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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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김치인생 ‘김치학의 대모’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03-03-13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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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김치인생   ‘김치학의 대모’
    “김치의 붉은 색깔은 보는 사람의 구미를 자극하여 먹고 싶게 만듭니다. 김치에 들어 있는 양념과 무, 배추가 발효·숙성되어감에 따라 생겨나는 다양한 맛은 각종 유산균들에 의한 발효 채소만이 지닌 신비한 맛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맵고 짜고 시고 달고 쓴 다섯 가지 기본 맛에 독특한 떫은 맛과 구수한 맛을 더해 일곱 가지 맛을 모두 지닌 ‘완전한 음식’, 행여 빠지기라도 하면 밥상을 물린 뒤에도 개운치 않다. 몇 세기를 거치며 한국인의 정(精), 한(恨), 기(氣)를 머금은 김치를 세계인들이 즐기도록 만들 수는 없을까. 이 생각은 지난 50여년간 김만조 박사(75)의 머릿속에서 잠시도 떠난 적이 없다. 그렇게 ‘김치에 미친’ 그에게 “Kimchi라는 이름이 당신의 성(姓)에서 따온 것이냐”고 묻는 서양학자도 있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Kimchi’를 처음 세계무대에 가지고 나가 공인을 받은 이가 바로 김박사다. 그는 1966년 8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2회 국제식품이공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김치에 대한 정의와 영문표기를 확정했다.

    김박사는 영국 리즈 대학에서 식품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60년대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을 위해 김치통조림 개발에 참여하면서 김치맛의 세계화에 눈을 떴다. 그는 김치가 밥, 떡, 빵, 스테이크, 생선요리, 스파게티, 피자와 파스타, 생선초밥, 회 등 동서고금의 모든 요리에 어울리는 맛을 지녔다고 말한다. 또 김치의 효소와 유산균이 고기류나 생선은 물론 모든 탄수화물 식품의 소화를 촉진시켜 주므로 김치는 영양적으로도 ‘Power food’요 ‘Live food’라는 지론을 편다.

    그런 김치가 세계시장에서 일본의 ‘기무치’에 밀리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김치 제조공정을 표준화하고 유통기간을 1주일에서 6개월로 늘리며 서양인들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2년 전 제일제당이 미국시장에 선보인 ‘크런치 김치’도 김박사의 작품. 크런치 김치는 한국맥도날드가 개발한 김치버거에 사용돼 인기를 끌면서 대만에까지 진출했다. 이때 김박사가 제일제당 이재현 회장의 장모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박사는 “한국인들은 김치를 모르면 화를 내는데 정작 자신들도 김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한다. 최근 ‘Hi, Kimchi’라는 책을 펴낸 이유도 김치에 대해 한국인과 외국인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하자는 차원이었다. 이 밖에도 반세기에 걸친 자신의 김치 방랑기를 기록한 ‘나의 김치 오딧세이’를 다듬으며 한국 김치의 현대사를 정리하고 있다. 현재 김박사는 미국에서 김치를 주제로 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사업을 준비중이다. 샐러드용 김치부터 김치를 소재로 한 다양한 요리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그는 오늘도 맥도날드처럼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한국 김치의 신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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