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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내각제 한다면 한다?

박승국 의원 초안 작성중 … “새 정부 출범 후 여야 의원 상대 서명작업”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한나라, 내각제 한다면 한다?

한나라, 내각제 한다면 한다?

민주당 정균환 원내총무(왼쪽)와 한나라당 이규택 원내총무. 두 사람은 내각제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2003년 1월16일을 기점으로 내각제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국민 속으로’와 ‘미래연대’가 잇따라 내각제 논의 중단을 촉구한 것이 계기였다. ‘내각제 띄우기’는 ‘원내 중심 정당화’ 등 정치개혁 요구를 회피하려는 의도라는 게 이들의 주장.

그러나 내각제 추진론자들은 이런 논리에 수긍해서 논의를 철회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내각제를 반드시 실현하려고 일보 후퇴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박승국 의원은 최근 보좌진에게 내각제 개헌안 초안 작성을 지시했다. 초안이 만들어지는 대로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공동발의를 위한 서명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목표 인원은 137명. 박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전까지 노당선자를 흔들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서명작업은 취임 직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1월 들어 한나라당에선 이규택 원내총무, 이강두 정치개혁특위 1분과위원장(정강정책 담당), 민주당에선 한화갑 대표, 정균환 원내총무가 ‘내각제 띄우기’ 발언을 했다. 자민련은 이들 발언이 나올 때마다 ‘환호’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내각제 발언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된 것은 ‘애드벌룬’은 띄우되 ‘대선결과 승복 불응 역풍’은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박의원은 “내각제 개헌은 당론 차원이 아니라, 한 의원이 발의하면 여야를 떠나 많은 의원이 동참해 크로스 보팅으로 표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의원은 요즘 개헌세력 규합을 위해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다. 박의원과 같은 활동을 하는 의원들이 여럿이다. 박의원은 직접 만나 확인한 한나라당 인사들의 내각제에 대한 반응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서청원 대표 “연구해보자” 이규택 총무 “개인적으로 지지한다” 이상배 정책위 의장 “내각제로 해야 한다” 박종문·백승홍·이해봉·현승일·안택수 의원 “내각제를 지지한다”.

“노당선자도 분권형 내각제 지지”



한나라, 내각제 한다면 한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

한 언론사가 올 들어 실시한 국회의원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의원 55명 중 30명이 내각제에 찬성했고 민주당 의원은 찬성, 반대가 반반이었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 A씨는 “노당선자 취임 이후엔 내각제 지지자가 전체 한나라당 의원의 80~90%에 이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다음은 A씨의 설명.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들은 개혁방향을 ‘원내 중심 정당화’로 잡고 있다. 내각제가 바로 원내 중심 정당화를 가장 잘 구현하는 제도 아니냐. 이들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점이 있는 것이다.” 내각제 논의 중단을 요구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기자에게 “대통령 직선제 선거 패배 직후인 ‘현시점에서의’ 내각제 논의는 기회주의적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2004년 총선 때 원내1당이 된 정당에게 총리 지명권을 주겠다”는 노당선자의 언급은 한나라당 내각제론자들에겐 ‘복음’과도 같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대통령 직선제를 폐지하는 완전 내각제가 아니라, 직접국민투표로 선출된 대통령과 의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권력을 분점 하는 형태의 내각제는 추진 명분이 있는 정치개혁안”이라며 “노당선자도 여기에 동의했다는 사실이 향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151석, 자민련 12석, 이한동 의원 1석, 국민통합21 2석에서 이탈 표를 최소화하고 민주당에서 16석±α만 가세한다면 재적의원 3분의 2(182석)를 채울 수 있어 2004년 총선 이후부터 당장 내각제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 일각의 계산이다.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면 총선 때 찬반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개혁성향 의원모임인 ‘국민 속으로’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구세력의 몸부림”이라며 내각제에 반대하고 있다. 한 개혁성향 의원은 “아직도 반성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민주당에선 “대선 패배의 박탈감을 만회하려는 한나라당 주류의 음모”라는 분석이나 “정치적 위기의식에 휩싸인 동교동계의 생존전략”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정치권 한 인사는 “향후 수개월간의 여론 향배가 개헌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370호 (p32~32)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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