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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없는 기차 총알을 탄다

차세대 자기부상열차 속도 경쟁 가열 … 1~10cm 정도 띄워 시속 500km 가뿐히 질주

  • 유지영/ 과학신문 기자 jyryoo@sciencetimes.co.kr

바퀴 없는 기차 총알을 탄다

”가와이(귀여워) 마그레브!”

일본 도쿄의 관문인 나리타 국제공항. 아기자기한 기념품을 파는 가게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녀 대여섯 명이 머리를 맞대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놀랍게도 그들이 발견하고 흥분한 물건은 작은 기차 모형 열쇠고리였다. 흔하디흔한 기차 모형에 처녀티가 물씬 나는 소녀들이 발을 구르며 열광하는 이유는 그 기차가 일본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고속자기부상열차 ‘마그레브(Maglev)’이기 때문이다.

‘마그레브’는 시속 560km를 넘나드는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사람들은 이를 두고 ‘꿈의 열차’라고 부른다.

4월1일, 고속열차 KTX가 공식 개통되자 승객들은 한결같이 “속도에 놀랐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기존 열차로는 빨라야 2시간이 걸리던 서울-대전 구간을 불과 40분 만에 주파하는 데 대한 놀라움이었다. 이때 KTX의 최고속도는 시속 320km. 보통 여객기가 이륙할 때 내는 속도와 비슷하다.

그러나 감탄하기엔 아직 이르다. 열차 기술이 끊임없이 진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고속열차 시각에서 보면 KTX의 시속 320km는 ‘느림보’에 속한다.



KTX 시속 300km는 ‘느림보’

2002년 12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통한 상하이-푸둥 간 자기부상열차 상용선은 자그마치 시속 430km의 엄청난 속도를 자랑한다. 이 노선은 지난해 11월엔 시속 501km의 기록을 세웠다. 상용선에서는 최고의 속도다. 이뿐이 아니다. 일본의 마그레브는 시험선에서 시속 560km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 기록 또한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속 600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은 일이라고 내다본다.

KTX가 시속 300km를 내는 것에 만족해하는 데 반해 중국의 고속열차가 시속 500km의 경이적인 속도를 내고도 태연한 것은 무슨 이유인가. 이는 양 열차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KTX는 기본적으로 레일과 바퀴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열차 방식과 같은 족보에 속한다. 다만 기존 열차가 사용하는 방식보다 훨씬 효율이 좋은 모터와 긴 레일, 개량된 차량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속 300km의 고속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레일과 바퀴를 이용한 현 고속철 방식도 시속 300km 이상의 가속이 가능하다. 프랑스 테제베(TGV)의 경우 시속 515km를 달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운행 구간이 거의 직선으로 이뤄져야 하는 데다, 레일 설치 허용 오차도 1mm 이내여야 한다. 거의 정밀기계 수준이다. 게다가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하더라도 시속 530km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계속도를 돌파하는 방법은 하나. 레일과 바퀴를 없애는 것이다. 만약 열차가 지면에 닿지 않고 떠서 날아갈 수 있다면, 바퀴와 지면 간의 마찰력이 없으므로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울퉁불퉁한 아스팔트보다 매끈매끈한 유리판 위에 공을 굴리면 더욱 멀리 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일본의 마그레브나 독일의 트란스라피트(Transrapid)가 시속 500km 이상을 가뿐히 내는 것도 바로 이런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관건은 어떻게 무거운 차체를 공중으로 띄우느냐 하는 것이다. 열차가 깨달음을 얻어 공중부양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순전히 공학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트란스라피트나 마그레브는 모두 자기부상열차. 말 그대로 자기(磁氣)를 이용해 부상(浮上)시키는 방식이다. 자석의 기본적인 성질인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척력을 이용해, 차체와 레일에 같은 극을 띠는 자석을 부착함으로써 공중에 띄우는 것이다.

그렇다고 은하철도 999처럼 무한정 높게 붕붕 날아다니는 것은 아니고, 1cm에서 10cm로 지면에서 약간 뜨는 정도다. 이 기술을 통해 기술자들은 바퀴와 레일로부터 기차를 해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자기부상열차도 사용하는 자석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자기부상열차는 기본적으로 전자석을 사용하는데, 하나는 앞서 말한 일본의 마그레브와 같이 초전도자석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절대 0도(-273°C) 부근에서 물질의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물질로 전선을 만들고, 다시 이 전선으로 전자석을 만들기 때문에 작은 크기의 자석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보통 구리선을 이용한 전자석보다 같은 크기에서 10배의 힘을 낸다고 설명한다.

자석의 힘이 세므로 차체를 레일에서 10cm 이상 밀어낼 수 있고, 자석의 크기를 줄일 수 있어 초고속 열차 방식으로는 최적으로 손꼽힌다. 일본의 마그레브가 바로 이 초전도 방식을 택하고 있다.

반면에 독일의 상전도 방식은 보통의 전자석 방식을 사용한다. 이 경우 초전도 방식과 달리 열차를 레일 쪽으로 끌어당기는 흡인 방식으로 1cm 정도 살짝 떠서 움직인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래 고속열차 방식으로 상전도보다 초전도 방식이 더 뛰어날 것이라고 점쳐왔다.

그러나 초전도 방식의 경우 자석의 초전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헬륨 등을 이용해 냉각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사고로 온도가 올라가면 초전도 상태가 깨지면서 자력을 잃게 되므로 위험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또한 초전도 방식은 강한 자석을 사용하기 때문에 강력한 자기장이 생명체에 어떤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 따라서 일본은 초고자기장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과 함께 자기장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시스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상전도 방식이 상용화 시기에서는 초전도를 앞서 일단 판정승을 거둔 상태다. 그러나 현 기술발전 속도라면 초전도 방식의 자기부상열차가 상용화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레일과 바퀴로 움직이는 기차는 산업혁명을 몰고 왔다. 그렇다면 바퀴 없는 기차는 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간동아 430호 (p74~75)

유지영/ 과학신문 기자 jyryoo@science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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