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6

2003.03.20

‘태풍의 눈’ 사시 17회

노대통령 동기들 ‘중용설’ … 법무차관 내정 정상명씨 소속 ‘8인회’ 관심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3-03-13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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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의 눈’ 사시 17회

    정상명, 이기배, 이종백, 임승관, 안대희씨 (왼쪽부터).

    올 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2월17일 임기가 만료되는 송진훈 대법관 후임 인사와 관련,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구체적으로 누가 제청되는지보다는 과연 사법연수원 1기(사법시험 11회)가 대법관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 것.

    이는 노무현 대통령과 일부 관련이 있다. 연수원 1기 대법관은 법원의 세대교체를 가속화, 노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사시 17회·1975년 합격)가 노대통령 임기중 대법관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이라는 점에서다. 최종영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법관은 노대통령 재임중 임기가 만료된다.

    이와 관련한 ‘괴담’ 하나. “노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선출되기 전 사석에서 자신의 동기생 중 특정인을 언급하면서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 사람을 대법관으로 적극 밀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이 법관에 대한 신망이 높다”.

    물론 이는 확인되지 않은 그야말로 ‘괴담’일 뿐이다. 설사 노대통령이 연수원 동기생을 대법관에 앉히고 싶다고 해도 행정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법원의 생리상 불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검찰은 사정이 다르다. 이번 ‘인사 파동’에서도 노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생들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파격적인 인사안에 따르면 노대통령의 일부 연수원 동기생들이 ‘중용’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3월10일 현재 검찰에 남아 있는 노대통령의 동기생은 모두 5명. 정상명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비롯해 이기배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이종백 대검 기획조정부장, 임승관 서울고검 차장, 안대희 부산고검 차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가운데 정상명 실장은 법무차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종백 대검 부장도 검찰 ‘4대 요직’의 한 자리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 3월9일 대통령과의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검사는 “일각에서는 강장관의 인사안이 검찰을 노대통령과 가까운 인사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강금실 장관 인사안에 대해 집단 반발한 한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검찰 일각 “대통령 측근 중심으로 개편 의도”

    노대통령은 정상명 실장의 차관 발탁에 대해서는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대통령은 9일 토론회에서 “(참모들이) 정상명 검사를 법무차관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건의를 해와 가슴이 뜨끔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의 연수원 동기로 구성된 친목모임 멤버들이 중용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연수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8명이 정기적으로 친목모임을 가져왔다는 점을 들어 이 모임을 ‘8인회’로 부르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 국가정보원장 후보로 거명됐던 L변호사도 8인회 일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변호사는 “친구들끼리 가끔 모이는 것을 두고 8인회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노대통령 동기생들은 1년에 한두 차례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는 1월8일 첫 모임을 갖고 김병재 변호사를 동기회장으로 뽑았다. 참석 인원은 48명 정도. 노대통령은 지난해에는 모임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지만 그 이전에는 ‘비교적 자주’ 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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