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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게놈 알면 인간을 안다?

과학자들 ‘침팬지 게놈 해독’ 본격 착수 … “인간 유전자와 99.4% 동일” 인류의 형제 주장도

  • 김대공/ 동아사이언스 기자 a2gong@donga.com

침팬지 게놈 알면 인간을 안다?

침팬지 게놈 알면 인간을 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이후 과학자들은 다양한 동물의 게놈 정보를 이용해 인간의 ‘정체성’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은 무엇이며 왜 다른 생물에 비해 우수한 지적·감성적 특성을 보이는가. 다른 생물과의 이런 차별성은 무엇이 어디서 어떻게 만드는가. 최근 이 같은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한 연구의 대상으로 떠오른 동물이 바로 침팬지다.

흔히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실제로 과학자들의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증명된 바 있다. 최근 미국의 미시간주 웨인주립대 의대 모리스 굿맨 박사는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서 침팬지와 인간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굿맨 박사의 이 논문은 침팬지를 ‘인류의 사촌’이 아니라 ‘인류의 형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과학자들은 생물을 최소 개체를 형성하는 종을 기준으로 그 유사한 종이 모여 더 큰 범위의 단계로 나아가는 ‘종-속-과-목-강-문-계’의 체계로 분류한다. 이때의 기준은 생물의 골격구조나 생리적 특징, 또는 외모의 차이 등이다. 이런 전통적 분류에 따르면 침팬지는 고릴라, 오랑우탄과 함께 영장목 유인원과(Pongidae) 판속(Pan)에 속한다. 이에 비해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는 영장목 인류과(Hominidae) 호모속(Homo)에 속한다. 즉 인간과 침팬지는 과부터 다른 길을 걷는 전혀 다른 ‘종’인 것이다.

굿맨 박사 “인류과 호모속 분류를”

침팬지 게놈 알면 인간을 안다?

침팬지는 인간과 가장 흡사한 동물이다. 그 유사성의 근원은 인간의 유전자 구조와 흡사한 DNA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굿맨 박사는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를 근거로 침팬지를 인간과 동일한 인류과 호모속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현재는 멸종해 화석으로만 남아 있는 네안데르탈인이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만을 인류과에 속하는 생명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지구에 현존하는 호모속 동물로는 사람이 유일하다.



굿맨 박사는 인간과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원숭이, 쥐의 97개 유전자 염기서열을 비교했다. 그 결과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99.4%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굿맨 박사는 PNA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유사성으로 볼 때 침팬지는 기존의 형태학적 분류보다 인간과 훨씬 가까운 종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제는 침팬지도 사람과 같은 호모속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굿맨 박사의 연구결과에 모든 과학자들이 수긍하는 것은 아니다. 미 캘리포니아공대 로이 브리튼 박사는 2002년 9월 PNAS에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상동성이 95%라고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이번 결과는 너무 높은 확률을 보인다”며 “5%의 차이는 인간을 여전히 지구에서 유일한 종으로 만든다”고 반박했다.

99%와 95%.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연구부의 박홍석 박사는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 상동성은 어느 유전자를 택해 비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굿맨 박사와 브리튼 박사는 모두 지금까지 알려진 침팬지의 유전자를 임의로 택해, 이를 이미 밝혀진 인간의 전체 유전자와 비교하는 방식을 택했다. 즉 침팬지의 어느 유전자를 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점은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D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것)되느냐와 두 종이 어떤 특이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여부다. 실제로 대다수 학자들은 인간과 침팬지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인은 동일한 유전자라 하더라도 인간과 침팬지에서 어떻게 발현되느냐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발표된 논문은 이런 가설을 입증한다.

독일의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츠반테 파보 박사와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아지트 바르키 교수는 지난해 4월12일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과 침팬지는 뇌에서 발현되는 유전자 활성에 큰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침팬지 게놈 알면 인간을 안다?

인간만이 생각하는 동물은 아니다. 침팬지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으며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기도 한다. 오른쪽 사진은 탄자니아의 숲에서 40여년을 침팬지와 함께 생활한 야생동물연구가 제인 구달 박사와 침팬지 ‘피건’.

연구진은 인간과 침팬지, 마카크원숭이, 오랑우탄의 간·혈액·뇌 세포에서 유전물질(mRNA)을 분리한 다음, 1만8000개의 인간 유전자를 심어놓은 DNA칩과 반응하게 했다. 그 결과 예상대로 간과 혈액에서는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침팬지에 비해 인간과 연관성이 적다고 여겨지는 마카크원숭이는 인간과는 상당히 다른 활성을 보였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뇌에서는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다. 인간의 뇌에서는 침팬지에 비해 유전자의 사용이 훨씬 활발했다. 이 부분에서 침팬지는 사람보다는 마카크원숭이에 더 가까웠다.

동일한 생물체에 들어 있는 모든 세포는 똑같은 유전자 세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조직과 시기에 따라 발현되는 유전자의 종류나 양이 다르게 조절된다. 특히 생물의 발생 단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유전자 발현 차이는 침팬지와 인간의 뇌의 크기나 복잡한 구조, 뼈의 성장 등에 결정적 차이를 만든다. 과학자들은 궁극적으로 이런 유전자 발현의 차이가 침팬지와는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는 지적·언어 능력, 직립보행 등의 인간만의 특징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전자 발현 차이뿐 아니라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유전자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인간이 침팬지와 구별되는 중요한 해부학적 특징 중 하나는 복잡한 두뇌 구조다. 이런 차이를 설명해주는 키워드가 바로 ‘CMAH’ 유전자다.

이 유전자는 세포 내에서 시아릭산을 만든다. 침팬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 세포에서 이 유전자가 매우 활발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이 유전자의 일부가 소실돼 있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한국 참여 ‘국제 컨소시엄’ 결성

CMAH가 만드는 시아릭산의 기능은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세포에 일정 정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시아릭산은 다른 세포에 비해 뇌세포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분포하며, 특히 신경세포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진화학자들은 ‘고장난 CMAH’ 덕분에 인간이 복잡한 뇌 구조를 갖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한편 과학자들은 인간의 언어능력을 설명할 수 있는 유전자도 발견했다. 2001년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FOXP2’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입 놀림이 부자연스러워지고 문장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2002년 독일의 츠반테 파보 박사는 FOXP2가 715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을 만들며, 이중 2개의 아미노산이 침팬지와 인간에게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유전자가 인간의 언어구사 능력과 매우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진화학자들은 인간의 FOXP2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시점을 현생인류가 탄생한 약 20만년 전으로 보고 있다. 침팬지에 대한 이런 관심은 2001년 3월, 한국과 일본 독일 중국 대만을 중심으로 ‘침팬지 게놈 연구 국제컨소시엄’을 결성하게 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침팬지 게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편 미국도 2002년 5월, 침팬지의 게놈 연구를 위한 예산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염기 해독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침팬지 게놈 연구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다. 앞으로 밝혀질 침팬지 게놈의 정보는 인체의 30억쌍 문자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좀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간동아 389호 (p72~73)

김대공/ 동아사이언스 기자 a2g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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