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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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들썩 아바 음악 어쩌면 좋아!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4-02-04 13: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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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썩들썩 아바 음악 어쩌면 좋아!
    아바의 노래로 만들어진 화제의 뮤지컬 ‘맘마미아!’가 한국에 상륙했다. ‘맘마미아!’ 공연장은 맘마미아, 댄싱퀸, 워털루 등 귀에 익은 아바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축제의 장이다.

    기대는 딱 그만큼의 실망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관객의 찬사와 평단의 호평이 쏟아지는 공연을 보러 갈 때면 언제나 스스로의 기대치가 한없이 높아지는 것을 다잡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공연의 수준이 상상을 뛰어넘는 순간 찾아올 희열을 즐기기 위해서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 큰 실망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람할 공연이 뮤지컬 ‘맘마미아!’라면. 관객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이 마인드 컨트롤의 필요성을 잊게 될지 모르겠다. 누가 ‘맘마미아!’ 앞에서 침착할 수 있겠는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를 평정한 세계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명성에 80억원의 제작비, 오리지널 스태프들까지 참여한 대작 아닌가. 박해미, 전수경, 성기윤 등으로 구성된 주연 배우 라인업도 튼실하고 언론 역시 찬사 일색이다.

    무엇보다도 관객들을 설레게 하는 것은 공연 내내 ‘아바(ABBA)’의 음악이 22곡이나 울려 퍼진다는 사실.

    그래서 1월28일 오후, 4층까지 객석이 가득 찬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막이 오르기 전부터 이미 잔잔한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



    ‘맘마미아!’는 널리 알려져 있듯 1970년대 초부터 82년까지 활동하면서 큰 인기를 누렸던 4인조 혼성그룹 ‘아바’의 노래를 기초로 만든 뮤지컬이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른 채 자라난 스무 살 처녀 소피는 결혼을 앞두고 엄마 도나의 일기장을 훔쳐보다 자신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남자 3명을 찾게 된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가고 싶은 소피가 이들을 모두 자신의 결혼식에 초대하면서 시작되는 한판 소동이 ‘맘마미아!’의 기본 줄기다.

    ‘맘마미아!’가 우리말로 풀이하면 ‘어쩌면 좋아!’라는 뜻인 데서 알 수 있듯, 젊은 시절 아마추어 밴드 가수였던 도나와 그의 친구 타냐, 로지 그리고 아빠 후보들까지 20년 만에 만난 이들이 뒤섞인 무대에서는 끊임없이 황당하고 재치 넘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아바’의 음악은 기막힐 정도로 정확히 들어맞는다. 도나가 20년 만에 만난 옛 연인들 앞에서 당황하는 마음을 표현할 땐 ‘맘마미아’가, 친구들과 함께 옛 추억을 회상하며 노래 부를 땐 ‘댄싱 퀸’이, 소피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떠나갈 땐 ‘아이 해브 어 드림’이 흘러나오는 식이다.

    1999년 영국 초연 후 우리나라에 오기까지, 세계 7개 나라의 무대에서 한결같이 폭발적 반응을 끌어냈던 이 뮤지컬의 매력을 충분히 실감할 만하다.

    아직 본 공연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맘마미아!’ 홍보팀의 정소애씨는 “뮤지컬을 보는 데 소극적인 중년 주부 관객들이 공연장에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예술의 전당 공연 사상 최다 관객 동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라며 “‘맘마미아!’는 우리나라에서도 대작 뮤지컬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들썩들썩 아바 음악 어쩌면 좋아!

    아바의 노래로 만들어진 화제의 뮤지컬 ‘맘마미아!’가 한국에 상륙했다. ‘맘마미아!’ 공연장은 맘마미아, 댄싱퀸, 워털루 등 귀에 익은 아바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축제의 장이다.

    그러나 ‘맘마미아!’를 우리나라 최고의 뮤지컬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매력적인 스토리와 음악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도나 역의 박해미는 대사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아바 음악을 과연 제대로 소화해낸 것인지 의심스럽다. 시종 질러내는 발성으로 일관하는 그의 노래에서는 한때 최고의 ‘퀸카’였고 여전히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성, 도나로서의 감수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해리 역의 주성중이 노래할 때는 끊임없이 흔들리는 음 때문에 객석이 긴장해야 했을 정도로, 일부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연습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는 수준이었다. 발음이 불분명한 딕션을 이해하기 위해 관객들은 무대 위 높은 곳의 영어 자막을 쉼 없이 훔쳐봐야 했던 것도 문제다.

    2003년 한국뮤지컬대상 신인상 수상자인 소피 역의 배해선이 탁월한 노래 실력과 연기력으로 무대를 사로잡지만 전수경, 이경미, 성기윤 등 선배 뮤지컬 스타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널리 알려진 노래가 전혀 다른 가사로 불려지는 데서 느껴지는 어색함도 안타깝다. 무대 위 배우들이 ‘예쁜 열일곱’을 부르는 동안 관객들은 자리에 앉아 ‘young and sweet only seventeen’을 따라 부르는 것이다. 도나가 부른 ‘The winner takes it all’의 경우에는 한글 번역이 오히려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하게 만들 지경이었다. 1년 6개월여 동안 스토리에 맞춰 운율과 내용을 다듬은 가사라지만, 귀에 익은 부분들은 원어를 살리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연 관람 후 게시판에는 이에 대한 관객들의 안타까움이 하나 둘 올라오고 있다.

    또 하나 지적할 것은 무대 연출이다. VIP석과 R석이 1000석에 이르고 4층 높이까지 객석이 들어차 있는 이 공연장은 오리지널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 그리고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공연된 대작들과 비교해도 13만원에 이르는 티켓 가격은 분명 부담스럽다. 자동으로 움직이며 모텔과 해변의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무대 장치와 지중해 연안의 해변을 재현해낸 따뜻한 조명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맘마미아!’를 외치며 이 정도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임팩트를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공연 도중 관객석은 화려한 앙상블에도, 주연배우의 노래에도 열광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 뮤지컬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웅변하는 것은 오히려 본 공연이 끝난 후의 커튼콜이다.

    맘마미아, 댄싱 퀸, 워털루로 이어지는 아바의 음악! 시대와 성별, 세대의 벽까지 극복해버리는 그 완벽한 매력 앞에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공연 내내 쭈뼛쭈뼛하던 관객들은 오리지널 맘마미아가 터져나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수치며 몸을 흔들었다.

    ‘맘마미아!’를 향한 관객들의 찬사는 상당 부분, 바로 이 커튼콜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쉬움의 상당 부분은 이처럼 매력 있는 재료를 멋들어지게 요리하지 못한 본 공연을 향해 있다.

    아바의 음악을 사랑하는 이에게라면 ‘맘마미아!’는 분명 매력적인 공연이다. 하지만 뮤지컬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너무 큰 기대를 접기 위한 ‘마인드 컨트롤’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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