이미 ‘대망론’도 선점했다. 대선 패배와 탄핵 정국 충격으로 위축돼 있던 정치권 밖 보수세력들은 ‘과연 될까’라는 의혹을 거두고 박대표의 선전과 ‘파이팅’에 점차 눈길을 주는 분위기다.

    박대표가 승리감에 도취해 논공행상을 벌이는 시기, 혹독한 중원 데뷔전을 치른 열린우리당의 투톱 ‘신기남-천정배’ 체제는 짙은 먹구름 속에 갇혀버렸다. 두 인사의 데뷔전은 최악이다. 꽃봉오리를 피우기 전 찬서리까지 내려앉았다. 첫 출전 성적이 수준 이하인 점도 문제지만, 선거과정에서 보인 지도력에 대한 무림세계의 냉혹한 평가는 이들에게 두고두고 부담이다.

    당내 인사는 물론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지난 총선을 지휘했던 ‘정동영-김근태’ 라인의 파이팅 및 정교함과 이들의 정치 지휘력을 곧잘 비교한다. 특히 두 인사가 이번 재·보선을 통해 야당에 ‘기’를 뺏긴 것이 화근으로 작용할 것 같다. 이미 두 인사는 지도부 인책론과 조기전당 대회론이라는 후폭풍에 시달린다. 따지고 보면 그들로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키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선거를 치러 연마한 ‘내공’을 제대로 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론은 그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는다. 2002년 대선 이후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빠르고 냉혹하다. 과거와 달리 한 번의 실수는 정치생명을 치명적으로 위협한다. 지난 총선 때 노인 폄하발언을 했던 정동영 당시 우리당 의장은 자신의 사지를 자르는 대가를 치르고 나서 위기를 벗어났다. 그나마 그의 신세는 양호한 편이다. 김민석, 추미애 전 의원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었다. 월드컵 신드롬을 타고 무림지존을 노렸던 정몽준 의원도 한순간에 낙마했다.

    중원에는 신흥세력들이 끊임없이 발호한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서도 ‘뉴 페이스’들이 등장했다. 그 가운데 42살의 도백 김태호 경남지사와 호남의 새로운 얼굴 박준영 전남지사는 무림의 새 기대주들. 김혁규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한 김지사는 이미 당 주변에서 ‘제2의 김혁규’라는 평가를 받은 상태.



    총선에서 통곡했던 민주당에 웃음을 선사한 박지사도 마찬가지. 그는 당선 직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해 호남 중원의 재건을 다짐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한화갑 의원이 박지사 주변을 기웃거리지만 그 역시 무림세계에서 ‘잊혀질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중원의 흐름에 거스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와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 등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처지. 중원은 과거와 달리 명분과 과정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그런 점에서 배신자로 비난받는 김혁규 의원의 중도낙마는 중원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시대정신의 가치를 일깨운다.

    무림세계는 절대 강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어제의 강자가 오늘은 패자로 돌아서고 내일이면 잊혀진 인물로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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