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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브랜드’기업 가치 쑥쑥 올린다

회사 브랜드보다 더 큰 힘과 영향력 …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주가·국가 신인도 요동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CEO 브랜드’기업 가치 쑥쑥 올린다

‘CEO 브랜드’기업 가치 쑥쑥 올린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사장(왼쪽)은 성공적인 CEO 브랜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건희 회장이 표지모델로 등장한 뉴스위크지(작은 사진).



빌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잭 웰치(GE), 앤디 그로브(인텔), 칼리 피오리나(HP), 루이스 거스너(칼라일). 21세기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을 이끌어온 세계적 CEO들의 이름이다. 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주가가 오르내리고 국가 신인도가 요동을 친다. 경제 논리가 세계를 지배하는 지금, 이들은 신화이자 영웅이며 젊은이들의 진정한 우상이다.

이들의 오늘을 있게 한 건 일차적으로 뛰어난 경영 능력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을 브랜드화하기 위한 치밀하고도 집요한 노력을 게을리 했다면 오늘의 영광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일찍이 CEO의 이름값, 즉 CEO 브랜드가 기업 브랜드보다 더 큰 힘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깨달은 ‘프레지던트 아이덴티티(PI:President Identity)’ 구축의 선구자들이다.

재계 본격적인 PI 전략 수립

그렇다면 CEO 브랜드란 무엇일까. 메타커뮤니케이션즈 노범석 대표는 “경쟁 기업에 대해 기업 브랜드의 차별적 우위성을 부여하는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기업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CEO의 총체”라 정의한다.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재계의 CEO 브랜딩, 또는 PI 계발에 대한 관심 또한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임 CEO가 대거 등장하는 주주총회 시즌이 지나면 해당 기업 기획 파트는 새 PI 전략을 짜느라 부산해진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PI를 기업 장기전략과 연계해 심도 깊게 고민하는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실정이다. 홍보대행사 ‘리앤에이치’의 이준경 사장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CEO 브랜딩이라기보다 ‘미디어 트레이닝’ 정도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각 상황에 따라 TV 또는 신문 인터뷰에 어떻게 응할지, 대외활동을 할 때는 어떤 말과 행동을 하고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 등을 조언받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홍보대행사나 경영 컨설팅 업체의 미디어 트레이닝 코스 비용은 1000만~1500만원 선이다. CEO 등 5명 내외의 주요 인사가 이틀간 컨설팅을 받을 경우 1500만~3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단순 트레이닝이 아니라 CEO 이미지에 대한 조사, PI 전략 수립 등 좀더 깊숙한 내용을 다루게 되면 억 단위 이상의 비용이 들기도 한다.

PR컨설팅연구소 ‘프레인앤리’ 이종혁 소장은 “우리나라 CEO들은 자신이 PI 컨설팅 또는 미디어 트레이닝을 받은 사실을 숨기고 싶어한다. 뭔가 ‘약점’이 있다는 방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CEO 브랜드 강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고 싶다면 내부 인력을 활용하든 외부 도움을 받든 PI 전략 수립에 적지 않은 정성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CEO 브랜딩의 첫걸음은 회사의 이미지, 즉 CI(Corporate Identity)와 PI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PI전문컨설팅업체 시그니아미디어그룹 이정숙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은 ‘젊고 앞서나간다’는 회사 이미지에 걸맞게, 불가피한 자리가 아니면 슈트에 넥타이 대신 셔츠와 청바지를 즐겨 입고 나간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도 펜티엄 발표장에 우주인복을 입고 나와 춤을 춰 세계적 관심을 불러 모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 역시 캥거루 통장 출시 당시 캥거루 복장을 하고 나와 화제가 됐다. 정보통신부 진대제 장관은 삼성전자 사장 시절 강연할 때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나타나 젊고 창의적인 ‘미스터 디지털’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연상작용’을 동반한 ‘연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보여주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남다른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신조어’로 대표되는 전략 이슈 및 비전, 아젠다의 확산이다. 그런 면에서 전문가들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안철수연구소 안철수 사장 등을 국내 CEO 브랜딩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는다. 경영 컨설턴트 손일권씨는 “이들이야말로 소비자, 투자자, 언론과의 성공적 관계는 물론 강력한 브랜드 메시지로 임직원들을 한데 묶어 회사의 실질 가치 상승에 결정적 전기를 마련한 CEO들”이라고 말했다.

‘CEO 브랜드’기업 가치 쑥쑥 올린다

칼라일 루이스 거스너 회장,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오른쪽)은 캐주얼한 복장, 행복한 가장의 이미지, 거액의 기부로 자신의 CEO 브랜드를 관리하고 있다.

이회장의 PI 전략은 국내 기업의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재가 제일이다’ ‘월드 베스트(세계 일등)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일반적 발언도 이회장 입에서 나오면 화제가 되고 당대의 이슈로 급부상한다. 이렇게 던져진 키워드는 그대로 그룹 경영의 목표가 돼 전체 임직원이 그 실현을 위해 매진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적절한 시기에 ‘뉴스위크’ 등 세계적 잡지의 표지인물로 등장하거나, 명견대회 승마대회 등을 통해 유럽 귀족사회의 일원으로 대접받고, IOC위원으로 해외방문 시 국빈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 등 이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은 그룹 경영 및 기업 이미지 구축의 전략적 목표 달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이렇듯 강력한 CEO 브랜드가 기업의 탁월한 수익과 결합하면서 삼성그룹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한민국 일등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안철수연구소는 CEO 브랜드가 기업 브랜드를 압도하는 경우다. 안사장은 남다른 인생 역정, ‘정직’에 대한 일관되고도 강력한 메시지 전달, 부드럽고 겸손한 태도, 때로는 파격을 택할 줄 아는 벤처 정신으로 ‘깨끗한 기업인’의 표상이 됐다. 안철수연구소측은 “CI를 CEO 브랜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0년 코스닥 등록 때도 이미지 제고를 위해 회사명에서 ‘철수’라는 두 글자를 빼볼까 하다 위험 부담이 너무 커 포기했다”는 비화를 밝혔다.

‘CEO 브랜드’기업 가치 쑥쑥 올린다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의 강력한 CEO 브랜드는 후일 오히려 ‘악재’가 됐다.

대우그룹은 CI와 PI 간 불균형이 회사의 미래에 치명적 손상을 입힌 경우다. ‘세계경영’을 주창한 김우중 전 회장은 PI 전략 수립에서도 탁월한 CEO였다. 대우그룹에서 PI 작업을 담당했던 한 인사는 “대우그룹의 PI 목표는 비즈니스 리더→인더스트리(Industry) 리더→소셜(Social) 리더→글로벌 리더 등 10년 단위로 그 목표가 상승했다. 김 전 회장은 국내외에서 연평균 100회 이상의 강연과 기고를 했으며, 특정 국가에 공장을 세우면 준공일을 국가간 친선의 날로 지정케 하는 등의 발상으로 ‘대우=코리아의 대표기업=코리아’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지나치게 강한 CEO 이미지는 그룹의 수익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말 그대로 ‘허명’이 되고 말았다. 이름값을 믿은 소비자, 투자자, 사업 파트너 등에 두루 상처를 입혔을 뿐 아니라 회복 불능의 실패자로 낙인찍히고 만 것이다.





주간동아 430호 (p42~44)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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