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31

2004.04.22

연쇄 살인 그리고 가짜 인생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4-04-16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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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쇄 살인 그리고 가짜 인생
    마이클 파이의 소설을 각색한 D.J. 카루소 감독의 영화 ‘테이킹 라이브즈(Taking Lives)’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은 연쇄살인마의 살인 동기다. 이 영화의 연쇄살인마 마틴 애셔는 그냥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그는 가족이 없는 자기 나이 또래의 외로운 독신남을 죽인 뒤 그 사람으로 변장해 그의 삶을 대신 산다. 애셔가 가는 길에는 손목이 잘리고 얼굴이 망가진 채 죽어간 남자 시체들이 버려져 있다.

    아마 이 영화의 가장 근사한 장면도 애셔의 첫 번째 살인을 묘사한 도입부일 것이다. 우연히 길동무가 된 친구를 충동적으로 살해한 뒤 그 친구의 18번을 흥얼거리며 현장을 떠나는 그의 모습만으로도 그는 할리우드 연쇄살인자의 명예의 전당에 오를 자격이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그가 죽인 희생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애셔의 어머니가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을 목격하고, 애셔의 마지막 살인을 목격한 코스타라는 화가가 증인으로 등장한다. 여기서 우리의 주인공인 FBI(미 연방수사국) 프로파일러(프로필 분석관)인 일리아나(안젤리나 졸리)가 등장해 애셔의 범죄 패턴을 밝혀낸다. 하지만 애셔는 지금 누구이고, 그의 다음 희생자는 누구인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테이킹 라이브즈’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연쇄살인마의 창의성이다. ‘그’를 제외하면 영화는 ‘양들의 침묵’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할리우드 연쇄살인마 영화의 전통을 얌전하게 따른다. 영화의 이야기는 특별히 나쁘지도 않지만 특별히 좋지도 않다. 적당히 스릴 넘치고 미스터리도 조금 있지만, 반전은 놀랍지 않고 복선은 빈약하며 결말은 작위적이다. 정말 아쉽다고밖에 할 수 없는데, 마틴 애셔는 이런 이야기보다 나은 것을 얻을 자격이 있는 괴물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 영화를 다른 스릴러물과 차별화하는 요소들은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다. 늘 미국 영화 속에서 미국인 척하는 캐나다만 보던 관객들에게 당당하게 자신이 캐나다의 도시임을 과시하는 몬트리올의 배경은 신선하다. 물론 이 공간적 배경은 올리비에 마르티네스, 체키 카리오, 장 위그 앙그라드와 같은 프랑스 배우들의 등장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아마 이들 대부분이 낭비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주연인 안젤리나 졸리와 에단 호크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졸리는 그녀가 자주 연기하는 섹시하고 자부심 강한 여자 액션 주인공을 정석대로 연기한다. 호크는 더 자신의 캐릭터를 즐기는 듯하다. 그의 경쾌하고 조금은 막 나가는 듯한 연기는 그가 이전에 연기했던 진지하고 심각한 인물들과 대조되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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