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70

2003.01.30

‘야산’의 손자들, 주역 강의 맡다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입력2003-01-22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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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산’의 손자들,  주역 강의 맡다
    40대가 새로운 파워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보수적이라 할 동양학, 그것도 주역 분야에서 세대교체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18년간 한국 주역을 이끌어온 대산(大山) 김석진 옹이 40대 제자들에게 학문적 바통을 이어준 것. 이전(利田) 이응국(왼쪽)씨와 청고(靑皐) 이응문씨가 바로 그 전수자들인데, 이들은 공교롭게도 피를 나눈 형제 사이다. 형인 이응국씨는 40대의 부상을 주역으로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동북 간방(艮方)에 위치해 있고,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괘 역시 간괘(艮卦)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젊은 세대를 의미하지요. 지난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급속히 젊어지고 있다는 것은 바야흐로 간방의 새로운 운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희 스승께서도 그걸 내다보시고 2003년부터 저희들에게 강의를 맡기신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응국·응문 형제는 김석진 옹의 스승인 야산(也山) 이달의 혈손(血孫)이기도 했다. 한국을 중심에 놓고 주체적으로 주역을 풀이해 ‘야산역학’이라는 독창적인 학문세계를 정립한 이달은 역사학자 이이화씨(넷째아들)의 부친으로 세간에 알려진 인물. 이달은 자신의 학문세계를 제자들과 자식들에게도 전수했는데, 그중 부친으로부터 가장 크게 학문적 영향을 받은 이가 셋째아들인 이간화씨, 바로 응국·응문 형제의 부친이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사실 할아버지의 제자이셨습니다. 어머니는 할아버지께 주역을 배우다가 아버지를 만나 결혼하게 됐고, 대산 선생님과는 동문이지요.”

    말하자면 3대에 걸쳐 주역을 매개로 해 ‘끈끈하게’ 맺어진 인연들인 셈. 원광대 동양학 대학원 임채우 교수(주역 강의)는 가학(家學)으로 다져온 이들 형제의 주역 실력을 이렇게 평했다.



    “형인 이전은 은행에서 근무하다가 대산 선생님의 뒤를 이었는데, 의리역(주역의 철학적 의미) 해석에 탁월하다. 동생인 청고 역시 대학을 다니다 가학을 잇기로 결심했는데, 상수역(주역의 수리학적 의미) 해석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두 사람은 요즘 보기 드물 정도로 우애가 각별하면서도 서로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공부하고 있다. 형제가 주역으로 농담을 주고받거나 치열하게 갑론을박하는 모습은 참으로 볼 만하다.”

    물론 이들이 단지 야산의 손자라고 해서 대산의 학문적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어렵디 어려운 관문을 통과, 스승으로부터 재가를 받은 실력파. 이를 테면 응국씨는 은행에 다니면서 주역 64괘 순서로 외워 지폐를 셌는데, 그 속도가 다른 은행원들 숫자 세는 것보다 더 빠를 정도였다. 응문씨 역시 주역의 괘를 음양오행의 숫자로 암산해내는 능력은 귀신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현재 이응국씨는 대전을 중심으로 한 충청권에서 주역 강의를 하고 있고, 동생인 이응문씨는 서울 흥사단(02-2237-9137)과 대구 대명동의 대연학당(053-656-4964)에서 주역을 비롯한 동양학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그리고 김석진 옹이 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동방문화진흥회 학회 사무실에서는 또 다른 제자(신성수)가 강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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