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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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받고… 이러다 黨 깨질라”

한나라당 대표경선 내분 위험수위 … 새 지도부 부정 땐 정계개편 촉발 가능성도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03-13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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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고… 받고… 이러다 黨 깨질라”
    한나라당 당권경쟁이 뜨겁다. 너무 뜨거워서 내부 균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이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나라당은 4월중 대의원 직선 방식으로 당대표를 선출한다. 원내총무, 정책위원장(현 정책위 의장), 사무총장도 새로 등장한다. 현재의 민정계, 영남 출신 중심의 당의 ‘주류’가 바뀔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새 지도부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상당부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지지율 민주당보다 10%포인트 뒤져

    3월5일 이회창 전 대통령후보가 귀국했다. 대표 경선에 ‘창심’이 작용할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를 염려해서 한 측근은 이 전 후보에게 “왜 이런 시기에 귀국하느냐. 귀국을 미루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이 전 후보는 “그만큼 내가 정치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뜻”이라며 거절했다.

    당권경쟁에 뛰어든 강재섭 의원은 대구 지하철 사고현장을 찾은 이 전 후보를 만났다. 강의원은 ‘대통령과 상대가 되는 젊은 리더십’을 캐치프레이즈로 던져놓은 상태다. 당권후보인 최병렬 의원도 이 전 후보에게 전화를 넣었다. 두 의원은 “귀국인사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주변에선 “이 전 후보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 전 후보가 ‘계보 의원들’에게 영향을 미쳐 대선 때 손발을 맞춰온 서청원 전 대표를 은밀히 밀려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도 돌고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전국 평균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보다 10%포인트 뒤졌다. 수도권에선 격차가 더 벌어졌다. 수도권 의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지역구, 충청 출신, 민주계 의원인 서 전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는 얘기가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불출마 선언을 한 서 전 대표가 무슨 명분으로 출마하느냐”며 서 전 대표 출마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최병렬 의원측은 “서 전 대표가 나서면 한나라당 상황은 예측불허가 된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최의원 측근의 말. “서 전 대표가 출마선언을 미루는 것은 출마에 대한 당내 개혁, 중도세력의 반발의 강도를 본인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치고… 받고… 이러다 黨 깨질라”

    한나라당 당권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가 귀국해 관심을 끌고 있다. 대구 지하철 사고 현장을 찾은 이 전 후보(오른쪽).

    최근 최의원은 서 전 대표를 두 차례 만났다. 최의원은 “나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더 이상 욕심은 없다. 당의 단합을 위해 서 전 대표는 이번엔 출마하지 마라”고 서 전 대표에게 직설적으로 요구했다. 서 전 대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서 전 대표는 수도권 출신 의원 및 젊은 의원들을 상대로 물밑접촉을 벌이며 출마 여부를 가늠하고 있다. 이 전 후보의 측근이었던 보수중진 의원 8인의 모임인 ‘함덕회’가 서 전 대표를 밀고 있다는 루머도 돌았다. 최의원측이 경위 파악에 나섰다. 최의원측은 “그 모임 소속 두 명의 의원으로부터 ‘오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 전 대표를 지지하는 한나라당 한 당직자의 눈엔 영남, 민정계인 최의원과 강의원이 ‘불출마 대상’이 된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민중당 출신 이재오 의원은 “서 전 대표가 출마하면 ‘민정계’가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수도권 의원들로선 한나라당 이미지를 반전시킬 만한 확실한 차기 리더가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더구나 당내 다수파인 영남, 민정계측의 원내총무, 정책위원장, 사무총장 등 차기 당권은 물론 공천권을 잡겠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고 한다. 그러자 중도파인 홍준표 의원(서울 동대문을)까지 나서서 3월 초 의원들에게 “인적청산하자”는 편지를 돌렸다. 그는 이후 개혁성향 의원들과 골프를 쳤다. 이부영 의원은 홍의원에게 “함께 가자”고 제의했다.

    “치고… 받고… 이러다 黨 깨질라”

    최근 이라크를 방문한 한나라당 서상섭(오른쪽), 안영근 의원.

    홍의원은 “한나라당의 ‘앙시앵 레짐(구체제)’을 도저히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안 바뀌면 개혁, 중도 의원 50여명 정도는 나가야 된다”면서 ‘탈당’의 배수진까지 쳤다. 민정계와 기득권을 누려온 영남권 의원들이 또 당권을 잡게 되면 수도권에서 선거는 어렵다는 절박감이 배어 있었다.

    당권주자인 김덕룡 의원은 당대표 직선제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개혁성향 김부겸 의원은 “의원들을 줄 세워서 당권 노리는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선 과정 또는 당대표가 선출된 이후에도 개혁세력은 새 지도부의 리더십을 부정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개혁성향의 서상섭, 안영근 의원은 최근 민주당 김성호, 송영길 의원과 함께 ‘반전운동 동참’ 차원에서 이라크를 방문했다. 민주당은 김, 송의원에 대해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서, 안의원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오히려 잘 됐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렇게까지 ‘엇박자’로 나가주면 나중에 갈라설 때 우리에게도 명분이 되는 일 아니냐.” 한나라당 지도부는 서상섭, 안영근, 김홍신 의원 등 일부 개혁성향 의원의 경우 거취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정계개편을 시도할 경우 일부 의원들의 탈당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세력의 최소화가 한나라당의 목표가 되고 있다.

    대표 선출과정에서 한나라당은 이처럼 주류 내부 간 갈등, 민정계와 개혁세력 간 갈등, 수도권-중도성향 의원들의 동요가 가시화되고 있다. 외부의 시각에선 ‘지리멸렬한 내분’으로 보인다. 대선 패배 이후 여론지지율 하락이 내분을 가중시켰고, 내분이 다시 여론지지율을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 조짐까지 보인다.

    한 당직자는 “문제는 갈등의 수위인데 당 분열의 위험 수준을 넘나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격랑 속을 항해하는 배와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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