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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속으로|주차단속원 24시

“일 열심히 할수록 욕 많이 먹어요”

딱지 한번 떼려면 욕설은 기본, 위협도 예사 … ‘도로 사수’ 사명감으로 지친 심신 달래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일 열심히 할수록 욕 많이 먹어요”

“일 열심히 할수록 욕 많이 먹어요”

현장에 출동하기 전 단속 구역을 상의하고 있는 주차단속원들(위). 불법 주차돼 있는 차량에 과태료 부과 용지를 붙이는 한용규씨.

”지금이 몇 신데 단속이야? 아침부터 재수 없게. 치우면 될 거 아냐? 지금 차 뺀다고. 썩 안 꺼질래!”

오전 7시45분,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식당 앞. 인도 위에 승합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서울 85 너 ####, 지금 빨리 차 빼세요. 단속합니다.” 단속차 안의 스피커로 경고방송을 내보낸 후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뛰어내리자 갑자기 욕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희는 잠도 없냐?”부터 시작해서 난생 처음 듣는 다양한 비유법까지, 식당 주인은 차를 빼면서도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그가 떠난 후 ‘선배’ 단속원들은 ‘많이 놀라지 않았느냐’며 기자를 걱정했지만, 솔직히 이제야 비로소 내가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선명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하루 종일 욕을 먹어야 하는 거구나, 주차단속원으로서의 자각은 이렇게 시작됐다.

7월1일 청계천 복원공사를 앞두고 서울시는 요즘 불법주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청계고가도로가 철거된 후 차량의 시내 주행속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자 불법 주정차를 단속해 도로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딱지 떼고 사진 찍고 기록하고 ‘3인1조’



6월11일부터는 서울시의 전 공무원이 주차단속원 완장을 찬 채 거리에 나서고 있고, 같은 날 서울 전역을 누비는 하이 서울(Hi, Seoul) 교통수색대도 출범했다. 갑자기 강화된 교통단속은 당연히 서울 곳곳에서 분쟁과 다툼을 만들고 있다.

기자가 직접 주차단속원으로 일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지금 주차단속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지를 현장에서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서울시 교통지도단속반 김희석 팀장은 하루 동안 실제 주차단속원이 되어 일해보고 싶다는 기자에게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취재는 도와줄 수 있지만, 주차단속원들의 신상은 비밀로 해야 한다는 것. 언론에 공개될 경우 이들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김팀장의 당부는 현재 주차단속에 대한 서울 시민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였다.

6월13일 오전 7시, 자줏빛 제복을 입고 주차단속 차량에 탄 채 서울시청 문을 나섰다. 경력 13년의 김인아씨(35·가명)와 경력 8년의 김미경 반장(35·가명), 주차 업무만 2년째 맡아온 공익근무요원 한용규씨(23)가 한 팀이었다.

원래 주차단속반 한 팀은 3명으로 구성된다. 한 명이 과태료 ‘딱지’를 차에 붙이면 다른 한 명이 적발 사실을 대장에 기록하고, 또 다른 한 명은 디지털카메라로 위반 현장을 찍는다. 내가 할 역할은 이들 사이에서 ‘카메라’로 통하는, 위반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었다.

“일 열심히 할수록 욕 많이 먹어요”

주차단속은 경고방송, 과태료 부과, 사진 찍기의 단계로 이뤄진다. 위반 차량을 촬영하고 있는 기자(위)와 경고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단속원.

불법 주차단속에서 ‘카메라’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운전자가 구제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최후의 구두점 역할을 하기 때문. 과태료 고지서가 불법 주차 차량의 앞 창문에 붙어 있는 상태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는 한 조의 3명 중 가장 마지막에 움직인다. 그리고 이 단계까지 거칠 정도면 운전자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불법 주차해둔 것으로 간주돼 웬만하면 단속이 철회되지 않는다.

이날 오전 우리 조가 담당할 지역은 마포구 창전동과 신촌 일대였다. 나는 평온한 40여분을 보내다 창전동 해장국집 앞에서 첫 ‘사건’을 경험한 셈이다. 하지만 사실 주차단속원들에게 그 정도의 욕설은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 김인아씨는 “아침부터 욕을 먹어서 기분 나쁘겠지만 자주 듣다 보면 익숙해진다”며 “저렇게 욕만 하고 바로 차를 빼는 이는 진짜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번은 횟집 앞에서 단속을 하는데 주인이 회칼로 사시미를 뜨겠다며 달려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저씨, 하려면 얼른 하세요. 아저씨는 콩밥 한번 먹고, 나는 덕분에 좀 쉬어보게’ 했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그냥 들어가더라고요.”

아무리 봐도 20대 중·후반 정도밖에 안 돼 보이는 가녀린 외모의 김씨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칼 앞에 맞섰을 때 그 횟집 주인은 얼마나 놀랐을까. 하지만 단속원들은 각자 한두 건씩은 이 같은 무용담을 가지고 있다.

“저는 초년병 시절에 과일 리어카에 있는 칼을 집어 들고 달려드는 운전자에게 놀라서 옆 건물 경비실까지 도망간 적도 있는걸요.”

김미경 반장도 한마디 거든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정말 ‘욕만 하고’ ‘얌전히’ 차를 빼준 첫 운전자가 ‘좋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단속원들은 자신들에게 욕하는 운전자들을 별로 미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특별히 너그러워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 이 일을 해오는 동안 욕을 먹고 미움을 받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차단속원 가운데서 가장 막내가 경력 8년. 자신들을 바라보는 운전자들의 시선을 모를 연배가 아니다.

한 단속원은 “예전에 도보단속을 하면서 슈퍼마켓 앞을 지나는데 주인이 고생한다고 차가운 음료수를 꺼내주는 거예요. 같이 있던 공익요원이랑 ‘이거 아무래도 독 탄 것 같다. 네가 먼저 먹어봐라’ 그랬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제복을 입고 주차단속을 위해 거리를 걸어다니는 동안 나를 향한 시선들은 거의 대부분 적의에 불타고 있었다. 작은 마티즈 단속차를 향해 위협적으로 클랙슨을 울리고는 비웃음을 흘리는 운전자도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부터 단속에 나선 데 대한 반발인 것 같았다.

하지만 9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에도 가게 앞과 버스 정류장 등에는 불법 주차 차량이 적지 않았다. 오전 11시까지 일대를 돌면서 12대의 불법 주차 차량을 단속한 후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청계천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 열심히 할수록 욕 많이 먹어요”

청계천에서 주차단속에 적발된 한 운전자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단속원들은 지금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불법 주차 단속 방식을 ‘두더지 잡기’라고 부른다. 두더지가 나오는 구멍을 계속 몽둥이로 때리다 두더지가 그곳을 피해 다른 구멍으로 옮겨가면 계속 따라가며 머리를 치는 두더지 게임처럼 단속요원을 총동원해 한 구역씩 적극 압박해 나간다는 것이다.

지금 서울에서 ‘두더지’가 가장 많이 나오는 구간은 청계천. 그래서 서울시는 시청 공무원과 고학력 미취업자, 공익근무요원에 기존 주차단속원까지 수백명의 인력을 청계천 지역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실제로 청계천에 가보니 50m에서 100m 사이 간격으로 촘촘하게 공무원들이 늘어서 있었다. 평범한 복장에 남색이나 흰색 모자를 쓰고 완장을 차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불법 주·정차 단속을 위해 동원된 시청 공무원들. 이들은 오전 7시부터 12시30분,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실·국 별로 지정된 구역에 서서 도로 상황을 감시한다.

“서울시 공무원이 다 나오고 있어요. 업무는 업무대로 보면서 한 가지 일을 더 하는 거죠. 이명박 시장을 왜 ‘불도저’라고 하는지 알겠다니까요. ‘해야 되겠다’ 하면 그냥 하는 거예요. 일반 공무원들을 주차단속에 동원하다니,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

한 단속원의 말처럼 지금 청계천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속은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수백명의 공무원이 요소 요소에 서 있을 뿐 아니라 중구청과 서울시의 단속요원들이 수시로 지원에 나선다. 시민들은 “주차장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단속만 강화한다고 불법 주차가 없어지느냐. 일단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확고하다. 차를 가지고 다니지 말라는 것. 시는 주차단속원들에게도 ‘운전자가 근처에 있든 없든 주차구역이 아닌 곳에 서 있는 차량은 모두 단속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이 같은 단속 덕인지 청계천 주변 도로는 이미 상당히 ‘깨끗해져’ 있었다. 차를 세워둔 채 그늘에 모여 바둑을 두고 있는 트럭 기사들이나 식당 안에서 바깥 눈치를 살피며 한술 뜨다 단속차가 다가가면 냉큼 달려 나오는 운전자의 차량들이 여전히 도로 위에 늘어서 있긴 했지만, 아예 차주인이 보이지 않는 차는 많지 않았다. 단속원들은 불법 주차를 적발하기보다는 운전자가 근처에 있는 상태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차를 치우느라 더 바빴다.

한 주방용품점 앞에서는 도로에 서 있는 트럭 세 대와 마주쳤다. 그러나 단속차가 다가가자 아니나 다를까 주인이 바로 달려 나왔다. “기사가 잠깐 자리를 비웠어요. 지금 당장 부를게요.” 그가 바쁘게 어딘가로 전화를 걸자 정말 세 명이 달려와 각자 운전석에 앉았다. 운전자가 있으니 단속할 수 없는 상황. 결국 “여기 차 세워두시면 안 돼요”라고 한마디 해주고 차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속원들은 안다. 그 운전자들은 단속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주위만 한 바퀴 돈 후 다시 가게로 들어가버릴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 가게 앞의 트럭들은 그런 식으로 24시간 도로를 점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시에서는 다 ‘딱지’를 끊으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그러겠어요. 운전자가 있는데. 이렇게 계속 단속해 결국 ‘에이, 불편해서 다른 곳으로 간다’ 하는 말이 나오게 하는 수밖에 없어요.”

한 단속원의 말처럼 청계천 지역의 주차단속원들은 이 같은 악덕 불법 주차 차량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을 단속하지 못하면서 운전자가 없는 차량들에는 철저히 과태료를 부과하다 보니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일 열심히 할수록 욕 많이 먹어요”

단속을 피하기 위새 트렁크를 열어둔 채 불법 주차해놓은 얌체 택시. 일과 후 하루 동안의 단속내용을 정리하는 단속원들. 청계천 지역 주차단속을 위해 동원된 공무원들(왼쪽부터).

청계천 도로변에서 단속을 당한 한 운전자도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다. 지금 막 세웠는데 한 번만 봐달라”며 사정하다 결국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하루 종일 서 있는 차들은 못 잡으면서 이래도 되느냐”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커지자 단속원들은 재빨리 돌아서 차에 올랐다.

“잠깐 화장실 다녀왔다는 하소연은 하루에 다섯 번 이상씩 듣는 레퍼토리예요. 불법 주차 여부는 얼마나 오래 세워두었느냐가 아니라 어느 곳에 세워두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겁니다. 인도 위에는 단 30초를 세우더라도 단속 대상이라는 걸 모르세요?”

김미경 반장은 단호하게 잘라 말한 후 “눈앞에서 불법 차량을 보고도 단속을 안 하면 다른 차 운전자에게 항의를 받는다.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단속 땐 차 뺐다 잠시 후 다시 주차 ‘악순환’

하루 종일 서 있는 차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잠깐의 주차위반은 철저히 적발해야 하는 상황은 단속원들에게도 딜레마다. 그래서 가끔씩은 비난을 무릅쓰고 운전자가 모르는 사이에 전격적으로 ‘딱지’를 붙인 채 ‘도망치는’ 단속을 하기도 한다. 물론 그 후에는 또 함정 단속을 했다는 비난에 시달린다.

사실 주차단속원들은 일반인들의 미움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면서도 어떻게 행동해도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상황에 상처받고 있었다.

“주차단속원들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참 많아요. 단속원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일어나는 사고도 적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죠. 도로에 서서 단속하다 보면 가끔씩은 나도 두려워요.”

마포구의 한 주차단속원은 매일 같은 시간에 혼자 골목길을 단속하다 숨어 기다리고 있던 민원인의 칼에 찔려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 주차단속원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싫어한다. 도로를 걸을 때면 자기도 모르게 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누가 다가오면 흠칫 놀라기도 한다.

한 주차단속원은 “가끔 단속을 당한 사람들이 ‘도대체 이거 적발해서 얼마 받느냐?’고 항의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공무원 월급을 받을 뿐, 실적에 따라 돈을 받지 않는다”며 “우리가 단속을 하지 않으면 서울 시내에 차가 지나다닐 수 있겠느냐. 가끔씩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 있어도 규정이나 다른 이들과의 형평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현실을 제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오후 3시, 오전반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시작된 주차단속원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이야기는 시청에 도착할 때까지 끝날 줄 몰랐다. 그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청계천에서 만난 손가락이 굵은 한 트럭 운전기사를 떠올렸다.

한 트럭에 ‘딱지’를 붙인 후 얼마간 걸어갔을 때 어디에선가 달려 나온 그가 단속원들을 붙잡았었다.

“하루 벌이가 겨우 몇 만원인데 주차위반으로 5만원씩 뜯어가면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차 갖고 일하는 사람들 사정은 좀 봐줘야 하는 거 아니요. 거래처가 바로 요 앞인데 어디다가 차를 대고 돌아다니라는 거요?”

그러나 나는 ‘딱지’가 붙은 그의 차 앞 유리를 이미 증거품으로 촬영한 후였고, 결국 그의 애틋한 하소연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도 이제는 주차단속원들에게 적개심을 품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운전자가 가까이에 있더라도 주차금지 구역이면 무조건 단속하라’는 명령을 받는 이들, ‘서울시의 원활한 도로 소통을 위해’ 7월 말까지는 월차도 반납한 채 불법 주차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의 심정은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전쟁은 옳고 그른 이들 사이에서가 아니라 왜 싸우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오후 11시까지 청계천을 ‘지키기 위해’ 전장으로 떠나는 오후반 단속원들과 배턴터치를 하며 ‘서울 도심에는 차를 못 가지고 들어오게 하겠다’는 무책임한 말 외에 합리적인 주차대책을 마련할 방법은 없는 것인지 답답해졌다. 짧은 체험 뒤에 상념만 더 깊어진 느낌이다.



주간동아 390호 (p52~54)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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