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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盧-經 ‘앙숙’ 끝 ‘밀월’시작?

‘법인세 인하’ 누가 총대 멜까

노대통령 공약 어기며 강행에 큰 부담 … 세수 감소분 상쇄효과 놓고도 회의적 시각 많아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법인세 인하’ 누가 총대 멜까

노무현: “정몽준 후보는 법인세 인하를 찬성하십니까?”정몽준: “인하하는 게 좋습니다.”

노무현: “법인세 인하라는 게 돈 많은 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후보는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한 토론회의 한 대목이다. 기업인 출신답게 누구보다 앞장서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던 정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노대통령이 정후보의 법인세 인하 주장을 선제공격하고 나선 것이다.

“법인세 1%p 내릴 땐 세수 8000억원 감소”

그러나 6개월 만에 상황은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어버렸다. 6개월 전 전경련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정후보를 공격하던 노대통령의 참여정부는 전경련이 26조원의 투자계획을 내세워 법인세 인하를 요구하자 이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법인세의 성격상 올해 법을 고치더라도 내후년에나 효과가 나타나지만 투자심리를 회복하는 데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공적자금 상환 등 재정적자 요인이 줄을 서 있는데도 법인세를 낮췄을 경우 세수 감소분을 상쇄할 만한 투자증대 효과나 경기부양 효과가 있겠느냐는 데에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법인세를 1%포인트 내릴 경우 세수 감소분은 8000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8000억원의 세수 감소분을 상쇄할 만큼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수익사업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지 세제 지원이 부족해서가 아니기 때문. 물론 정부도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법인세 인하 검토 발언 이후에도 정작 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과 조윤제 경제보좌관 쪽에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딴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김부총리는 인수위(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에도 ‘법인세 인하 검토’ 발언으로 노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바 있다.

법인세 인하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부정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연구위원은 “당장 공적자금 상환이나 향후 노령화 추세 확산에 따른 재정수요 등을 감안할 때 투자심리를 회복한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세를 내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감세와 같은 중·장기적 방안이 아니라 재정지출 확대와 같은 직접적 조치가 효율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내년도 법인세 인하 효과가 2005년경 경기회복 국면과 맞물리면 경기부양이 아니라 경기 과열 현상을 가져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물론 법인세 인하의 긍정적 효과를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조세연구원 박기백 연구1팀장은 “올해만 해도 20조원 정도 흑자가 예상되는 등 재정 상황이 그리 나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세를 내려도 재정에 그다지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팀장은 “법인세 인하가 단기적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흑자의 대부분이 국민연금 수입 등에서 오는, 일종의 ‘미래 부채’이기 때문에 현재의 재정 상황을 결코 좋게 볼 수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또 노대통령의 공약 사항을 뒤집으면서까지 법인세 인하를 강행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총대’를 멜 사람이 필요하다. 법인세 인하 카드를 꺼낸 정부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주간동아 389호 (p22~22)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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