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0

2003.01.30

대학원·사시 … 외도 끝낸 ‘바둑교수’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3-01-22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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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사시 … 외도 끝낸  ‘바둑교수’
    한국 최초의 여성 바둑 전임교수가 탄생한다. 만 27세의 남치형 초단이 바로 그 주인공. 남초단은 올 3월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로 임용돼 ‘바둑문화론’ ‘바둑사’ ‘포석의 이론’ 등을 가르칠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명지대 등에 출강하며 KBS 바둑해설자로 활동해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87년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바둑에 입문한 남초단은 90년 15세 때 입단대회를 통해 프로기사가 됐다. 프로에 입문할 때만 해도 ‘최고 여류기사’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초단이다. 바둑 이외의 것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는 “승부에 대한 감은 조금 약해졌을지 몰라도 기력은 줄어들지 않았다”며 수줍게 웃었다.

    남초단은 한창 기력이 왕성할 입단 4년차였던 93년 바둑을 1년간 쉬면서 대학입시 공부에 나섰다. 고3 때 ‘반짝공부’로 서울대 영문과에 입학했으니 ‘바둑 잘 두는 사람은 머리가 좋다”는 속설을 입증한 셈이다.

    그는 대학을 다니면서도 ‘외도’가 잦았다. 4학년 때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해 99년 1차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 “2차시험공부를 4개월 가량 했는데 제가 갈 길이 아니다 싶더군요.” 사법고시를 포기한 그는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해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남초단은 앞으로 게임과 문화의 상관관계를 인류학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그는 “바둑이 지나치게 대중화되면서 본래의 향기를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쉽다”면서 “들뢰즈가 유목민족과 유럽인의 전투양식을 체스를 소재로 분석했듯이 게임을 통해 한국인의 심리와 문화를 분석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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