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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정계개편 시작되나

영남에서부터 신당 기반 다지기

경북 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 구성 … 사정기관 보고서 “내년 총선 대비 정당 조직”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영남에서부터 신당 기반 다지기

영남에서부터 신당 기반 다지기

고건 총리(가운데)가 3월20일 대구시청에서 지하철 사고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하고 있다(왼쪽).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02년 4월 부산민주공원을 방문해 분향하고 있다.

‘노무현 신당’ 결성을 목표로 한 정치세력 결집 활동은 한나라당 아성인 영남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미 신당 창당을 위한 조직책 선정작업까지 끝낸 시·군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신주류는 명분 축적용 ‘신당 띄우기’ 발언을 계속하는 한편 지방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세력은 아래로부터의 신당 기반 조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3월7일 오후 3시 경북 안동 청소년수련원에선 ‘경북 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 창립추진위 결성식이 열렸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내에서도 노무현 후보 선거운동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국민참여운동본부’ 소속 인사들이 결성하는 조직이었다.

‘주간동아’는 이날 행사에 대해 한 사정기관이 관찰·분석한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북지역 사회지도층 인사 등 250여명이 이날 행사에 참석했으며 영주, 영양, 예천 등 교통편이 불편한 경북 북부지역 사람들을 참석시키기 위해 버스 4대가 동원됐다. 60대 이상은 50~60%, 30, 40대 40~50% 등 연령대별로 참석자를 구분해놓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민주당 신주류 이종걸 의원의 특강에 이어 이종원씨를 창립준비위원장으로 선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보고서에는 창립추진위의 시·군별 조직책 임명자들도 명시돼 있었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 행사의 성격을 규정한 대목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최측은 자신들을 노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세력이라고 강조한 뒤 ‘민주당 내 보수세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노무현 정치개혁에 경북이 앞장서서 ‘경상도, 전라도 싹쓸이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대선 때의 국민참여운동본부 조직이 다시 가동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창립추진위 조직은 노무현 정권의 전위조직으로 활동할 것이며 내년 총선에 대비해 경북에 기반을 조성하려는 의도”라면서 “이 조직은 기구상으로 정당의 도 조직 그림”이라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이날 행사를 ‘신당 창당을 위한 구체적 조직구성’으로 결론 내리고 있었다.

조직책 선정 끝낸 시·군도 상당수

영남에서부터 신당 기반 다지기

경북 국민참여정치개혁 연대 행사 관련 사정기관 보고서.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이종원 경북 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 창립추진위원장은 “대체로 사실”임을 인정하며 “이 조직은 신당 창당을 위한 기반조성 성격이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위원장의 말. “민주당은 ‘제로 베이스’에서 개혁되어야 한다. 민주당이 제대로 개혁되지 않을 경우 아래에서부터 그러한 개혁운동을 시작해서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신당 창당에 이르게 하는 수순이 좋을 것 같다.”

이위원장은 또 “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는 대선 당시 국민참여운동본부의 전국 조직과 연계해 곧 전국 조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위원장도 대구-경북 국민참여운동본부 본부장을 역임했다. 이미 강원 국민참여운동본부를 이끌었던 원주의 K교수가 강원 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 경남지역을 비롯해 광주, 전남에서도 국민참여운동본부 참여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직 결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 조직화 작업에서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지방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움직임인가, 아니면 민주당 내 노대통령 측근이나 신주류측과 긴밀히 연계된 움직임인가 여부다. 이위원장은 “후자 쪽”이라고 말했다. 이위원장은 노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국민통합추진회의(이하 통추) 출신이며 대선 때 노대통령의 조직특보였다. 노대통령 측근인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도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특보는 대구에서 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를 ‘띄우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특보와 이위원장은 이 문제로 자주 접촉하고 있다. 대구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 입각한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장관 임명 직전 대구를 방문했을 때 이위원장을 만났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권장관이 물었다. 이위원장은 “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를 경북에서부터 띄우겠다. 경북에 민주당 세력이 뿌리내릴 수 있는, 다시 없는 좋은 기회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권장관은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신주류측 몇몇 의원들은 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의 전국화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선 때 국민참여운동본부의 서울본부를 이끌었던 노대통령의 측근 의원들이 적극적이라고 한다. “민주당 신주류는 역풍을 차단하고 실패할 경우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부적으로는 무관한 것처럼,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자신들이 계획한 정치 일정과 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의 활동을 긴밀하게 연계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창립추진위 결성 이후 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는 한나라당 텃밭인 경북에서 속도감 있게 조직을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이 단체는 17개 시·군 위원장을 선임했다. 각 시·군별로 200~300명씩 회원 모임이 열리고 있다. 권영건 안동대 총장, 채성혜 동양대 총장 등이 참여했고 현 시장인 박인원 문경시장은 문경지역 위원장을 맡았다. 권상국 전 예천군수, 정동호 전 안동시장, 엄태항 전 봉화군수 등 지역 정치인과 함께 의사, 약사, 시민단체 간부 등 300여명이 동참했다. 그러면서도 김중권 전 민주당 대표 등 상당수 민주당 기존 세력에 대해선 “갈 길이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위원장은 “대구에서도 전·현직 구청장들을 중심으로 동참세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부산, 경남에서 발동이 걸리면 그쪽은 더할 것”이라는 게 국민참여정치개혁연대측 시각이다. 최근 민주당 신주류 의원들이 신당론에 계속 불을 지피고 있으며 ‘생활정치네트워크 국민의 힘’(노사모 인사들이 결성한 인터넷 정치조직), ‘정치개혁 범국민협의회’(여야의원, 시민단체 모임) 등 개혁파 정치세력의 조직화 움직임이 부산하다.

영남에서 북상하고 서울에서 내려와 이들 제 세력들이 도킹하는 방식으로 신당이 극적으로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주간동아 379호 (p34~35)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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