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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화 우리 풍수 | 진주 대곡 중촌 코끼리 석상

호랑이 달래고 마을 구한 코끼리

  •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호랑이 달래고 마을 구한 코끼리

호랑이 달래고 마을 구한 코끼리

중촌 마을회관 앞의 코끼리 석상(위).코끼리 석상이 석산 개발로 깨진 호랑이 모습의 산을 바라보고 있다(아래).

풍수 용어 가운데 ‘오수부동격(五獸不動格)’이란 말이 있다. ‘호랑이는 코끼리를 무서워하고, 코끼리는 쥐를, 쥐는 고양이를, 고양이는 개를, 개는 호랑이를, 호랑이는 코끼리를 무서워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동물들의 천적관계를 땅에 유비(類比)해 마치 ‘다섯 짐승이 서로 견제하고 있는 형세’의 땅은 한마디로 기(氣)가 충만한, 좋은 땅으로 본다.

그런데 ‘오수부동격’의 명당은 다섯 짐승 가운데 어느 하나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연쇄적으로 다른 짐승들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실례를 경남 진주시 대곡면 중촌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평화롭던 이 마을에 갑작스럽게 저승사자가 찾아온 것은 1990년대 초였다. 저승사자는 2년 동안 무려 30여명의 마을사람을 저세상으로 데려갔다. 200여명에 불과한 마을 인구 가운데 30명이나 죽어나가니 마을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로 떨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물에 빠져 죽거나, 차에 치여 죽거나, 자다가 갑자기 죽는 등 도대체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이 계속되어서 마을 사람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마을 사람들은 이 거대한 불행의 원인을 규명해내기 위해 애썼다. 마을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던 사람들은 강 건너편의 호랑이가 상처를 입었고, 그로 인해 마을 사람들에게 재앙이 미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물론 이는 실제 호랑이가 아니라 산을 호랑이로 여긴 풍수적 진단이었다.

사람들은 강 건너 ‘월아산(달음산)’을 ‘엎드린 호랑이(伏虎形)’ 혹은 ‘잠자는 호랑이(宿虎形)’로 믿고 살아왔다. 그런데 석산(石山)을 개발하면서 호랑이 머리 부분이 깨진 것이었다. 분노한 호랑이의 저주였을까? 호랑이가 고통에 포효할 때마다 ‘때 아닌 우박에 떨어지는 풋과일’(동네 사람들의 표현)처럼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풍수서에 ‘조산(朝山)은 불가파두(不可破頭)요, 안산은 불가파안(不可破顔)’이란 말이 있다. 조산(앞산)은 머리가 깨져서는 안 되며, 안산은 얼굴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호랑이 머리 모양의 월아산은 이 마을의 조산에 해당되는데 바로 그 머리가 깨진 것이다.

1995년 추석날 마을 사람들은 마을회관 앞에 코끼리 석상 한 쌍을 세웠다. 이후 더 이상 불행하게 죽은 사람은 없었다고 마을 사람들은 믿고 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코끼리를 중간에 내세워 성난 호랑이를 진정시킨 것이다.

그런데 인근 마을은 호랑이의 보복을 피했는데 왜 유독 중촌만 화를 입었을까. 중촌은 풍수상 여러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마을에 주산이 없는 데다 마을 뒷산들은 제각각 뿔뿔이 흩어져 내려오는 산룡(散龍)의 형세며, 마을 터 또한 산의 얼굴(面)이 아니라 등(背) 쪽에 자리하고 있다. 소위 기(氣)가 흩어지는 곳이다.

그럼에도 몇 백년의 마을 역사를 이어온 것은 이곳 사람들의 뛰어난 풍수적 지혜 덕분이었다. 마을 앞에다 비보수(당산나무)를 심었고 집의 방향과 크기조차 함부로 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주변환경과 균형을 이루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데 마을 앞으로 도로가 확·포장되면서 마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게다가 주택 개량사업으로 기존 집터와 집의 모양, 대문의 방위가 바뀐 데다 결정적으로 석산 회사가 강 건너 호랑이 얼굴을 깨뜨리면서 불행이 닥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무튼 코끼리상을 세운 이후 중촌 사람들은 평화롭게 살고 있다. 이처럼 때로는 지극히 간단한 방법으로 화(禍)를 피해갈 수 있다. 바로 자연과 조화롭게 살려는 풍수적 지혜인 것이다.



주간동아 367호 (p84~84)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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