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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제품 떴다, 열려라! 시장

㈜NIN, 무독성 농약 29개국에 특허 출원 … 그린케미칼, 주방용 세제 ‘슈가버블’ 이달 출시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친환경 제품 떴다, 열려라! 시장

친환경 제품 떴다, 열려라! 시장

전남대 교수팀이 화학농약의 독성과 내성을 보완하는 무독성 농약을 개발했다. 강원 태백시 삼수동 배추밭에서 농부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천연물을 소재로 무독성 농약과 주방세제 등 친환경적인 제품을 개발한 벤처기업의 공세가 대기업이 점령한 기존 시장에 위협을 가할 태세다.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정순주·지연태 교수팀은 3월26일 “5년간의 연구 끝에 천연물을 소재로 한 살충제제와 살균제제를 개발해 두 달 전부터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세계 29개국에 특허를 출원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들이 개발한 무독성 농약은 식물에서 추출한 지방산을 이용한 제품. 연구팀은 인체에 해롭지 않은 이 농약이 친환경적인 제품일 뿐만 아니라 내성이 생기지 않아 화학농약이나 미생물제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연구팀과 함께 2001년 8월 캠퍼스벤처인 ㈜NIN을 설립하고 대표이사를 맡은 김희경 박사는 “지난해 8월 프랑스 파리에서 전 세계의 식물병리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동식물병리 심포지엄’에서 2010년까지 차세대 농약으로 식물성 지방산을 원료로 한 ‘생물전환제제’를 개발할 것을 목표로 논의했다”며 “생물전환제제란 식물성 지방산을 원료로 하고 그 효과가 농약과 같거나 그보다 뛰어나되 독성이 없어 사람이 먹어도 해롭지 않고, 먹었을 때 필수영양소로 전환되면 더욱 좋은 제품으로 규정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전남대 연구팀은 학계에서 차세대 농약으로 지목한 생물전환제제를 다른 나라들보다 무려 7년 이상 앞서 개발한 것이 된다.

“천연물 농약 개발 세계적 추세”

친환경 제품 떴다, 열려라! 시장

흰가루병에 걸린 작물(왼쪽)과 생물전환제제를 뿌리고 하루가 지난 뒤의 모습.

“우리가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기름소금에 찍어 먹지 않습니까? 그게 바로 기름의 살균작용을 응용한 선조들의 지혜입니다.” 김박사는 항균·항충 기능이 있는 식물성 지방산을 추출해 초미립자 형태로 변형시키면 이 초미립자들이 병충의 세포벽을 둘러싸고 이온교란과 삼투압교란을 차례로 일으켜 벌레나 곰팡이를 죽이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 무독성 농약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내 최대의 농약 제조업체인 동부한농화학 농업기술연구소 정봉진 소장은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했다면 기존의 제품보다 안전하겠지만 방제효과는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이미 외국에서도 마늘이나 목초 등에서 추출한 물질로 농약을 만드는 등 천연물을 소재로 한 농약 개발이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도 “농약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천연물을 원료로 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무독성 농약과 함께 이달 중 설탕으로 만든 무독성 주방용 세제도 선보인다. 포항의 벤처기업인 그린케미칼이 ‘슈가버블’이란 이름의 주방용 세제를 개발한 것. 석탄 운송 과정이나 각종 공사장에서 먼지가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는 표면경화제를 생산해온 그린케미칼의 소재춘 사장은 “2001년부터 3억원을 들여 연구한 결과 설탕을 원료로 한 주방용 세제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3월 초 포항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생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이 실시한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 안전마크를 획득했고 미국 식품의약청안전국(FDA)에 시험을 의뢰한 결과 납과 수은 등 10여종의 중금속과 휘발성 유기물질은 물론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키는 알킬페놀도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시중에 유통되는 주방용 세제에서 알킬페놀류의 하나인 펜틸페놀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독성이 입증된 슈가버블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 LG생활건강, 애경, 제일제당, P&G 4개사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주방세제 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는 세정력을 높인 고농축세제와 천연물 함유 제품을 만드는 수준에 머물러왔다.

친환경 제품 떴다, 열려라! 시장

정순주, 지연태 교수와 함께 무독성 농약을 개발한 김희경 박사(왼쪽)와 설탕을 원료로 한 주방세제 ‘슈가버블’ 생산작업에 착수한 그린케미칼의 소재춘 사장.

소사장이 슈가버블을 만들게 된 것은 2001년 가을 무렵 회사 아이디어 회의에서 먹을 수 있는 주방용 세제를 만들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소사장은 “표면경화제와 함께 산업용 세제도 공급하고 있던 터라 독성 없는 세제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설탕을 활용하면 독성이 없으면서도 세정력이 뛰어난 계면활성제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보고가 속속 나와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계면활성제란 친수성과 친유성을 모두 갖는 화학물질로 물 등 용액의 표면에 붙어 표면장력을 줄임으로써 세척효과를 내기 때문에 주방세제, 샴푸 등 세정제의 주요 성분이 된다. 소사장은 “미생물 처리를 한 사탕수수 줄기에 무독성 기름을 유착시켜 계면활성제를 만들었으며, 앞으로 밀과 올리브오일을 결합한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슈가버블의 주요 성분은 설탕(친수기)과 무독성 오일(친유기)이 결합한 계면활성제인 셈이다.

이처럼 천연물을 소재로 한 무독성 농약을 개발하고 친환경적인 주방세제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지방의 남다른 연구 여건을 제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업체와 업무 제휴 고려

전남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앞의 여러 개의 온실은 서울 소재 대학이나 기업에서 갖추기 힘든 연구 여건이다. 김희경 박사는 “이런 대규모의 실험과 관찰은 대학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시설원예 대가(정순주 교수)와 미생물유전자 전문가(지연태 교수), 그리고 천연고분자응용생물학을 공부한 김박사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온실을 가득 채운 각종 작물들에게 ‘병 주고 약 주며’ 실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독성 농약을 개발할 수 있었다는 것. 소재춘 사장 역시 “포항공대와 포항제철연구소 등 연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수시로 원인 분석 등이 가능해 모험적인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에서 호평을 받았던 연구성과가 상품화되어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지난해 4월 한 지방대학에서 개발돼 향후 식품보존제, 화장품 소재, 공기청정제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됐던 무공해·무독성 천연항균제는 곧 상품화할 것처럼 보였으나 아직까지 상품화에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를 담당했던 교수는 “학회활동 등 일이 많아 연구를 보류한 상태”라며 “기초 연구를 보충하고 경기가 나아지면 상품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박사는 “하늘이 내린 물질이라 해도 영업망이 확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기술력만을 앞세운 벤처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 때문에 전남대 생물공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던 김박사는 2001년부터 휴직한 뒤 ㈜NIN의 경영에 전념하면서 연구결과를 상용화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기술신용보증기금 3억원을 지원받아 국내 수요를 조달할 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베트남 호치민 시에 원료 제조공장을 세웠다.

㈜NIN은 이 밖에 양식어류용 천연물 항생제도 생산하고 있다. 김박사는 “앞으로 1조원에 달하는 국내 농약시장의 1%를 점유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하게 되면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2001년 21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2002년 52억원의 매출을 올린 그린케미칼은 슈가버블에 이어 세탁세제, 유아용 목욕샴푸 등을 내놓아 올해 매출목표를 9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소사장은 “대기업의 마케팅력을 따라잡기 어려운 만큼 다단계업체나 홈쇼핑 등을 통한 영업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주방세제를 생산하지 않는 대규모 업체와의 업무 제휴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케미칼에 원료를 공급하고 주방세제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삼양사가 그린케미칼과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기술력을 앞세운 벤처기업의 도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379호 (p44~46)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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