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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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대통령 탄핵당하다

이창호 9단(백) : 최철한 7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웹진 이사

    입력2004-04-22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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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 대통령 탄핵당하다

    장면도

    ‘천하 제일’ 이창호 9단과 ‘19세 도전자’ 최철한 7단이 국수전 도전5번기에 이어 기성전 도전5번기에서 벌인 ‘반상 춘투(春鬪) 10번기’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최철한 7단의 완승으로 끝났다. 10번기 대국 성적 6승3패. 최철한 7단은 국수(3대 2)에 이어 기성(3대 1) 타이틀까지 빼앗으며 이미 지난해 보유한 천원 타이틀에 더해 단숨에 3관왕에 올라 이창호 9단과 국내기전을 양분하게 됐다. 이창호 9단도 LG정유배, 왕위전, 명인전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명인전이 중단된 상태임을 감안하면 제1당 자리를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 4·15 총선에서는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제1당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반상 총선’에서는 최철한 간판을 단 신생정당이 거대야당으로 떠올랐다. 최철한 7단은 아예 이 참에 ‘바둑 대통령’ 이창호 9단을 탄핵하고 1인자 자리를 꿰찰 기세다.

    바둑 대통령 탄핵당하다

    참고도

    ‘번기(番棋)의 제왕’ 이창호가 두 번 연속 치러진 5번기에서 모두 진 것은 충격이었다. 대국 당일 최철한 7단은 일본 원정대국에서 얻은 식중독이 호전되지 않아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오는 바람에 15분 지각했다. 그러나 막상 대국을 시작하자 ‘독사’라는 별명이 괜한 말이 아님을 보여줬다. 마치 살모사 대가리처럼 흑 ▲로 꼿꼿이 선 수에서 도전자의 기백이 느껴진다. 한판 붙자는 얘기. 다음 백이 6으로 끌고 나오면 백병전이다. 여기서 이창호 9단은 백1로 슬며시 싸움을 외면했는데, 이때 득달같이 덤벼든 흑2·4가 엄청난 독수(毒手). 백1로 응하면 즉각 흑2의 고공폭격을 가하겠다는 선전포고다. 백은 5로 물러섰고 흑6으로 한 점을 잡아서는 흑이 편한 흐름. 백A 의 대세점을 외면하고 11로 끊은 점도 성급한 느낌. 흑16으로 중앙 빵때림까지 허용해서는 이미 기세 싸움에서 진 꼴이다. 11년간이나 장기 집권하던 기성 타이틀이 날아가는 순간이다. 260수 끝, 흑 2집 반 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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