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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대 68학번 ‘절반의 성공’

차기 정권 경제 브레인 역할 큰 자부심 … ‘5060세대’ 찍혀 하나둘씩 퇴직 현실도 실감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서울 상대 68학번 ‘절반의 성공’

서울 상대 68학번 ‘절반의 성공’

서울대 상대 68학번들은 경제학과 경영학과 등으로 나뉘어 공부했음에도 끈끈한 결속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졸업 30주년 기념행사 장면.

”5060세대라고요? 그거 직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 아닌가요? 자꾸 그런 식으로 이름붙이면 멀쩡하게 일 잘하던 사람들도 힘 빠집디다. 신문에서부터 그 말 좀 안 썼으면 좋겠어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명단 발표를 계기로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서울대 상대 68학번 중 몇 사람에게 ‘5060세대론’에 대해 물었더니 기업체 CEO나 임원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였다. 그들 중 한 68학번 CEO는 “얼마 전 동기들과의 모임에 나온 모 회사 부사장이 다음날 발표된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더라”며 좋아했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그룹들도 있었다.

“68학번 전성시대라고요? 그런 건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나 물어보세요. 우리 같은 사람이야 직장에서 안 잘리고 붙어 있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입니다. 동창회 명부에서 직업란이 공란으로 비어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분배 문제 관심 많은 개혁적 성향

서울 상대 68학번 ‘절반의 성공’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또 한 명의 서울대 상대 68학번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물어본 사람이 머쓱해질 정도로 자조적인 답변이었다. 5060세대가 요즘 들어 갑자기 살맛을 잃어간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인터넷 정치 시대 개막에 따른 소외감 때문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정도 나이면 우리사회 평균으로 따져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떠났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상대 68학번’들은 분명 ‘절반의 성공’만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럽게 ‘상대 68학번’이 눈길을 끈 것은 인수위 경제1분과와 경제2분과 간사로 각각 임명된 경북대 이정우 교수와 인하대 김대환 교수가 나란히 서울대 경제학과 68학번 동기동창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게다가 국민참여센터 본부장으로 참여한 계명대 이종오 교수 역시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서울대 상대 68학번으로 졸업한 후 전공을 철학으로 바꿔 독일 유학을 떠났던 경우다. 68학번 중에서 학계로 진출해 정부 업무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당시 상대 학장이던 변형윤 교수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분배 문제에 관심이 많은 개혁적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민주당 내 경제분야 핵심 브레인인 김효석 의원 역시 경영학과 68학번이다. 특히 김대환 교수와 김효석 의원이 재학 시절 상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맞붙었던 것은 동기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일화. 동기들은 경제학과 출신의 김대환 교수가 학회의 지지를 등에 업었던 반면 경영학과 출신의 김의원은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상학과와 경영학과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던 것으로 회고한다.

5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걸맞게 상대 68학번 중에는 현 정부 관료집단의 주축을 형성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무역학과를 나온 최종찬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과 김동환 기획예산처 행정개혁단장, 경제학과 출신의 권태신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과 조학국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등이 바로 그들. 인수위 김진표 부위원장과 함께 대선 이후 가장 주목받는 관료 중 한 명인 기획예산처 박봉흠 차관도 서울대 상대 68학번이다.

당시 조순 교수로부터 ‘화폐금융론’을 수강한 68학번들은 금융계 진출에도 적극적이었다. 당시 금융권 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직장은 단연 한국은행. 국책은행이고 시중은행이고를 떠나서 은행원이라면 최고의 엘리트로 대접받던 시절이었다. 한국은행 이영균 총재 비서실장, 금융통화운영위원회 강화중 국장, 광주전남지역본부 이인식 본부장, 박간 제주지역 본부장 등이 아직도 한국은행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밖에도 금융권에서는 이영언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검사총괄국장, 구자홍 동양생명 사장, 정종렬 동부증권 사장, 정의동 코스닥 위원장, 이헌출 LG카드 사장, 안진회계법인 양승우 대표 등이 눈에 띄는 상대 68학번 그룹이다.

상학과 68학번인 이영언 금감원 검사총괄국장은 “상대 68학번들은 졸업 후 주로 한국은행이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서 일하기를 원했고 일반 시중은행은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금융권에 진출한 서울대 상대 68학번들이 비교적 다른 대학 출신들에 비해 아직까지 ‘건재한’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런 국책은행 선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 상대 68학번 ‘절반의 성공’

서울대 상대 68학번들은 ‘5060세대’라는 말에 ‘한물 간 세대’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며 거부감을 보였다. ‘현역’에서 물러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48년∼50년생에 해당하는 68학번 세대들은 50대 중반을 넘기면서 일선 금융기관에서는 조사역 등으로 밀려나거나 일찌감치 명예퇴직한 경우가 훨씬 많다. 당장 금감원의 경우만 해도 지난해 48년생을 기준으로 12명이나 줄줄이 옷을 벗었다. 금감원 국장을 퇴직하고 최근 증권사 감사로 내려간 A씨는 “50대 중반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줄줄이 옷을 벗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나도 ‘나이순(順)’이라는 덫에 걸려 옷을 벗었지만 그렇다고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우리 세대가 대책 없이 불평만 늘어놓는다고 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조자룡 헌 칼 쓰듯이 나이 든 사람들을 내몰아서는 안 된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특히 시중은행에서는 68학번 정도의 나이면 이미 임원 승진과 퇴직 사이에서 운명이 갈린 사람이 허다하다. 75년 시중은행에 들어가 행장 비서실장과 지역본부장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하다 지금은 무보직 상태에서 자회사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68학번 B씨도 그런 경우. B씨는 자신과 함께 은행에 발을 들여놓았던 68학번 동기들 중 은행원이라는 안정된 자리를 포기하고 유학을 떠났던 동기들이 지금 아침저녁으로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한다. 또 다른 국책은행 지점장으로 근무중인 68학번 C씨는 “내 경우만 해도 국책은행이라는 이점 때문에 아직까지 붙어 있을 뿐 시중은행에 있는 우리 동기들은 대부분 옷을 벗었다”고 전했다.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직장 중 하나였던 외환은행에 몸담았던 68학번들도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30년 가까이 일했던 은행을 떠났다.

당연히 68학번들은 ‘5060은 지는 세대’라는 식의 최근 사회 분위기를 달갑게 생각할 리가 없다. 상학과 68학번 졸업 후 바로 사업에 뛰어든 신영스타킹 신연호 사장은 2030세대와 5060세대의 대립을 부추기는 듯한 최근 분위기에 대해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나 스스로는 젊었다고 생각해. 직원들에게도 ‘왜 그렇게 보수적이냐’고 질책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데 갑자기 우리더러 늙었다고 몰아붙이는 거야. 옛날에 우리가 경제성장에 기여했던 건 일단 제쳐두자 이거야. 난 그래도 휴대전화에 전화번호 메모리는 할 줄 안다고. 주변에 그것도 못하는 50대들이 수두룩해. 그런데 인터넷으로 장관을 뽑는다는 게 말이나 되나?”

특히 상대 출신들의 특성상 기업체 대표나 중역으로 근무하는 68학번들은 최근 사회 분위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경제학과 68학번인 서울대 이준구 교수는 “얼마 전 친구 딸의 결혼식장에 가서 68학번 동기들을 만났더니 2030세대에 대해 ‘무책임하다’며 분개하는 사람이 적지 않더라”고 전했다.

서울 상대 68학번 ‘절반의 성공’


서울대 상대 68학번 동문은 경제학과(50명), 무역학과(40명), 상학과(60명·이후 경영학과로 통합), 경영학과(45명)를 합쳐 모두 195명이 배출됐다. 인원이 많지 않은 만큼 결속력도 꽤 강한 편이다. 지난해 11월 졸업 30주년 홈커밍데이를 가졌을 때는 60여명의 동기들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단합을 과시했다. 경제학과의 경우 지금까지도 1년에 4회씩 꼬박꼬박 모임을 갖는데 참석자가 평균 15명 수준은 된다고.

이와는 별도로 상대 68학번들 중 시내 일원에 근무하는 동문들은 매달 둘째 주 수요일 ‘이수회(二水會)’라는 점심모임을 갖고 있다. 상학과 경제학과 경영학과 등으로 나누어 모임을 가질 것이 아니라 소속 학과에 관계없이 경계를 터보자는 의미에서 출발한 친목모임이다. 99년부터 동기들 근황이나 파악하면서 살자고 5∼6명이 갖기 시작한 모임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많을 때는 20명씩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평균 10명 안팎의 68학번 동기들이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모이고 있지만 그동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여기도 특히 금융권에 근무하는 동기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바람 탓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수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도 감지된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서울대 상대 68학번’을 주목하다 보니 덩달아 힘이 난다는 것이다. 이수회를 이끌고 있는 한화건설 이재옹 상무는 “인수위에 동기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끝나가는 세대’로 인식되던 우리 동기들이 다시 전면에 나서는 것 같아 힘을 얻는 사람들도 있더라”고 전했다. 이상무는 또 “68학번들은 6·3 세대 이후 끊어졌던 학생운동의 맥을 다시 이었다는 자부심도 강하다”고 전했다. 문리대나 법대처럼 ‘정치적’ 학생운동이 치열하지는 않았지만 3선개헌 반대 시위와 교련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세대로서 민주화에 일조했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 68학번들이 과거처럼 우리 사회를 선두에서 이끌어가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68학번’들은 영광의 세대인 동시에 위기의 세대로 보였다. 상학과 동기회장을 맡고 있는 신영스타킹 신연호 사장은 “68학번, 즉 50대 중반 세대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점을 실감하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주류가 아니라 맥시멈(maximum)”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계선에 서 있는 세대라는 말이다.



주간동아 370호 (p40~42)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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